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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Nov 12. 2020

초록색 인간

삶에 지치고 무기력해 질 때면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진다. 주변의 친구들, 가족, 반려견 때로는 푸릇한 나무들과 한강 벤치에도.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여 서울 번화가를 홀로 걷다보면 많은 커플들을 볼 수 있다. 여러 부류의 커플들이 있지만 무엇인가에 지쳐있을 땐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연인이라도 짐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나를 모르겠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지 의구심이 들거나 보이지 않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려 하다보면 주변의 관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지게 된다. 이러할 땐 여러 해답 아닌 조언들을 듣기 보단 그저 말 없이 묵묵히 곁을 지켜 주는 존재가 생각난다. 이왕이면 공허한 넓은 들판에 가만히 누워있고 싶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좋고, 아무 생각이나 해도 좋고. 많고 많은 생각들을 최대한 비워내려 노력하는 그 행위 조차도 여유롭고 무색했으면 좋겠다. 옆에 나란히 누워 서로 아무말 하지 않아도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는 관계. 종종 “여유롭고 너무 좋다.”, “오늘 노을 참 이쁘네.” 등의 소소한 대화를 이어가는 관계. 핸드폰으로 잔잔한 팝송을 조그맣게 틀고 각자 책에 빠질 수 있는 관계. 잔디밭 위 곧게 자란 나무 같은 관계가 있었으면 또 그 사람이 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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