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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Jun 29. 2021

아닌 척 하지만 항상 공존하는 것에 대하여

요즘 들어 부쩍 내면을 찔러대는  녀석은 사실은 항상 내게 생채기를 내곤 했다. 혼자라는 주제를 가슴 깊이 품고 애써 무시해보려 했지만 시야에서 쉽게 사라져주진 않았다. 쓸쓸히 길거리를 걷고 커피를 마시고 어쩔  훌쩍 여행을 떠날 때도 있었다. 시야에 잡히는 바깥 세상의 행복한 소음은 절대 고요하지 않았기에 귓구멍에 걸친 에어팟의 역할은 그저 장식품에 그치기 일쑤였다.



어언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최근 한 친구가 “세상은 돌고 돈다.” 는 말을 하였다. 맞다. 세상은 항상 돌고 돌며, 우리도 그에 맞춰 마치 시계처럼 돌아간다. 유행도 돌고 관계도 돌고 돌아 지금의 내가 존재하며 그에 맞춰 간혹 사랑도 돌곤 하지만 나에게 적용되진 않는다. 대신 위성처럼 그 주위를 돌며 따라오는 그 녀석은 애써 무시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그 녀석을 무시하다간 재미없는 결말의 뻔한 시나리오가 벌써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노력이 필요하다 느끼지만 쉽사리 몸이 반응하지 못한다. 내 성향이 그럴 깜냥도 안 될뿐더러 사실 별로 내키지도 않는다. 그만큼 아직 괜찮다는 시그널일수도 있겠지만 불안함은 내 소견 밖의 일이다. 사실 아예 “무‘의 상태는 아니다. 그렇다고 딱히 고맙진 않고 오히려 부담에 가까워서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간 것인데 어느새 올려다보니 고개가 아플 정도로 높아져있었다. 일부러 문은 항상 잠궈놓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인기척이 없던 탓에 손잡이는 녹슬어 삐그덕 소리를 냈다. 벽을 더 이상 올리거나 허물 생각은 없지만 벽돌 주위를 서성거리며 괜히 한번씩 만지작거리곤 했다.



창 밖의 해가 졌다. 선명하게 보이던 초록의 나무들은 색을 등지고 어깨만 보여준 채 그 밑의 하천에 몸을 숨겼다. 난 이 시간대의 산과 많이 닮아있다. 간혹 반나절이상 나타내기도 하지만 대체로 감추는 편이다. 보이지 않을 때의 살짝 드리우는 그 그림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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