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나날들. 전혀 예상하지 못할 하루하루가 모여 개개인의 삶이 되고, 본인조차 자신을 채 알지 못하는 새에 형태는 점차 다듬어진다. 까끌까끌한 표면을 다듬어 매끈해진들 본질은 그대로일 뿐 반짝이는 보석도 사실은 그저 하나의 광물에 불과하지 않는가. 잠시였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걸어온 길을 반대로 걸으며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난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생각의 물꼬리를 간신히 잡고 글쓰기를 명목 삼아 그 원동력을 보며 잠시 긍정적이라 착각했을 뿐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너그럽지 못한 소인배였음을. 남을 의식함에 있어 내 주관을 우선시하는 건 문제 될 게 없지만, 주체적이지 못하고 책임감 부족한 내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눈앞이 아른거리는 건 온전한 내 부족함 탓이다. 누군가가 무엇에 그리 쫓기냐 물어온다면 시간에, 돈에, 목표에,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라 말하며 그 대답과는 어울리지 않는 톤의 목소리와 전혀 가프지 않은 호흡, 그리고 재촉하지 않는 걸음걸이는 참 모순되기 그지없다. 좋은 글은 독자로 하여금 좋은 영향을 주는 글이라 생각하는데 그 좋은 영향이란 늘 밝은 이야기들이었나 한다면 그것 또한 아님은 분명하다. 글의 무게와 농도로 개인을 판단하는 건 굉장히 어설픈 접근법이지만 그러한 글들이 한편, 한편 모여 엮이면 그 또한 개개인의 삶이 될 수 있음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