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혼돈 속에 새로운 질서를 찾아서

by 조이

월요일에 일정이 있어서 <통일과 나눔> 메일을 수신하면서 한 번도 행사에 참여를 못 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나서 통일미래 기획 토크 <혼돈 속에 새로운 질서를 찾아서>를 사전 신청했다. 장소는 마포의 가온 스테이지다. 날씨가 전날부터 비가 내리고 스산했다. 앞서 볼일을 본 장소에서 마포까지 가는데 지하철로 무려 2시간가량 걸렸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수술하고 난 뒤로 체력이 떨어진 게 분명하다. 헉헉거리면서 도착지로 갔다.

저녁 식사 대용 간식이 나온다길래 가까운 커피숍에서 레몬차를 마셨다. 차의 단맛이 피곤을 풀어준다. 은행잎이 많이 떨어진 커피숍의 바깥 풍경과 찐한 은행잎 냄새에 가을이 흠씬 느껴진다. 모임에 조금 일찍 들어갔는데, 궂은 날씨에도 젊은이들이 웬만큼 참여했다. 공간이 그리 넓지 않지만 꽉 찼다.

통일에 관한 관심은 큰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통일되어야 한다는 당위에 관한 일상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2018년에 DMZ로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이 여행을 계기로 내가 북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안 지인이 통일 관련 단체 팜플렛도 주고, <한반도 평화연구회>의 정보 수신 메일을 연결해 주었다. 이 단체를 통해 <통일과 나눔>이 연결되었다.

나는 통일 사회의 통일 교육에도 관심이 있다. 탈북청소년, 외국에 적을 둔 다문화 학생, 남한의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를 우연히 알게 되어 홈페이지를 검색하기도 한다. 지금은 다문화가정 학생의 방문 책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지만 ‘우리의 소원이 통일’임에 동의한다. <통일미래 기획 토크>는 다가올 통일 시대를 준비하며 우리가 풀어가야 할 경제, 기후와 환경, AI, 다문화, 교육, 디자인 분야에 관한 해답을 찾아가자는 목표가 있다. 이를 통해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나가자는 취지다.

5가지 분야의 젊은 전문 강사들이 짧은 시간에 주제에 관해 나름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갔다. 기획 토크를 방청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다. 그러면서 ‘혼돈의 시대’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혼돈일까? 이 혼돈은 내가 기획 토크를 통해서 떠올린 ‘무관심’ 키워드로 풀어볼 수 있다.

통일을 바라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땅의 현실은 젊은이들이 생존하는 것조차 처절한 상황이어서 다른 것은 꿈꿀 수 없고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젊은이들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사회가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다.

문제로 삼고 해결을 하려면 우선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인식은 관심에서 출발하는데 무관심해서 대부분이 문제로 인식하지도 않고 해결을 위한 방안도 간구하지 않는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통일이나 북한을 알 기회의 부재 때문임도 알 수 있었다. 통일 교육이 없으니 관심을 가질 수도 없다. 사실 우리는 옆집에 사는 이웃에게도 관심이 없다. 좀 오래되었으나 남한 땅에 와서 굶어 죽은 엄마와 아이 기사가 떠오른다.

무관심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지만 개인주의 시대임과 동시에 운명공동체 시대다. 코로나가 돌면 나만 안 걸릴 수가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난리나 산불은 지역이 같이 겪는다. 나 홀로 독야청청할 수 없는 시대다. 내가 지구상의 전쟁에 무관심해도 물가 인상의 여파로 내야 하는 돈이 더 많아진다. 무관심은 악순환이 되어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내가 무관심하면 남도 나에게 무관심하다. 무관심은 심하면 고립을 가져오고 생존에 위협을 줄 수 있다. 그리하여 무관심이 혼돈을 가져올 수 있다.

타인에 관한 관심이 생존의 길을 연다. 내가 관심을 가질 때 남도 나에게 관심을 가진다. 바보 같아 보여도 내가 뿌린 관심은 쓸모없는 일이 아니다. 인생의 진로는 많은 경우가 우연한 기회를 통한 관심의 출발에서 시작한다. 내가 먹고 살길도 남의 필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열린다. 내가 대략 4개월가량 탈북청소년 교육 보조교사로 봉사했다. 이 기회가 바탕이 되어 교사로서 가르치는 기회가 왔다. 그리하여 이 교육 일을 발판으로 또 다른 교육의 길을 열면서 가고 있다.

돌아가는 길에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우산이 뒤집히면서, 찬 냉기가 몰아쳤다. 새로 발급한 카드까지 흘러서 잃어버렸다. 피곤과 추위를 참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대가를 내야 한다.

무관심의 벽을 뚫는 발걸음이었다. 이 토크를 계기로 통일에 관해 관심이 커졌다. 통일에 관한 관심은 나와 사회가 살고 생존하는 길이다. 한 가닥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이 모임에 참석했는데 깊은 통찰력을 얻었다. 통일이 우리의 미래가 되고 공존과 발전의 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무관심을 넘어 관심으로 갈 때 삶은 지탱이 되고, 혼돈에서 미래의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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