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글라스

나와 잘 지내기

by 조이

화장대를 책상 삼아서 노트북을 놓고 책 쓰기를 시작했다. 노트북을 열고 글쓰기에 집중하려는 순간 거울에 얼굴이 비쳤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데, 나무라고 꾸짖는 표정은 아니다. 따뜻한 눈빛이었으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생각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글이 안 나왔다. 자기 얼굴을 보면서 글이 나오는 사람은 강심장이다. 우월감과 열등감을 포함한 온갖 감정이 올라온다. 순간 평정심이 깨지고, 시험에 든다.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거울 앞에 포장지를 붙였다.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었다.

인생을 반평생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를 사랑하기가 어렵다. 청소년도 자신을 싫어한다.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만 본다. 청소년기의 인생 주기는 봄인데 노령기인 양 겨울의 추위로 몸을 떨고 있다. 어른들도 자신을 사랑하기 어려워한다. 사진 찍기도 싫어하면서 말이다. 모두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다.

교회 목사님은 아침마다 면도하면서 자신에게 욕한단다. 목사님의 동생이 그녀의 남편이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욕하는 이유를 물었다. 사람은 대체로 나를 혐오하면서 산다. 정작 자신과 잘 못 지내면서 산다. 그래서 혐오 표현이 많은 걸까? 목사님은 자신이 자신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면서 자신과 잘 지내라고 하셨다. 자신의 허물과 부족을 눈감아주면, 타인의 약점도 받아들이면서, 인간관계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하면 나를 사랑하기가 쉽다. 내 생각을 펼쳐놓은 글을 보면서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은 나와 사이가 좋아지고 있다.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글쓰기다. 내가 나를 밀어내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위해 지어주려고 했던 미소를 나에게 주고 싶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아직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나의 인문학 멘토이신 김종원 작가님의 책을 매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다. 작가님이 SNS에 올리는 글도 읽고 있다. 작가님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예쁜 말을 하라고 권한다. 작가님의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학생과 가족에게 인정의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인정 욕구는 인간의 핵심 욕구라서, 누구나 인정받고자 몸부림을 치면서 살고 있다.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저변에는 인정욕구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나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 각자에게는 인정의 주머니가 있다. 운이 좋아서 인정의 주머니가 가득 찬 사람이 있다. 이 주머니가 텅텅 비어 있는 사람도 있다. 이 주머니가 빌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 인정의 말을 듣고 싶으나 부모와 친구는 안 해준다. 본인들도 인정의 말을 못 듣고 꾸중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정의 말을 못 들어서 인정의 말을 못 하니, 다시 인정하지 못한다. 악순환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게 가장 치명적이다.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나 나의 얼굴을 직면하고 감상하면 글이 안 나온다.

나조차 ‘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안 한다. 기본적인 과제조차 변명과 핑계를 대면서 하지 않는다. 나도 못하고 너도 못하고 우리가 못한다는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 이 어두운 분위기에서 탈출하게 된 계기는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 말하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에게 사랑받아야만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나를 사랑하면 기대한다. 나를 사랑해 주면 도전하고 성취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일상을 의미 없이 반복하면서 삭제하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난다. 매 순간을 받아들이고 감사로 반응한다. 작은 일이라도 시도해 보고 싶다.

이제는 인정의 언어를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인정하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인정의 말 5가지를 매일 아침에 선포하고 있다. 자아가 강해서 선포할 때, 그제야 그 말이 들린다.

‘나라서 할 수 있어.’ ‘꿈은 이루어진다.’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나를 기대해.’ ‘작은 것을 실천하자.’

별을 담으려면 좋은 글라스가 되어야 한다고 어떤 책에서 말했다. 별을 담기 위하여 글라스를 닦고 있다. 나를 사랑하면서 글라스가 조금씩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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