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밝혀준 어른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이번에 ‘호의에 대하여: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책을 쓰고, 북토크를 했다. 아들이 중학교 때 밤까지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 아내와 함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아들이 버스를 잘 못 탔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아들에게 만 원을 주어서 음료수를 사 먹고, 집으로 오는 차를 갈아타고 오고 있다고 했다. 이 일을 통해서 문형배 작가는 이 사회가 호의로 구성되어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청소하시는 분이나 농사를 지으신 분이 땀을 흘리시는 호의가 있어서 살고 있다. 김장하 선생님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서 작가님도 호의를 베푸는 활동을 해왔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했는데, 가족이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베푼 호의를 기억하고 감사하고 싶었다. 가족은 사랑과 상처를 동시에 준다. 사람은 간사한 면이 있어서 상처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당연시한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보면서 안타깝다. 이혼율도 높고, 사랑해서 만난 연인 사이에서 교제 폭력과 살인이 일어난다. 서로가 받은 호의를 기억하는데 실패해서 평화가 깨졌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나는 부모님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았으나, 호의도 분명히 받았다. 부모님을 섬겨야 할 나이가 되어 필요한 선물을 수시로 보내고 있다. 부모님께 돈을 쓰면서, 청년기까지 나의 의식주를 공급하시면서 돈을 버신 수고가 얼마나 컸었는지 절감한다. 요즘은 부모님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부모님도 “사랑한다.”라고 반응을 하셔서 평화를 지키고 있다.
사회자가 청소년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문형배 작가에게 했다. “내가 공부하면 뭐 해. 챗지피티가 공부를 다 해 주는데.” 질문에 대한 문형배 작가님의 답변이다. 남과 똑같이 살려면 Chatgpt로 살면 된다.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삶의 본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Chatgpt는 모두가 비슷한 내용인데 어떻게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나? 스티브 잡스처럼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과 사고가 필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겪어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겪을 수는 없다. 그래서 책을 통해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남의 책으로 배우고 기초를 먼저 닦고, 내 생각을 깊게 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야 한다. 쇼츠나 동영상은 이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문형배 작가님의 책과 생각에 관한 부분에 공감해서 나누고 싶었다.
문형배 전 재판관에게 김장하 어른은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하셨다. 나는 ‘어른 김장하’ 영화를 통해서 김장하 어른을 만났다. 이 영화는 2023년에 나온 다큐멘터리인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심을 맡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김장하 님이 주신 장학금으로 공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다시 재조명을 받았다.
김장하 님은 시가 110억가량 되는 진주의 명신고등학교를 나라에 헌납하였다. 그리고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일명 ‘김장하 키즈’라 불리는 사회 인재들을 길러냈다. 김장하 님의 남성당 한약방이 2022년에 닫은 후에 2025년 10월경 남성당 교육관으로 거듭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팔순을 넘기신 김장하 님의 얼굴이 밝다. 나이가 들면 얼굴이 밝은 얼굴과 어두운 얼굴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밝고 어두움은 어떻게 나뉠까. 그 중심에 욕심이 있지 않을까. 머리카락은 하얘지나 얼굴의 눈빛과 분위기가 깨끗하다. 맑은 호수를 보는 느낌이다.
김장하 님에게 돈은 자신의 소비를 위한 도구가 아닌 이타적인 나눔의 도구다. 그분이 양복을 입다가 한쪽 팔이 걸렸다. 셔츠 단추가 양복의 해진 안감에 걸려서 팔이 들어가지 않았다. 양복의 겉은 멀쩡해서 영화 내내 양복 하나를 입으셨다. 단벌 신사이신데, 신사의 품격이 흘러나온다. 품격은 양복이 아니라 삶에서 나온다.
영화 내내 하나의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어른 김장하의 정신을 보았다. ‘나의 것은 사회의 것’이라는 인생관이다. ‘내 것도 내 것이요, 남의 것도 내 것이다’라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불행하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 한 떨기 청초한 연꽃을 보는 듯하다. 감동의 여운으로 눈물이 나올 듯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나에게 물었다.
문형배 작가는 ‘호의에 대하여’ 책에서 본인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진다면 그것을 성공이라고 여기면서 살겠다고 하셨다. 나의 교육이나 글을 통해서 한 명이라도 꿈을 가지고 행복을 느낀다면 성공인 줄 알고 감사하고 싶다. 실제로 에니어그램 책을 사신 독자가 “궁금했던 에니어그램 자료를 주셔서 도움이 됐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후기에 별 5개가 만점인데 별 5개를 눌렀다. 독자의 댓글 메시지가 감동을 주어서, 보람을 느끼고 덕분에 힘이 났다. 댓글에 축복 멘트와 함께 답글을 보냈다. 이 한 명 때문에 책 쓰기를 하고 싶다. 나는 이미 성공했기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