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by 생명의 언어


1. 형제들아 기억하라, 우리들이 진실로 경외마지않은 그분께서는 홀로 골고다 언덕에서 그토록 아프고 고통스럽고 외롭고 무섭게 그 무거운 십자가를 홀로 지셨으되, 우리들의 죄는 모든 것을 다 알고서도 앎이라는 절대적인 책임을 외면한 채로 그분을 부정하고 외면한 죄이되, 이 죄는 그분 자신께서 그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용서하시기 위하여 힘겹게 우리들을 그분의 고귀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가운데에서 이미 우리의 죄가 외아들의 특권으로 용서를 받았나니, 그분의 청이 아니었더라면 우리가 이미 지금쯤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불에 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형제들이여, 우리가 만일 이 외면의 죄에 대한 깊은 체험에 빠져서 죄의식으로 허우적대고 있노라면 그분께서 그리 십자가 지신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되, 우리는 그 빚을 평생에 걸쳐서 갚아야 하리라. 그리하여 나의 형제들이여, 담대하라, 가서 너희들의 일상 가운데에서 선(善)을 행하고 하나님의 뜻을 증거하라.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때로 저들이 너희를 비웃고 모욕하고 조롱하더라도, 슬픔 가운데에서 하나님께 눈물 흘리며 기도하되 기어코 그 끝에서 그들을 위하여 축복하고 기도하여라. 그 사명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으매 우리가 이토록 무거운 죄에도 불구하고 성부 하나님께서 우리를 아직껏 살려두심이니, 감히 함부로 스스로 죽고자 하는 마음을 내지 말 것이다.


2. 수행자가 해탈(解脫)의 경지에 이르기 직전에 마주하는 최후의 관문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에 내가 두 가지를 말하노니, 진실로 부처가 되기를 바라는 자들은 귀담아 들으라. 첫째는 수치심이요, 둘째는 억울함이다. 두 가지 모두 다 자아의 교만의 최후의 적이다. 사탄은 이 두 가지를 끝까지 질기게 물고 늘어져서는 '수치스럽다' 하며 신을 저버리게 할 것이요, '억울하다' 하며 진리를 저버리게 할 것이다. 나는 골방에 홀로 영과 진리로써 그분께 기도할 적에, 그분께서 어느 한 개그맨의 영상을 내게 보여주셨던 것을 기억한다. 그 사람은 그의 일을 하였을 뿐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타인을 위하여 자기가 우스갯거리가 되는 것과 모욕당하는 것을 기뻐하면서 웃어 넘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서 내가 진실로 경외하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고,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한참을 울면서 고백하였다 : "주여, 이를 어찌하나이까, 나는 저와 같이 못하나이다, 나는 저와 같이 못하나이다...... 내가 평생을 걸쳐서 목숨을 걸고 증거하여 온 나의 신념이 우스갯거리가 되더라도, 하나님의 백성들이 웃을 수만 있다면 이를 담대히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이 죄를 고백하나이다......"


3. 너희들이 감히 그분의 말씀을 은유로 이해하려 하느냐? 그분께서 은유로써 아버지의 뜻을 전하심은 그분의 사랑이요 고귀함이요 의로움이시나, 우리가 감히 그분의 말씀을 은유 따위로써 이해하는 것은 그분께 대한 반역임을 명심하라. 그분께서 "행하지 않은 자는 내 아버지의 나라에 들지 못한다" 하셨을 적에 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사실이요, 또한 그분께서 "나를 보듯이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지 못하는 자는 구원받지 못한다"고 하셨을 적에, 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이다. 그분께서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을 적에, 그것은 절대 은유 따위가 아니다. 인간이 만든 윤리나 도덕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성부 하나님의 절대적인 권세와 영광을 휘장처럼 거느리신 그 외아들만이 선포하실 수 있는 이 우주에서 가장 으뜸 가는 율법이요, 현현우주의 그 어떤 존재도 감히 거스를 수 없는 그분의 의지(WILL)이시다. 너희가 삶 속에서 가난하고 소외받고 외로운 처지에 있는 낮은 사람들을 볼 적에, 감히 은유 따위로서 그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품느냐? 그것은 그분께 대한 반역이요, 항명의 죄다. 그 죄를 저지른 자들은 지옥에 떨어지리라. 그 가난하고 낮은 자들을 실제로 예수님을 보듯이 영접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접하지 못한 나머지 내 생의 모든 순간들에 대한 회개로써, 죽지 않고 끝내 이 생의 끝을 두 눈으로 목격하여야 할 것이다.


