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임재하심과 역사하심으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중요한 오해 한 가지를 풀고자 한다.
세상에서는, 자격 있는 자가 영광스러운 일을 하며, 자격이 없는 자는 내쫓기고 추방당하고 거부당한다. 그리하여 능력이 넘치고 권세가 넘치고 힘이 강하매 온갖 기적과 이적을 자기 힘과 자기 이름으로 능히 일으키는 자가, 자기의 의로움으로 그러한 영광스러운 일들을 행하매, 그 일로 말미암아 자기가 영광을 받는다.
그러나 천상에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계신 바로 그곳에서는, 자격 없는 자를 그분께서 쓰시매 그를 통하여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일들을 이루시며, 자기의 의로움이 넘치는 자는 오히려 그분께로부터 가장 무거운 시험과 심판을 받게 됨이다. 그리하여 그 가난한 자를 들어 올리셔서 그를 사용하셔서 그분의 창세 이전부터 준비된 위대한 의지를 이루시고 말씀을 선포하시니, 이로 말미암아 자격이 넘치는 자들과 세상에서 강하고 높고 지혜롭다 칭함을 받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신다. 그리고 이로써 쓰임받은 자는 자신이 인정받기를 바라지 아니하되 오직 스스로의 죄성을 부끄러워하고 뉘우침으로 말미암아 그분의 품 안에 안기어 안식하기만을 진실로 바라니, 모든 영광은 아버지께서 홀로 받으시되, 그분께서 오직 자녀들을 위하여 그 모든 권세와 영광을 넘치도록 부어주신다("너희가 나의 이름으로 구하는 무엇이든 내가 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라" 요14:13).
지상에서는, 높은 자들이 더 높은 권세를 누리고 강한 자들이 더 큰 위세를 떨치며 혈통과 육정을 타고난 자들이 크나큰 이득을 누리되, 그 나머지의 가난하고 평범한 절대 다수들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게 되나, 마음이 가난한 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고난으로 인하여 크게 기뻐할 일이되 이는 천국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마음이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 마5:3). 지상에서 자기의 힘과 능력과 권위로 남을 핍박하고 모욕하고 비웃고 조롱하고 짓밟은 자들은, 지상에서의 짧고 허망한 생애 동안 이득을 누릴 것이나, 죽음의 순간에서야 그들은 그 실체를 깨달을 것이며, 또한 죽어서 아버지 앞에 섰을 적에 심판을 받을 것이다. 또한 지상에서와 달리 하늘에서는 더 높은 자들이 더 큰 사명을 책임지고, 더 강한 자들이 더 많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며, 먼저 선택받은 자들이 십자가를 짐으로써 자신들의 특별함을 증거하나니, 이로 말미암아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것이며, 또한 그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 하나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들은 언제나 세상에서 권세가 드높은 자들이 아니었으되 오직 세상에서 버림받고 외면받고 능력 없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오직 하나, 하나님께 대한 사랑, 그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세상에서는 단 돈 10원어치 가치도 없어서 거저 준다고 하여도 다 외면하고 길바닥에 내다버릴 것이나, 천상에서는 모든 천사들과 하늘의 고귀하신 영들과 하나님께서 크게 기뻐하시는 것이니, 이것을 진실로 소중히 품고 이것 하나로 말미암아 한 평생을 살고 죽은 이에게는 참으로 은총과 축복이 있으니, 그가 하늘로 돌아가는 순간에 하나님의 품에 안길 것이며, 또한 천국의 문을 건너는 것이 허락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문을 건널 적에, 불칼을 들고 문을 지키는 천사들이 고개 숙여 경외를 표할 것이다.
우리들의 증거는 우리들 자신의 능력과 힘과 지혜로 말미암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을 사랑하여, 그 사랑 하나로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된 이것으로 말미암을 뿐이다.
