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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Nov 05. 2021

증발된 것들

순간의 감정을 메모장에 간략히 적고 무지하게 흐른 시간을 인지하곤 기억을 더듬어본다. 언젠가의 빛바랜 감정선의 뒷모습을 따라  발자국 걷다 이내 조심스레 돌려 잡은 어깨  마주한 얼굴을 나는 알아볼  없다.  핸드폰 메모장에 갇힌  줄의 휘발유는 뚜껑이 열린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 내가   있는 거라곤 주머니 속에 항시 있는 라이터를 괜스레 만지작거리는  전부일 것이다.



할머니, 새벽 4시, 제주도, 선물 받은 필터 커피, 나무껍질과 나이테, 붉어지는 눈시울, 모순된 언행, 그리고 바람의 흐름. 이 조그마한 단어들에서 뻗어나가야 했던 갖가지의 감정들은 이곳에 영원히 기억될 수도 어쩌면 영영 증발해 버릴지도 모른다.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흘려보내고, 잃고 싶지 않은 건 좀 더 간절히 붙잡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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