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책임

등불을 밝힌 어른들

by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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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영화는 어른은 무엇인가?, 어른은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 어른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누구나 책임을 다하지 않나?’라고 할지 모른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과 사고의 원인은 책임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세월호 사고가 떠오른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회사에 가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른들이 감당해야 할 힘든 일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책임을 감당하는 데 걸림돌은 무엇일까? 본질로 접근하면 인간 본성의 욕심과 관련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욕심이 있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과자를 한 손에만 쥐지 않는다. 두 손에 쥐고 먹으면서 다른 과자를 또 쥐려고 욕심을 부린다. 하나를 가지면 두 개를 가지고 싶다. 어린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은 욕심을 내려놓는 성숙함에 있다. 나이는 어른이지만 어린아이와 같이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어디서나 보고 있다. 식당에서 반찬과 단무지를 쌓아놓고 먹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다. 한 해에 내다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14조 7,000억 원이다. 처리 비용까지 합치면 15조 1,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환경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라도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김장하 님은 욕심을 내려놓았다. 인생의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여든을 넘긴 지금까지 ‘줬으면 그만이지. 다시 받으려고 하나’라고 하신다. 상이라는 명예와 1억의 돈을 한마디로 거절했다. 평생 소유욕에 들끓는 마음을 지킬 수 있다니 놀랍다.

영화에서 기억나는 부분은 두 어른의 뒷모습이다. 한 분은 등이 굽으신 조심조심 걷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다. 평범한 할아버지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 두 종류의 노인이 있다. 책임을 다하면서 산 노인과 거머쥐고 사느라고 책임을 다하지 않은 노인이다.

김장하 님은 장학금을 주면서 사람 농사를 지었다. 사회 각처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일군을 길러내셨다. 풍년의 기쁨을 느끼는 어르신의 얼굴에 만족의 미소가 퍼졌다. 이웃과 사회를 향한 책임감이 있었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두 번째 뒷모습은 이 영화를 취재한 김완주 기자이다. 청바지에 회색의 낡은 백팩을 메고 다니셨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소신을 지키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듯하다. 기자로서 책임감을 지키기 위해 자가용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

그 백팩은 흡사 나의 가방을 떠올리게 했다. 나의 비전인 교육은 늘 배움의 길로 몰았다. 이팔청춘, 젊었던 시절에 핸드백 대신 큰 검정 백팩을 메고 다녔다. 책과 노트 등 넣어야 물건이 많아서다. 무거워서 어깨 양쪽으로 매는 가방을 선택했다. 무거운 가방에는 굽이 있는 힐 대신에 낮은 굽의 편한 신발이 어울렸다. 만나는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면서 이 길을 걸어왔다.

김장하 님의 인생길 전체가 한편의 명화이자 명곡이다. 사사로운 모든 감정을 잠재우고 대의를 품게 하는 숭고함을 전해준다. 나를 뛰어넘어 이웃과 사회를 바라보는 큰 뜻을 일깨운다. 정결 의식을 치르고 마음을 씻은 듯 고요하고 평안하다. 나도 대의를 품었다. 대의 앞에서 밀물처럼 사사로운 감정들이 밀려간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떠오르는 교사가 있었다. 어느 목사님의 중학교 교사다. 목사님은 가난하셨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는 돈이라는 것을 벌어온 적이 없으셨다. 어머니가 육체노동을 해서 생계를 유지했다. 목사님이 50대이셨기에 당시의 무서운 총각 선생님이라면 상상이 간다. 선생님은 월세방에 살면서 반 학생들에게 간식비를 내기로 걸었다고 한다. 꼴찌를 도맡아서 하던 반은 상위로 올라섰다.

어느 날, 선생님이 목사님의 이름을 불렀다. 목사님은 인자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목사님이 가난해서 실업계고로 진학해야 함을 알고 계셨다. 선생님은 목사님의 어머님까지 설득하셔서 인문계고로 진학하도록 도와주셨다. 고등학교에 계신 선생님에게 목사님을 부탁까지 하면서 말이다. 목사님은 인문계고에 들어가서 서울대에 진학하셨다. 자신의 책임을 다했던 선생님이다.

나도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학생이 과제를 안 올려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제는 나의 스트레스에 집중하지 않는다. 학생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각 학생에게 맞는 필요를 공급하고자 한다. 가르치는 역할 이전에 기다림과 인내로 인도하면서 가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고 친절하게 책임을 다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이 사회의 일군이 될 날을 기대한다. 자신들의 성장과 변화에 도움을 준 어른 선생님으로 나를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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