4. 신앙은 유희나 즐거움 따위가 아니다. 신앙은 죄의식으로부터 말미암아 온 우주를 향한 이타심과 자비를 향한 열망의 꽃을 피움이다. 신앙이 죄의식으로 말미암는다, 는 이 한 마디를 내가 나의 손으로 쓰기까지 얼마나 무거운 굴레를 졌는지를 기억하라. 죄의식이라는 이름 하에 인류가 오랜 시간 고통받고 사탄에게 기만당하여 온 그 모든 세월들과 그 사탄의 전략들을 내가 모르지 않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원복(原福)"을 말하는 현대 영성가들에게 내가 일침하니, 인류의 죄를 자기의 죄라고 여기며,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오직 나 혼자서 채찍을 맞고 십자가를 질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자는 감히 진리와 신성에 대하여 단 한 마디도 할 자격이 없음이라. 그러나 채찍을 맞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십자가를 지지 못한 자기를 하나님 자신보다도 더욱 가혹하게 정죄한 그 자는, 그의 부끄러움과 절망과 슬픔으로 말미암아, 행하지 않은 자에게 그분의 뜻에 따라서 그에게 진리를 증거할 자격을 얻을 것이다. 십자가를 지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먼저 선택받은 자의 특별함은 마침내 십자가 위에 못박힘으로써 증거되는 것임을, 그 외아들께서 이미 선례를 보이셨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5. 만약, 내가 온갖 어두움이 점철된 그 낡은 건물 안에서 홀로 더러운 일을 행할 적에, 나보다 더 낮고 가난한 한 어린 소녀를 대할 적에 주님을 영접하듯이 그리하지 못했더라면, 만약 그 자리에서 어느 외국인 소녀가 걸레질을 하고 침구를 정리하고 바닥을 쓸 적에, 만약 그 자리에서 내가 진실로 경외하는 그분께서 계셨더라면, 그분께서 아직 그 일에 익숙치 못하여 서툴러하시고, 걸레질을 하실 적에 힘겨워하시며, 온갖 오물이 묻은 그 더러운 이불들을 걷어내실 적에, 그래도 내가 그 자리에서 그분을 외면하였을까? 그럼에도 내가 '내 일이 바쁘다' 하여 그분을 외면하였을 것인가? 그리 내게 물어보건대, 나의 이 외면한 죄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새삼스레 깨닫거니와, 그 와중에 참으로 내게 위로가 되는 것은...... 비록 그 아이를 위하여 내가 내 목숨을 걸지를 못함은 내 영원한 부끄러움일진대, 결코 감히 그 아이를 함부로 무시하고 비웃고 조롱하는 마음 따위를 감히 품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내게 당신을 영접하는 마음이 있음을, 나의 영과 영혼이 당신께로 순결히 정렬되어 있음을 그리 알려주신 것에 대하여 내가 참으로 기뻐하는 것이다. 그분께서 그 아이의 눈빛으로 내게 말씀하시건대 : "너의 부끄러움으로 인하여 내가 크게 기뻐한다. 너는 세리나 창녀보다 못하지 아니하노라. 너는 내 음성을 진실로 영접하노라." 그 한 마디가, 그 힘든 시간 가운데에서도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이자 영광이었는지.