나는 다른 수행자들과 달리, 지금껏 그 흔한 명상 중의 빛 하나도 본 적이 없고, 전생을 보거나 환시, 계시를 보거나 들은 바는 전혀 없으며, 꿈속에서라도 주님을 직접 만나뵌 일이 전혀 없다. 나는 지금껏 영체나 귀신이나 악마를 보거나 혹은 그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를 직접 보거나 듣거나 만진 일이 일체 없었으며, 그러한 특별한 능력이나 힘을 지니지도 허락받지도 못했고, 또한 내 스스로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수행자들이 자신들이 체험한 온갖 화려하고 웅장한 신비 체험들을 증언할 적에, 나는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증언할 것이 없어 침묵하였으되, 그분께서 허락하시는 그 순간에 나는 나 자신의 체험을 증거하지 아니하였고 오직 내가 얼마나 그분을 진실로 사랑하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그분을 사랑함으로 말미암아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을 나의 이름으로 살지 않고 오직 그분의 뜻으로만 살아가는지, 그분과 교제하고 교감하고 사랑하며 내 심장과 영혼보다도 더 소중한 그 은밀하고도 영광스러운 역사들에 대해서 나는 남김없이 자랑하는 것이다. 내가 자랑할 것은 그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내겐 그 하나만이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어서 아버지 앞에 설 것이되, 살아서 아버지를 진실로 간절히 사랑하였던 나의 마음 하나만큼은, 지금 당장 그분 앞에 서더라도 부끄러움이 없다."
나는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되, 지금까지 교회라고는 정확히 딱 두 번을 갔었다. 아주 어릴 적에 부모님 손을 잡고 친할머니께서 사역하시는 교회에 한 번, 그리고 군대 훈련소 종교행사에서 천주교에 참여한 것이 도 한 번이었다. 그 외에 나는 교회를 가지 못했고, 교회 안의 형제들을 만나도록 허락받은 적도 없었다. 그러므로 나의 신앙은 언제나 홀로였고, 언제나 외로웠으며, 제대로 된 교육과 지도와 훈련을 받지 못하고 큰 탓에 제멋대로 키가 자라고 잎과 줄기가 삐져나온 못생긴 잡초 같은 신앙이었다. 광야에 홀로 핀 꽃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걸쳐서 왕따를 당했으며, 고등학교 첫 해에 자퇴를 했고, 홀로 밤거리를 헤매고 새벽을 지새우면서 방황하였으며, 대안학교에 들어가서도 그곳 어른께 대들어 퇴학당했고, 성인이 되어 대학교에 가서도 적응하지 못해 제멋대로 관두고는 홀로 어린 시절 나고 자란 곳으로 무작정 내려와서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 군대를 나온 이후에도 잠시 간의 대학생활을 거치다가, 마지막으로 철학과에 갔을 무렵부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험"이 시작되어,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 년간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영적인 시험의 길들과, 나의 현실의 문제들을 동시에 겪으면서 지금까지 나아오고 있다.
내게 세속적으로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럴듯한 학력도, 경력도, 이름도, 명예도, 결실도 없다. 오히려 나 스스로가 상처를 받았으며 또한 어리고 어리석었던 탓에 무수히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상처투성이의 죄 많은 영혼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속죄하면서 지금까지 시험을 치러오고 있다. 여전히 속죄는 끝나지 못했고, 아마도 평생을 걸쳐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증거이다. 나의 증거는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고, 웅장하고 거대하지 않다. 나의 증거는 나의 오랜 외로움과 슬픔과 쓸쓸함과 허망함이다.
그럼에도 지금, 나는 모든 희망과 가망과 가능성들이 완벽하게 무너진, 그야말로 완벽한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내게 주어진 은밀한 사명을 수행하고, 또한 이렇게 글을 쓰면서, 홀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성령께 충성하면서, 이리 걸어오고 있다. 이것이 나의 고백이자 증거이다. 내가 이리 나아갈 적에, 나는 반드시 시련과 고난을 겪은 만큼 자라나고 성장할 것이다. 고통을 겪은 만큼 나의 영과 영혼은 성장할 것이다. 이것 하나만큼은, 아버지께서 내게 해주신 가장 소중한 "면류관"을 닮은 언약이기 때문이다.
어중간하게 강한 힘이나 능력이나 영체들은, 강하고 높은 사람을 선택하여 자기를 드러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가장 높고 완전하시며 또한 절대적인 권세와 영광을 거느리신 분이기에, 오히려 가장 약하고 가난하고 낮은 자를 선택하시어, 그에게 임하시며, 그와 거처를 함께하시며, 그와 함께 십자가를 지는 여정의 하루 하루를 함께하신 끝에, 가장 고귀하고 영광스러운 그분의 역사를 이루실 것이다.
나는 나의 의로움을 자랑하려는가? 아니면 나의 가난함을 자랑하려는가?
그 질문의 응답에 따라서, 그분께서 누구에게 임하시되 누구에게 임하지 않으시는지가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