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

by 생명의 언어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히11:1)


남성성은 분석하고 따지고 검열한다. 기준에 적합한지 아닌지, 자격에 드는지 아닌지, 등. 이성의 칼날을 들이대어, 자르고 베고 쪼개고 나누고 상처 입힌다. 결국, 최종적으로 "의롭다"는 결과를 겨우 얻게 되더라도, 이미 그는 온몸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기 일보 직전이 된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다. 나의 에고는 이성과 논리성과 합리성의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단단하도록 태어났다. 타인의 허점과 결점 등을 따지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내게 숨 쉬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다. 그의 죄와 실수와 잘못을 낱낱이 분석하고 구조화하고 체계화하여 논증하는 것 또한 매우 쉬운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죄인지를,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25:40) 사람들은 하나님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고도 어처구니가 없다.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내 손에 만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를테면 공기도 똑같이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나, 공기가 존재한다는 것과, 공기가 없으면 자기가 죽는다는 것은 믿는다. 왜냐하면, 공기는 인간의 좁고 유한한 이성과 관념 하에서 이해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이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하나님은 인간의 유한하고 열등한 정신과 의식 수준 하에서 이해될 수 없는 분이시며, 따라서 그들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대신 비웃음과 외면 따위로 애써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내게는 그 무의식적인 기제가 다 보인다.


그러나 내가 말한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어서 신 앞에 설 것이다. 나는 지금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할 뿐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건 각자의 선택이고 자유다. 그러나 나는 본 것을 말하며, 목격한 것만을 증거하는 증인이다. 스스로를 돌이키건대, 그날에, 그분 앞에 홀로 서서 심판을 받을 적에, 과연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이 나의 구원의 증거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돌아본다면, 자신이 얼마나 죽을 준비가 되지 못했는지가 처절하게 자각될 것이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전능하신 분께서는 자비롭고도 공정하사, 그가 알아듣지 못할 복잡하고 어려운 기준으로 심판하지 않으시며, 다만 그가 살아 평생에 행하였던 그대로를 돌이켜 그의 영혼 앞에 심판의 저울을 내미시니, "너는 살아서의 삶에서 어떻게 행동하였느냐? 행한 대로 받게 될 것이니라. 너는 살아서의 삶 속에서 타인을 어떻게 대하였느냐? 네가 그들을 대한 그대로, 여기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니라. 너는 살아서의 삶 속에서 자기를 낮추되 타인을 사랑하였느냐, 아니면 타인을 이용하여 자기를 높였느냐? 곧, 모든 것을 그대로 받게 될 것이니라." 내가 지금껏 살아온 대로 살게 될 것이요, 내가 지금껏 대한 대로 대우를 받게 될 것이요, 내가 지금껏 타인을 심판하였으면 심판당할 것이요, 타인을 사랑하였으면 하나님께로부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얼마나 명료한가.


나의 이성과 합리성과 논리와 지식과 능력 따위로 타인을 따지고 분석한다면, 죽어서 하나님 앞에 섰을 때에 그분 또한 나를 그와 같이 분석하고 재고 검증하실진대, 그로부터 내가 살아남을 길이 없을 것이다. 내가 나의 능력과 힘과 재주 따위로 타인을 멸시하고 부끄럽게 하거든, 내가 죽어서 그분 앞에 섰을 적에, 그분의 압도적인 권세와 영광으로 내가 그와 같이 부끄러운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내 말이 매우 유치하고 뻔한 종교적인 수사처럼 들리는가? 유감스럽게도 이것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영혼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 지극히 뻔하고 유치한 말이라도, 영혼으로 깨우치게 된다면, 그는 절실하게, 간절하게 이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감히 그와 같이 오만하고 위험천만하게 살 수가 없다. 나의 죄성이 끊임없이 그와 같이 되돌아가려고 발악하더라도, 나는 한평생 빛을 향하여 돌리고 또 돌아설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하고 싶다.


살아서, 선을 행하라. 타인을 자비와 사랑으로 대하라.


그대들은 죽음이 무섭지도 않은가. 죽어서, "혹여나" 신 앞에 섰을 적의 자기 모습이, 아찔하지도 않은가.


도대체가 어찌 그리 겁을 상실했단 말인가.




만약 타인을 사랑으로 대하기로 결심하고, 오만한 지성을 내려놓고 순진한 사랑으로 타인을 축복하기로 결심하였다면, 그는 처음에는 자기의 차가운 지성이 끊임없이 그와 같이 낮아지고 따뜻해지는 것을 끝없이 방해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마라. 성령께서는 처음부터 따뜻하게 태어난 자보다, 태어나기를 차갑고 냉정하게 태어났으되, 오직 선함과 따뜻함과 온화함을 간절히 열망하여, 수없는 실패 가운데에서도 오직 그리되기만을 절실히 소망하고 행하는 자, 그 자로 인하여 크게 기뻐하시리니, 성령께서 함께하실 적에, 마침내 냉정했던 자가 자비를 품게 될 것이요, 냉혹했던 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이다.


