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것

by 생명의 언어


늦은 새벽, 잠이 오지 않는다.


중요한 시기에서 내게 주어진 분기점 앞에서, 내 욕심대로 상황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시기에 주어진 순리와 흐름에 순응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정하신 집안의 가훈이 "물 흐르듯이 살자"였고, 그것이 천명에 대한 순응이라는 것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발악과 발버둥이라도 쳐야지만, 겪어야 할 과정들을 최소한으로 겪으면서 다음 단계의 흐름에 보다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을 지나면서 개인적인 삶의 문제들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내렸고, 그것들 중 일부는 실행했고, 나머지는 날이 밝고 새로운 주가 찾아오는 대로 하나씩 차근차근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에고가 두려움, 공포, 불안에 의하여 욕망하고 통제, 억압하려는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다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야 할 일들을 대처해나가되, 나의 영혼이 이끌리고 공명하는 방향대로 그리 나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지금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내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 슬픔, 상처, 고통 등은 결국에는 나를 내려놓고 내 안의 신성을 일깨우며, 신에게 가까워지고 하늘의 뜻에 따라 인도받는데 있어서 필연적인 성장통이다. 지금은 올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이고, 냉정히 말해서 나는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으며, 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문은 열리지 못했으며, 지금은 전선에 나설 때가 아니다. 그것이 이번 시기에 결국 내가 받아들여야 할, 길고도 고통스러웠던 올해의 마지막 고난이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다행히도 내게 살 길을 한 차례 다시 한 번 열어주시고 연장해주시었으니, 다만 나는 그것에 감사하면서, 올해 겨울을 안식의 시간으로 삼고자 한다.



생존이라는 코 앞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 그리하고 나니 그 다음 문제, 아니 과제가 나를 맞이한다. 그것이 내게 묻는다. "너의 의지는 어디로 향하는가? 너의 영혼은 무엇에 이끌리는가? 너의 영은 이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나는 여전히 신을 사랑하고 신성을 열망하며 진리로 인하여 기뻐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간에 영적인 일을 하고자 하며, 이것은 결국 가능한 많은 영혼들을 일깨우고 성장시키고 치유받도록 하는데 나의 능력과 힘을 사용하고 펼치는 일이다. 그것을 오래 전부터 갈망해왔다.


그리고 지난 수 년간, 특히 올 한 해 동안, 내 스스로 설계하고 계획하고 추진했던 모든 것들은 하늘의 뜻에 따라서 여러 차례 완벽하게 다 실패했다. 그 "소거법"으로 인하여, 그나마 지금 시기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무엇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인도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되, 내가 이 다음 단계에서 영적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내 의지와 완벽하게 무관한 일이며, 신께서 이루시는 일이다.


다만 이제 이 "전환"이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당분간은 정말로 내 자신을 되찾고 회복하고 치유하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그래야 종종 있을 한두 명의 영혼이라도 돌보고 이끌고 인도할 수 있을 터이니.



새벽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깊은 시간들을 통과하여 지나오는 것은 나의 오랜 업이었다.


이제는 부디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모두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리도 오랜 시간 시험을 거쳐왔음에도, 여전히 내 안에는 아직 정화되지 못한 것들이, 성화되지 못한 것들이 그토록 많이 남아 있단 말인가. 새벽을 지나보내면서 문득 완벽하게 홀로라는 사실이 실감된다. 막막함도 슬픔도 외로움도 아니다. 그저 이 시험을, 신께서 내게 주신 시험을, 내가 어떻게든 홀로 감당해나가고 있으며, 또한 이 과정에는 신과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개입할 수도 의지할 수도 없다는 진실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제 연말이 다가온다. 부디 지금의 이 시간들이 무의미하고 헛된 결과로 귀결되지만은 않기를, 훗날 뒤돌아봤을 때 이 모든 것들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이해하고 또한 기뻐할 수 있기를, 그것 하나만은 결국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채로 신께 기도하며 하늘을 우러른다.


삶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 쉽지 않다.


새벽의 시간이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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