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과 공감
아침편지를 발행하시는 고도원 작가님의 ‘누구든 글쓰기’ 책 강의를 들었다. 73세이신데 흰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으시고 젊은 분위기를 연출하셨다. 자살률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불안과 좌절로 고통당하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눈을 맞추어 공감해 주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경제 회복만으로 이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빙산의 일각인 수면 아래에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잠겨 있다. 한국 사회의 정서나 마음의 문제가 이와 같다고 하셨다. 나 또한 실감하고 있다. 이 사회가 파생하는 병든 모습들이 시시각각 드러난다. 자살률 1위, 인구 절벽, 성추행, 데이트 성폭력, 아동 성폭력, 존속 살인, 폭력과 왕따 등이 수시로 기사로 오르내리고 있다. 어두운 단면이나 사실이다. 한국의 OECD 행복 지수 하위는 이렇게 살면서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청소년을 가르치면서 자신감이 없고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나아가지 못하는 어려움을 본다. 청소년에게 도 공감이 필요하다. 친구가 경쟁 상대가 되어 경쟁하기에, 우정을 키울 수 없는 세대이다. 나의 것을 뺏기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거머지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정서적으로 우울한 사람들도 많고 우울증도 많이 겪고 있다. 연간 우울증 치료비가 5,300억 원을 넘어섰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올해 8월 이탈리아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다. 한국 생활이 그립냐는 질문에 “아니다. 지옥 같았다. 죽고 싶었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이는 한국의 경쟁 문화 때문이었다. 임윤찬은 17세에 유명해지면서 정치가와 사업가의 시기와 압박을 받아 슬픔으로 가득찼다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안하고 두려워서 평안과 안정감을 잃고 스트레스에 묻혀사는 많은 현대의 도시인들이 있다. 정서와 마음이 힘든 이유는 이 시대의 3가지 경향 때문이다. 자기중심, 소유 지향, 경쟁이 흐르는 사회를 살고 있다. 공공장소나 어디를 가도 자기중심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이 겪는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을 들어보면 성과나 결과 쪽에 초점이 가 있다. 소유 지향은 물질 중심이나 결과 지향과 연결되어 있다. 집의 보유나 주식, 통장의 액수로 자신의 정체감을 삼고 인정받으려 한다. 나의 정체감을 아파트나 고급 자동차의 소유로 증명하고 싶어 한다. 아파트의 문화는 삭막함을 준다.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기보다는 등을 돌리는 문화다. 친밀감과 소속감을 못 느끼면서 마음이 공허하다.
살면서 뛰어넘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려움이 수시로 올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손에 쥐었는가 하면,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잡고 싶은 것을 손에 쥘 수 없을 때도 많은데, 그 갈망을 끊기도 어렵다. 삶은 마치 이런 줄다리기의 연속이다. 1라운드에서 이겼다고 2라운드에서 이기리란 법이 없다. 2라운드에서 졌다고 3라운드에서 지리라고 예측할 수가 없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우울로 올 수 있다. 나 또한 우울감을 때때로 느끼면서 살고 있다. 공감받지 못하고, 무시하는 말을 들으면 더 우울해진다.
김창옥 강사님은 강의 인생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청중으로부터 공감을 받았을 때라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소식을 받았으나 약속된 강의를 하러 갔다. 슬픔으로 즐겁게 강의하지 못하는 솔직한 심정을 청중들에게 말했다. 그때 북소리처럼 '쿵' 하면서 울려오는 울림이 전달됨을 느꼈다. 슬플 때 나보다 더 슬퍼해 주고, 기쁠 때 나보다 더 기뻐해 줄 때 공감받는다고 느낀다.
학교 교사 중심으로 세워진 ‘좋은 교사’ 단체에서는 말 걸기 캠페인과 공감 친구 캠페인을 하고 있다. 교실에서는 학생이 비속어와 욕설과 비난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는 점점 무관심과 단절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무관심 대신 소통을, 갈등 대신 평화를 만들기 위해, 손목에 공감 밴드를 차고, 매일 공감 언어를 실습하고 점검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캠페인으로 연습하고 훈련해야 할 덕목이 공감이다. 공감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공감 생존 시대이다. 나도 매일 공감 언어 사용하기를 연습하고 훈련하겠다.
공감은 경청부터 해야 온다. 경청은 남이 하는 말을 3가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먼저 상대방이 말하는 사실을 사실대로 듣는다. 변명같이 들리는 말도 편견으로 단정 짓지 않는다. 성격이나 태도에 꼬리표를 붙이면서 판단하지 않는다. 감정을 읽고 공감해 준다. 말의 중심 의도를 이해하고 반응해 준다, 공감과 수용이 치료를 가져온다.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공감을 먼저 해 주면 좋겠다. 공감은 말과 비언어 포함, 표정, 몸짓, 말투, 표정 하나가 엄청난 위력과 파급효과가 있음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공감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면서 메마른 일상에 행복 감성을 가져다준다.
공감이 안되는 이유는 공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통제나 분석, 판단, 가르침의 말을 듣는다. 남의 말을 자기 생각으로 단정 짓고 말하기도 한다. 자기 생각과 논리만이 참인 듯이 강한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도 본다. 자신의 주장이 참임을 증명하기 위해 궤변적으로 설명을 늘어놓는다. 아예 다른 이의 말을 제대로 안 듣는 때도 있다. 듣기만 하고 남의 말에서 좋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감하는 말은 이기려고 하면서 싸우는 대화가 아니다.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은 본인의 말만 많이 하고 남에게 말 할 시간을 안 준다. 남의 말을 듣는다 하더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딱 듣기만 하고, 그 말에 자신의 의견으로 토를 단다. 상담을 원했으나, 훈계를 듣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힘을 얻고 싶어서 상담했는데, 스트레스만 받는다. 나도 이런 경우에서 예외가 아니다. 살수록 타인의 말이 잘 안 들리고 주장을 내세우려고 한다. 끊임없는 통제의 욕구가 올라오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지가 않다. 통제하면서 가르치려는 자세를 내려놓고 싶다. 교육과 인간관계를 위해 통제 욕구를 버리고, 먼저 손을 내밀면서 공감과 배려를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