내가 그 증인이다. 언제든, 필요하다면, 증인이 되어, 증거하겠다.


그리할 적에, 그는 어느 순간 상상하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그를 통하여 성령께서 임재하시고 역사하실 것이며, 그는 참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하나됨의 신비를 느끼게 될 것이다. 분명히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인데, 나를 통로 삼아 그리스도께서 드러나시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타인을 향한 나의 시선을 통하여 임재하시는 그분의 시선을 느끼게 될 것이며, 가난한 자를 대하는 나의 태도와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손을 뻗으시는 그분의 인격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때에, 그는 마침내 깨닫게 되리라 : 아, 나의 주, 나의 하나님,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께서도, 나를 이와 같이 사랑하시는구나. 저들을 향한 나의 진심이 곧, 나를 향한 그분의 진심이구나. 저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곧, 나를 향한 나의 사랑이구나. 저토록 선한 영혼들로 인하여 내 마음이 너무나도 기쁜 바와 같이, 아버지께서도 나로 인하여 이토록 크게 기뻐하시는구나.


그때에, 그 사랑 하나로, 그는 아버지를 만날 것이다. 아버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을 향하여, 이와 같이 말하게 될 것이다 : "아버지는 이런 분이십니다." 그는 아버지의 뜻을 말하게 될 것이고, 아버지의 마음을 말하게 될 것이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그가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며, 오직 아버지를 진실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분은 나의 숱한 죄를 다 알고 계시면서도,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그 죄를 꺼내신 적이 없으셨다. 모든 것을 아시는 분께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정말로 온전하시고 온화하신 모습으로만 내게 오셨다. 그분은 단 한 번도 내게 권위와 엄격함으로 나타나신 적이 없으셨으되, 오히려 내가 늘 그분 앞에서의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엄격하게 검열하였다. 내가 그분을 사랑한다 고백하고 찬양할 적에, 그분께서는 헤아릴 수 없이 크게 기뻐하셨다. 내가 부족하고 가난하여 그분의 뜻대로 행하지 못할 적에, 그분은 한 번도 내게 질책하지 않으셨으며, 다만 내가 성령의 돌보심으로 말미암아 그분의 의지대로 행하였을 적에, 언제나 항상 기뻐하시는 모습만으로 내게 임재하셨고, 일상 속에서 함께하셨다. 때때로 내가 흔들릴 적에, 불안해할 적에, 그분은 다만 조용히 임재하사 함께 계시는 것만으로 내게 모든 것을 응답하셨다. 내가 선한 영혼들로 인하여 크게 기뻐하며 감동할 적에, 나는 그들을 들여다보시는 아버지의 자비를 느꼈고, 선을 행하는 이들을 축복해주십사 조용히 기도할 적에, 가장 낮은 곳에서 임하시는 하늘의 영광을 보았다. 내가 만난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다.


아버지께서는 결코 나약하고 가난한 영혼들을, 천상의 엄중하신 심판대에 세우셔서는, 두려움 속에서 제대로 판결도 받지 못하게 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 그들의 죄에 무게추를 달고, 단 1g까지 철저하게 재시며, 그 기준에 미달되는 것들을 모두 영원한 지옥에 보내사, 불꽃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게끔 방치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나는 여전히 교리나 신학은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결코 그런 분이 아니셨다...... 그러한 아버지를,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아버지께 대한 나의 사랑을 유일한 증거로 삼아, 기도하는 것이다 : "아버지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자비로우십니다. 은혜로우십니다. 모든 영혼들을 자녀로 들이시되, 끝까지 함께하시는 분이십니다." 나는 대책없이 그렇게 증거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만난 아버지가 그러하셨기에. 아버지의 그러한 형상들에 내가 너무나도 매혹되었고 빠져들었고, 그분의 그러한 존재들이, 내게 모습을 드러내신 그러한 형상들이, 나를 너무나도 황홀하게 하였기에.


그리고 이러한 나의 믿음과 사랑이 증거가 되어, 내게 허락하신 은혜와 축복과 자비를, 내가 청하고 기도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똑같이 허락하실 것이라고, 나는 대책없고 무모하게 그리 믿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신앙이다. 어리석고도 무식하지만, 순진한, 순진해서 더 좋은, 그런 사랑.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모든 이들은 다 알게 될 것이다. 그 순간에 이성으로 행하였던 모든 것들은 전혀 통하지 아니하되, 지상에서 오직 사랑을 행한 것만이 유일하게 내 영혼의 구원을 위한 증거가 된다는 것을.


거창할 필요조차도 없다. 한 달에 몇 만원이라도 기부해라. 돈을 내기 싫거든, 일상 속에서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어라. 그마저도 여유가 없다면, 마주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너그러이 대하고, 힘든 처지의 사람들을 위하여 마음속으로 축복이라도 하라. 그것조차 못한다 하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그렇게 행한 사랑들은, 언젠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에, 하늘에서 통하는 유일한 증거요, 보물이 될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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