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데 여전히 무덥다. 이래저래 고생한 나에게 호캉스 선물을 주었다. 교통이 편하고 가성비가 좋은 호텔을 반복 검색 끝에 구했다. 이름이 호캉스지 책의 초고를 쓰기 위해서 낸 1주일간의 휴가다. 집도 공기청정기까지 구비된 도서관도 집중이 안 돼서, 탈출했다. 호텔에 온 뒤, 하루에 한 번씩 방에서 나간다.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서 10분가량 걸리는 재래시장을 찾아갔다. 얼마 전부터 건강을 위해 먹고 있는 두부를 사러 갔다. 햇볕을 쬐고 걸으면서 비타민 E를 몸에 흡수한다. 손으로 만든 두부도 사고 뻥튀기를 사고, 여러 가지 양식을 장전했다. 글쓰기를 하느라고 생각하면서 신경을 썼더니 입안이 헐었다.
가까운 공원에서 운동 기구로 30분간 타이머를 설정한 후에 운동을 한다. 30분이 이렇게 길 줄이야. 대낮이라 땀이 흐른다. 편의점에 우유를 사러 가니 화장실 갔다는 팻말이 걸려있다. 문 앞에 서서 수신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옆 건물의 출입구로 택배 회사 조끼를 입은 20대 초반의 여자가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날 정도의 폭염 속에서 말이다. 눈을 의심했으나 찰랑한 긴 머리를 묶고, 간편한 옷을 입은 마른 여자였다. 한창나이의 젊은 여자가 택배 일을 하는 건 흔하지 않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카페나 편의점을 두고 택배 일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
다음 날, 방문을 열고 나가니 청소하시는 여사님이 옆방을 치우고 계셨다. 수건이 필요해서 두 장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 후,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드렸다. 뒷모습만 보고 여사님인 줄 알았으나, 앞모습을 보니 20대 아가씨였다. 외국인인 듯 보이는데, 택배 배달하던 아가씨와 비슷한 나이로 보인다. 에어컨이 꺼져 있는 많은 방을 치운 후이기에, 내가 건넨 음료수의 빨대를 뽑는다. 두 명 다 치열하게 젊음의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나의 젊은 시절도 혹독했다. 어느 해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월요일만 하는 하루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서울** 구내식당에서 식기 세척하는 일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했다. 지하 2층이라서 햇빛 한 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근육이 발달한 몸이 아니라 약골이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무거운 스테인리스 식판을 장시간 닦았다. 게다가 빠르게 해야 했다. 설거지하던 거품 물이 나의 얼굴에 튀었다. 그릇은 닦아도 닦아도 줄어들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으나 입을 악물었다. 점심을 먹는데 몸이 무거워서 밥맛이 잘 안 느껴졌다. 어렵게 식사하고는 좀 쉴 수 있으려나 했다. 그러나 곧 바닥을 물청소해야 했다. 점심 먹고 난 뒤에 물청소하고, 저녁을 먹고 난 뒤에 물청소를 또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 한 번 물청소해도 충분히 되는 일이다. 바닥에서 광이 날 정도로 깨끗했다.
이곳에서 일한 아르바이트 임금이 통장에 찍혔는데, 끝에 십 원짜리가 붙었다. 그리고 미리 말한 금액보다 적어서, 무슨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하는 장소까지 제시간에 도착했으나 지하 2층까지 내려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구내식당 위치도 확인하느라고 시간이 걸려서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출근 카드를 찍었다. 거기에 출근 시간이 정확하게 찍혔다. 그 시간을 기준으로 일당을 계산해서 십 원짜리까지, 계산된 것이다. 그리고 3.3%를 임금에서 떼어서 미리 알려준 금액보다 차이가 난다고 추측했다. 이때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5,210원이었다. 거기에 이런저런 것을 빼고 손에 들어온 금액은 몇 푼 안 되었다. 그래도 정말 생존을 이어주는 생명줄 같은 돈이었다. 눈물의 빵을 먹었다. 눈물의 빵을 먹어보아야 인생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선배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나만의 길에 발자취를 남기면서 한 걸음씩 걸어왔다. 교육 비전의 방향을 두고 걸어왔더니 할 이야기가 있다. 나의 스토리가 있어서 책 쓰기를 하고 있다. 고생의 시간과 발자취가 모여서 스토리의 재료와 거름이 되었다. 이제 싹이 나서 자라고 열매를 맺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