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침묵도 신의 응답이며, 신의 부재도 신의 임재이며, 신의 역사하지 않음도 신의 역사이다. 결국 진리는 고요함 가운데에서 드러남으로 말미암아 드러나지 않음을 지향하는 것. 새삼 이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올해의 길고 고통스러웠던 여정 끝에서, 이렇게라도 마침내 평화의 문을 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집 근처의 일자리를 구했다. 비교적 적게 일하고 필요한 만큼의 생활비를 여유 있게 벌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일자리다. 내 욕심대로 상황이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서 억지도 부렸고 무리도 했고 발버둥도 쳤지만, 오히려 그러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하늘의 뜻에 순응하는 것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믿는다. 오쇼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께 대한 진정한 순종은 오직 반역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으로서 지난 수 년간 내 힘으로 상황을 통제하려 했던 것들과, 내 머리로 지식을 쌓고 계획을 세우고 억지로 밀어붙이려 했던 허망한 것들이 모두 다 완전히 종결되었다. 이번의 나의 간절한 질문에 그분은 1) 지금은 때가 아니며, 2) 나 자신의 영적 성장과 치유, 회복에 힘쓰되, 3) 홀로 조용히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시는 것으로, 내게 응답해주셨다. 오히려 이것이 나의 영이 바라던 일이고, 나의 영혼이 이끌리던 것임을 느낀다. 내게는 이제 고요한 피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억지로 끌고가려 했던 부질없는 시도들을 온전히 다 내려놓을 수 있어서 마음이 무척이나 편안하고, 이 다음의 문은 이제 천천히 열리거나, 언제 열리더라도 별로 상관이 없어졌다. 이제 내 삶을 그분께 온전히 내어맡길 수 있게 되었다.
두 차례의 바깥의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들을 통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비록 나 자신은 스스로 별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느낄지라도, 세속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할 적에, 어떤 "존재감"이랄까, "진동수"랄까, "에너지"랄까...... 그러한 것이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그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세상과 나 사이에 내 예상보다도 훨씬 더 아득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 삶이 내게 결국엔 구원이었고, 평화이자 기쁨이었기에, 나는 다만 그 홀로 있음 가운데에서 이제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되 다만 고요하고 평온하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함부로 허락되지 않은 진리를 드러내지 말라."
결국, 나의 영을 새롭게 하시고 영혼을 성화시키면서 동시에, 나를 내려놓게 하시고, 더 크신 뜻이 있으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 이것이 지난 수 년간의 영혼의 어두운 밤의 결실이자 열매일 것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한참 사회에서 기반을 형성하고 활동을 펼쳐나가야 하는 시기이니, 이 시기에 외적인 성취를 허락하지 않으신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내적인 성취에 관한 한,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를 알지 못하고 다만 나와 그분만이 아는 은밀한 역사이지만, 영적인 성장과 결실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풍성한 열매를 맺고 이루게 하신데 대해서 진실로 감사하다.
만약 나를 소중히 하지 않으셨더라면, 그분께서는 나를 일찌감치 들어올리셔서 사용하시고는 쓸모가 다하면 버리셨을 것이다. 그리하면 나는 당장의 에고적인 욕망과 공포는 충족할 수 있을지언정 결국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께서 나를 소중히 하시고 또한 나로 인하여 기뻐하시기에, 나의 에고를 낮추시고 무장해제시키는 잠시의 고통을 허락하시되 다만 나를 은밀히 보호하시고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임재하시며 역사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현상계에서 시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언젠가 내적 성취가 외적 결실로 이어질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고, 문은 열릴 것이며, 그때에 나는 평생에 걸쳐서 준비해왔던 것들을 세상에 펼쳐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내가 진실로 바랐던 것은 영혼을 살리고, 치유하고, 성장하며, 인도하는 일이다. 일의 종류나 형식이나 내용 같은 건 전혀 상관이 없다. 그것은 때가 되면 이루어질 일이고, 문이 열릴 일이다.
마침내 평화가 회복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여정이었고, 또한 시간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를 통하여 그분께서 이루신 이 "승리"를, 이제는 온전히 받아들이고 향유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