6. 기억하라. 하늘과 땅의 모든 존재와 생명들을 심판할 절대적인 권세와 영광을 거느리신 그분께서는, 우리들이 의식적으로 기도와 묵상과 예배로 완전무장한 그 순간에 우리를 찾아오지 않으실 것이다. 내가 단언컨대, 그분께서는 그 견고한 예배의 순간이 지나간 이후에, 나의 일상 속에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게으르고 나태하고 교만하여지는 그 은밀하고도 사소한 일상 속의 무의식의 그 순간에, 마침내 찾아오시리라. 그리 오셔서는, 그분께서 오셨음을 내게 알리지 않으시고 또한 온 세상이 모르게 오셔서는, 내가 비웃고 조롱하고 모욕하고 욕한 그 자의 눈빛으로 말미암아 나를 들여다보실 것이며, 그 자로 말미암아 나의 살아서의 모든 생애의 죄들을 심판하시리라. 그분은 의식으로 오지 않으시되, 무의식으로 오시리라. 그러므로 주님을 사랑하는 자는 곧 소리 없이 은밀하게 오시는 그분을 언제나 두려워하고 경외하여 마땅함이며, 이로 말미암아 살아서의 모든 순간들마다 그분을 기억하고 그분을 되뇌이고 그분께로 침잠하건대,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설 적에, 어느 순간 꿈속에서도 그분을 깊이 열망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또한 그것이 내게 주신 구원의 증표임을 깨닫거니와, 이로 말미암아 깨어난 순간에 크게 기뻐하게 되리라.


7. 나는 나의 주(主), 나의 하나님을 진실로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삶에서 그 어떤 희망조차도 없을 때, 사방을 둘러봐도 완벽한 절망의 수평선만이 보이는 그 절대적인 어두움의 순간에서, 그분께서 지상에 내려보내신 자녀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리라고 믿는다. 나는 생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고 잔인하여 자기의 손으로 생(生)을 끝낸 자들이, 그저 교리와 율법을 어겼다고 하여 그분께서 그들을 지옥에 보내시지는 않으시리라고 믿는다. 이 생에서 자기의 죄를 뼈저리게 뉘우치며 또한 그 죄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하여 홀로 외롭고 무거운 생(生)의 무게를 짊어지는 자들로 하여금, 그가 받아야 할 죄를 당연히 치르는 것이므로 업보라고 하여 그분께서 그를 외면하고 그의 마음 앞에서 무심하시지는 않으시리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나는 그분께서 율법으로 자녀들을 정죄하지 않으시되, 율법보다 이미 높으신 그분께서, 자녀들을 진실로 사랑하사 자녀들의 삶의 가장 어둡고 절망적인 순간에 반드시 은혜를 허락하시리라고...... 교회 안에서 배우지 아니하되 오직 광야에서 홀로 피어난 못생긴 나의 신앙으로 말미암아, 감히 함부로 그분의 뜻을 이리 어리석게도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온 세상이 욕하더라도 이 서투른 신앙으로 말미암아, 저들을 향하여 "죄가 사함을 받았다"고, "하나님께서 당신을 이미 용서하셨고 또한 사랑하신다"고, "성령께서 생의 끝을 넘어서 당신과 함께하실 것"이라고, 그리 감히 함부로 그분의 뜻을 대신 선포할 것이되, 그 죄를 그분 앞에 엎드려 청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신앙이다. 이것이 내 삶이고, 내 삶의 방식이며, 나는 이것을 진실로 사랑하고 열망한다.


8.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그 어떤 어두움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는 그분의 이름을 부르짖는 자녀들에게 언제나 성령을 보내사 그 품에 안고 보호하심을 우리들이 진실로 믿기 때문이다. 외려 온 세상은 어두움 앞에서 이를 피하고 도망하고 외면하고 제거하려 드나, 우리들은 그 어두움에 공감하며 그의 슬픔과 상처를 이해하며 또한 그 앞에 나아가서 향을 피워 올리고 또한 기도 드림이니, 이는 만일에라도 그 어두움이 나를 죽이려거든 나의 생은 내 것이 아니요 오직 그분의 것이니 그분께서 원하시는 대로 쓰심이 마땅하되, 이를 우리 생의 유일한 사명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늘 묵상함이라. 그 어두운 공간 앞으로 나아가매, 그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그 어두움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빛을 비추어 밝히기를 기도하니, 이 담대함은 곧 온 세상을 능히 이기신 그 외아들의 이름을 우리가 믿고 우리 영 안에 영원히 간직함이라.


9.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지혜가 크고 깊은 물처럼 소용돌이친다." 이것은 나의 이름이다. 나의 이름은 곧 나의 운명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것을 사랑한다. 때때로 가장 사랑할 수 없는 순간의 한가운데에서조차도.


