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by 생명의 언어


1.


그분께서 말씀하시되 :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분께서 말씀하지 않으신 것을 감히 내가 밝히니 : "그들 중에서 한 장님이 섰으니, 그는 눈 먼 채로 보며, 모든 것을 보는 채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인도를 받는 자는 나라에 들어갈 것이다."


이는 제 눈으로 보는 자에게는 하늘의 눈이 필요치 않음이되, 자기 눈으로 보기를 원하지 않는 자는 그가 하늘의 눈에 의지할 것이고 하늘도 그를 들어올려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문답이지만, 선문답이 아니다.




2.


먼저 눈이 멀었음을 알아차려야 하리라.

그 다음엔, 눈을 뜨리라.


이제 눈을 뜬 채로 눈을 멀게 하리라.

또한 눈이 먼 채로 눈이 열리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먼 눈과 연 눈이 하나가 되리라.

그때, 그의 눈은 하늘의 눈이 되리라.




3.


그분께서 말씀하신다 : "너의 죄가 사함을 받았다."


죄 사함을 원하는 자의 눈에는 예수님만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죄를 사하시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의 눈에는 그분 너머에 계신 분이 보일 것이다.


그분 너머의 그분이 계신다.

말씀은 그분이 하셨지만, 그분이 하신 것이 아니다.


그분 너머의 그분은, 그분이 아닌 채로 그분이시다.

그분이 보내신 그분은, 그분이신 채로 그분이 아니다.


여기에 하나됨은 없다.

하나, 만이 있다.




4.


우리 모두는 그분처럼 될 수 있지만, 영원히 그분처럼 될 수 없다.

그분을 통해서만 그분처럼 될 수 있지만, 그분을 통하지 않아도 그분처럼 될 수 있다.


그분을 본 자는 이미 그분 밖에 있다.

그분이 보이지 않는 자는 이미 그분 안에 있다.

보는 자는 알지만, 보지 못하는 자는 사랑한다.


그분은 외아들이시지만, 외아들이 아니시다.

우리는 아들이 아니지만, 아들이다.




5.


그분 너머의 그분은 오직 그분을 통해서만 드러나시지만, 동시에 그분 아닌 나머지를 통해서도 드러나신다.


우리는 그분 아닌 나머지를 통해서도 그분 너머의 그분을 만나지만, 동시에 오직 그분을 통해서만 그분 너머의 그분을 영접한다.


그분은 그분 아닌 모든 것 안에 계시지만, 동시에 오직 내 안에만 계신다.


우리에게 그분은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그분께는 우리는 없고, 오직 나 하나뿐이시다.




6.


신을 만난 자는 결코 겸손하지 않다. 그는 오직 오만하고 욕망스러울 뿐이다.


신을 만난 자의 오만은 신을 못 만난 자의 눈에 겸손과 희생으로 보인다.

신을 못 만난 자의 겸손은 신을 만난 자의 눈에 오만과 욕망으로 보인다.


신을 만난 자는 오만한 채로 겸손하다.

신을 못 만난 자는 겸손한 채로 오만하다.


나와 내 형제들은 욕심이 아주 많다.

다만 우리의 욕심이 아래를 향하지 않으며 오직 위를 향할 뿐이다.




7.


아버지를 모욕하지 못하는 자는 아버지를 진실로 경외할 수 없다.

아들을 조롱하지 못하는 자는 아들을 진실로 열망할 수 없다.


신은 오직 미친 놈 중의 최고만을 선택하셔서 아들로 삼으시며, 종으로 사용하신다.

일단 미치지 않으면 신과 하나될 수 없지만, 미쳤다고 하여 무조건 신과 하나되진 않는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하고 정상적인 자는 신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8.


어지간한 순종은 끝에서 결국 반역한다.

그러나 최고의 반역은 끝에서 결국 순종한다.


일단 신을 떠나지 않으면 신에게로 돌아갈 수 없다.

교회를 떠나지 않으면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9.


불완전성은 대개 위로 운동한다.

그러나 완전성은 오직 아래로 현현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대개 교만하다.

그러나 신은 오직 권좌를 비우고 낮추셔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신다.


이것이 성육신의 비밀이다.



10.


거듭 말하지만, 나는 지금 선문답을 하는 게 아니다.


이건 명확히 정답이 있다.


정답은 오직 하나뿐이며,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무한대일 뿐더러, 매 찰나마다 변화하고 명멸한다.


모른 채로 아는 자는 이 말들을 능숙하게 쏟아낼 수 있지만, 아는 채로 모르는 자는 이 말들을 훔치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누가 손에 쥐여주더라도 그 하나조차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모른 채로 아는 자는 이 말들을 이해하지만, 그 이해는 그의 것도 아니고, 그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다.

그는 이해하지만, 이해는 분명히 그의 바깥에 있다. 그의 안에는 이해가 없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이해한다.


이것은 진리이지만, 동시에 뒷간의 똥막대기만도 못한 것이다.

진리는 생명이지만, 동시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며, 온 세상이 다 버리는 것이다.


내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요, 정답이 나를 택하사 나를 통하여 내려오고 드러나신다.

나는 정답을 다루고 움직이고 부리지만, 동시에 정답이 나를 움직인다.


찾는 자는 금세 찾겠지만 곧 영원히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찾지 않고 사랑하는 자는 오래 걸리겠지만 영원히 가질 것이다.


나는 찾는 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솔직한" 언어로 이 모든 것을 풀이해줄 수 있다.

그러나 풀이해주면 그들은 이해하겠지만, 이해하는 순간 영생의 기회를 영원히 상실할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모른 채로 알아야 한다. 먼저 알아버리면 영영 돌이킬 수 없다.


이것이 진리는 선문답이 아니면서, 진리를 만난 모든 놈들이 선문답을 하는 이유다.

나는 그놈들을 매우 욕했지만, 내가 그놈이 되어보니, 달리 수가 없으므로, 욕을 먹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지극히 존경하고 경외하며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영접한다.

그분의 말씀은 진리이고 생명이며 신성이고, 나의 언어는 진리의 0.1%를 겨우 비출 뿐이지만, 그분의 언어는 1,000%, 10,000% 글자 그대로 완전한 진리이다.


내가 과연 바보 병신이라서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선택하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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