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로 살아가기

그림책 만들기

by 조이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교육을 사용하기’이다. 그림책 놀이 지도사 자격증이 여러 개가 있다. **도서관 책놀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재능기부를 초등학교 돌봄교실이나 다문화 어린이, 시립 청소년센터 등에서 했다.

그림책을 배우기도 했는데, 작가들의 다양한 그림책을 접하였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다. 그림책은 소스처럼 원예, 코딩, 아트, 공예, 진로 코칭, 미술 상담, 푸드 놀이, 인문학 등과 콜라보를 한다. 그림책은 상상력, 집중력, 주도력, 사고력을 기르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어느새 디지털드로잉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아이패드와 펜슬도 카드 할부로 샀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비 지원을 받아서 시작했다. 디지털 기계와 별로 안 친하지만 하나하나 배우면서 적응했다. 시간과 돈, 에너지를 투자해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림과 나는 가깝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을 들었다. 미술 시간은 좋아했으나, 화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는 상담을 공부하고 매체 미술 상담 강의도 들었다. 교수님이 내가 그린 그림을 들어보라고 하시면서 색감이 좋다고 칭찬하셨다.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그림이나 영상 매체의 그림을 종종 감상한다. 미술 치료나 미술 상담 쪽에 관심은 있으나 공부의 길로 들어서지는 못했다. 미술 치료 효과는 믿고 있다.

어느 날, 돌봄교실로 가는데 화단에 핀 작고 흰 들꽃을 보았다. 작은 들꽃은 나와 닮았다. 작은 들꽃을 주제로 그림책을 만들어서 나의 꿈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림책 만들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려서 더미북이 나왔다. 마침내 4개월 만에 첫 그림책이 세상에 나왔다. 출판사 출간은 못 하고 자가 출판 플랫폼에서 출간했다. 그림책을 완성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그 이후로 축구왕의 꿈에 관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꽃과 들판을 그리다가 사람을 그리려니 퍽 어려웠다. 그림책을 기획하는데도 생각과 고민이 깊어졌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처음 그림을 배울 때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점점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쳐서 수업에 빠지기도 했다. 그림 그리기는 에너지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창조의 고뇌도 크다. 무엇이든 그냥 결과가 오는 게 아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었으나 쫓겼다. 빨리 실력도 늘어서 예쁜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다.

디지털드로잉을 6개월가량 배웠으나 늦은 나이에 시작한 탓인지 실력이 늘지 않았다. 벽을 만난 기분이었다. 좌절감이 들면서 그만두고 싶었다. 그 뒤로 한동안 아이패드를 닫았다. 몇 개월 후에 그림책 만들기 강의에 참여하면서 아이패드의 먼지를 털었다. 처음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다가 자신감은 어디로 가고 그리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다.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를 계속하는 오뚜기였다.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회의에 빠졌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번에는 '그림책 특성을 살린 더미 만들기' 수업에 참석했다. 다양한 콘셉트의 그림책을 접하면서 그림책의 영역이 바다처럼 넓고 깊다는 새로운 발견을 했다. 보는 만큼 느낀다. 프랑스의 종합예술가 겸 그림책 작가 Herve Tullet의 'I AM BLOPI' 그림책과 영상은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운 시도는 또 다른 영감을 던진다.

이 수업을 들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배움은 틀과 한계를 깬다. 이야기와 주제가 있는 서사가 그림책이라는 틀에 매여 있었다. 강사님이 그림책을 만드는데 보통 1년이 걸리지만 10분 만에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새롭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좋다. 나의 그림책을 기획하고 더미북을 실습하면서 시각이 넓어졌다. 예술은 기존의 모든 틀을 깨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닐까. 나도 콘텐츠를 만드는 예술가이자 크리에이터이다. 학생들에게 AI 시대는 어느 분야든 크리에이터로서 메이커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사인 내가 먼저 크리에이터로 살고 싶다.

두 번째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었다. 창조하기 위해서는 땀과 수고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실패와 시행착오는 기본이다. 모자이크를 맞추듯이 그림의 한 조각 한 조각을 만들었다. 허리와 손목의 통증이 왔고, 잠을 줄여야 했다. 고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자가 출판 플랫폼에 올린 그림책이 여러 번 반려가 되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후 완료가 되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림에 입문한 지 어느덧 10개월 차다. 그림이 주는 유익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상상력과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다. 뇌가 딱딱해져서 말할 때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그림책 놀이 강의를 들었다. 그림책의 제목을 내가 맞추면서 강사님의 칭찬을 듣고 기분이 상승했다. 마지막 그림이 달팽이 같다고 했는데 표지에 달팽이가 나왔다. 여러 번 그림을 맞추면서 뿌듯했다. ‘내가 어떻게 맞추었을까’를 생각해 보니 그림 그리기 덕분이었다. 그림을 보고 그리면서 굳었던 뇌가 말랑해지고 있다. 감성과 상상력이 살아남을 느낀다.

그림은 언어다. 그림을 통해 슬픔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람마다 그림이 다르다는 것은 자신만의 그림 언어를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글은 못 읽어도 그림은 누구나 보고 느낀다. 다른 사람의 언어를 그림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다. 한편의 그림은 화가의 인생을 설명한다. 화가의 인생을 감상하고 해석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평안하다. 물론 괴롭기도 하다. 파도타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파도의 격랑을 통과해서 한 장의 그림이 알록달록한 색을 입고 완성되면 성취감을 느낀다. 미술 같은 예술은 감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지성과 감성이 균형을 갖추고 어우러지면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의 순기능이 크지만 크리에이터의 길은 만만치 않다. 크리에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에 자신의 진로를 통해 생존과 자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튜버나 예술가만이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모두가 크리에이터로 살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해서 몰입할 수 있는 분야에서 크리에이터의 창조력이 잘 발휘될 수 있다. 10년이고 20년이고 역량을 쌓아가면 그 분야의 장인인 크리에이터로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도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섰다. 새로운 버킷리스트에 100권의 책 출간하기를 넣었다. 그림 그리기를 위한 수고는 낭비나 헛된 시간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천천히 연습하면 점점 실력이 쌓이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의미와 행복도 발견하고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크리에이터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련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실력을 키우고 축적해서 나온 창작물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멋있고 근사한 크리에이터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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