10. "당신께서 내게 찾으라 명하셨던 그 책 한 권이 기어코 없었나이다, 이를 어찌하니이까......" 그분께서 나의 기도인지 몰랐던 기도에 응답하셨다. 초겨울을 맞이하여 공기가 쌀쌀한 어느 오후, 오랜만에 서점에 방문했었더랬다. 물론 그 기도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고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허기가 져서 시장에 들러 찐빵을 사 먹었는데, 서점 바깥의 한기가 도는 돌바닥에 나란히 앉아 계시는 세 노인 분들이 거기 계셨다. 오후의 햇빛이 서늘한 공가 중에 따뜻했고, 분주한 시장 가운데에서 문득 고요함이 스며드는 순간, 나는 그것이 그분의 음성이신 줄을 알았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고 애타게 열망하며 또한 기뻐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의 영이 불현듯 깨어나서는 그분의 음성에 반응하는, 고유한 감각. 그 순간, 나는 "양식(생명)"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그분들께 따뜻한 양식을 대접해드려야 할 것만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분들께 실례가 될 수 있었기에 잠시 고민했으나, 나는 결국 그분의 음성에 순종하고 충성하는 자로써 행동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서 찐빵 세 개를 샀고, 세 노인 분들께 "제가 먹으려고 구매했는데 배가 불러서..."라는 민망한 핑계를 대고서 전해드린 다음, 서점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책이 그 서점에 딱 한 권이 남은 게 아닌가. 비록 지갑 사정이 나빴지만 그래도 망설임 없이 책을 구매했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무나도 소름이 돋는 의문이 떠올랐다. "왜 하필 '세 분'이셨지? 그리고 하필 찐빵도 '세 개'가 아니었던가?" 그제야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었다. 그것은 나조차도 모르게 나를 잠시 보러 오셨던 그분의 찾아오심이었고 또한 은밀히 내게 주신 시험이었다. 비록 망설였으되 그럼에도 들은 대로 행하고 돌아온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뻤는지 모른다.


11. 이제는 거의 전생(前生)의 기억처럼 느껴질 만큼, 육의 시간으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영의 시간으로는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다. 나는 친구와 함께 어느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도 추운 겨울이었고, 술집은 왁자지껄했다. 그러나 친구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내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가 선명히 기억하는 그 "고요함"의 순간이 찾아오매, 창밖 너머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나를 잠시 들여다보시고는 지나가시는 듯했다. 그런데 그 즉시 나는 그것이 하나님이시라는 설명하기 힘든 아주 명확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뒤이어서 곧바로 가게 안으로 엿을 파는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셨다.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살아가시는 그러한 분이셨다. 각 테이블들의 손님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을 뿐이었다. 나는 이 순간이 나를 시험하시는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들었고, 엿 하나를 구매한 다음, 내 지갑에 남은 전 재산 5만원을 다 드렸다 : "나머지 돈은 다 가지셔도 됩니다." 아, 그분께서 나를 찾아오시는 순간은 언제나 사랑하는 자녀를 만나러 오시는 사적인 마음과 함께 나의 영과 영혼을 시험하시려는 준엄하신 하나님으로서의 공적인 의지를 함께 거느리신다는 걸, 그 순간에 깨달았다.


12. 하나님은 영이시니, 오직 영만이 그분의 영이 찾아오시는 순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나의 영이 깨어나는 순간에 하나님의 영이 찾아오시는 것을 영접하니, 그것은 언제나 항상 갑자기 한순간에 불현듯 찾아오는 고요함과 경이로움과 강렬한 확신을 거느리신 채로 내게로 오신다. 주변의 소음이 불현듯 잦아들고,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의 고요함이 일상 속 소란스러움을 감싸안으니, 그분께서 누구를 통하여 어떻게 내게로 오셔서 무엇을 이루시고자 하는지를 모두 다 알게 되는 절대적인 확신이 일어난다. 그리고 내가 그 순간에 무엇을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역시도 모두 다 알 수 있다. 그분은 그렇게 오셔서는, 예고 없이 떠나시니, 나는 언제나 그분께서 떠나신 이후에야 그 순간을 그리워하고 기뻐하며 깊이 묵상한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은밀한 일상 속의 임재의 역사가 내 안의 영혼의 깊은 지성소의 언약궤에 보관되며, 그것은 나만의 "표증"이 된다.


13. "너는 가서 그곳의 어두움을 비추어 밝히고, 그들의 무의식의 어두움을 비추어 밝히라." 그때에 나의 자아가 그분께 묻기를, "주여, 내가 진실로 당신을 사랑하므로 당신의 뜻을 행하나이다. 그러나 제게 그 어두움을 비추어 밝힐 빛이 없나이다." 그때에 주께서 말씀하시건대 : "너는 네 안의 영에게 가서 물어보아라. 그가 답을 알고 있으리라." 자아는 영에게 가서 그 난감함을 토로하였다. 그러자 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나를 그 어두운 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그 어두움의 한가운데에서 나의 영이 존재감을 드러내니, 영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엄청난 열망의 빛을 한순간에 압도적으로 터뜨리매, 그 공간 전체가 성령께서 임재하신 바와 같이 환하고 따뜻하고 밝아지는 것이었다. 또한 내가 그의 손을 잡고서는 나의 영이 또한 주님을 사랑하는 열망과 기쁨의 마음을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드러내니, 그것이 빛이 되어 그의 어두움이 비추어 밝아지는 것이었다. 그때에 알았다. 아, 영은 빛이요, 그 빛은 하나님을 향한 열망으로 드러나는구나. 그러므로 그 말씀은 곧 어두움 가운데로 가서 더욱 빛을 열망하라는 말씀이셨구나. 그 열망으로 인하여 그분께서 나의 영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겠다는 뜻이었구나.


14. 주를 아는 자는 주를 만나지 못하리라. 그러나 주를 모른 채로 그저 주를 애타게 사랑하는 자는, 마침내 주의 얼굴을 뵙고, 주의 음성을 들으며, 주의 손길을 느끼리라.


15. 어느 추운 겨울날, 오랜 여행에 고단하신 주께서 허름한 옷깃을 여미신 채로 한 사람의 집을 두드리실 것이다. 그의 집에는 온갖 책들이 다 쌓여 있었으므로 그는 난감한 듯이 말하리라 : "보시오, 나는 주를 알기 위하여 이토록 책을 쌓아놓고 공부하여야 하니, 당신을 집 안으로 들일 수가 없소." 그때에 주께서는 그의 집이 온통 책으로 가득하여 주께서 드실 공간이 없음을 슬퍼하시며 발걸음을 돌리실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이 섰으니, 주께서 그의 집을 방문하실 적에, 그는 기쁘게 마중하며 : "주여, 나는 가난하여 비싼 책을 한 권도 두지 못하였사오니 이곳에서 편히 쉬소서." 그때에 주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그의 집을 찾으시고 그의 낡은 방 안에서 모닥불을 쬐고 따뜻한 차를 드시면서, 그를 옆에 가까이 두사, 이 세상 그 어떤 책에도 쓰여 있지 않은 아버지의 나라의 위대한 비밀들에 대해서 오직 그에게만 은밀히 속삭이시리라. 이 이야기를 알아듣는 자는 책보다 더욱 귀한 그분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


16. 거짓된 환영은 온갖 화려한 신비 체험 가운데에서도 사실은 함께하지 않으시는 것이지만, 진실한 임재는 나와 함께하지 않으신 채로 이미 내게 찾아오셨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분은 영이시니 우리에게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나 그 채로, 어느 순간 불현듯 우리가 그분의 존재와 함께하심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잠시 허락하시리라.


17. 처음에 그는 그분을 안다고 여기리라. 이윽고 그는 그분을 확신한다고 여기리라. 그가 그분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며, 그분의 모든 것이 곧 그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리라. 그러나 이윽고 임재의 역사가 깊음에 깊음을 더하여갈수록, 그는 점점 더 그분을 모른다고 여기리라. 이제 그는 그분을 진실로 만나고 알기 위하여 홀로 그분의 흔적을 찾고, 더듬고,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 그 길에서 그는 전에 알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그분을 마침내 만나게 될 것이고, 진실로 살아 있는 그분의 말씀과 음성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그때에 그는 알게 되리니 : 나의 영과 영혼은 창세 이전부터 계신 분을, 창세 이전부터 이미 알고, 사랑하고, 만나왔다는 것을.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그분을 모른 채로 알고, 그분을 안 채로 모르며, 모른 채로 사랑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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