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순간

by 생명의 언어


그날, 밤, 별들마저도 조용히 그분께 기울어졌던 그 순간, 모닥불이 탁, 탁, 튀기는 그 소음마저도 이별의 순간을 예감하는 예지처럼 들려오는 그 고요한 새벽의 순간에서, 그는 말했으리라. 그는 자신의 가슴 깊이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을, 그분 앞에서 부끄럼 없이 고백하였으리라, 증거하였으리라, 아름답게도 찬란하게도, 밤하늘의 별을 노래하는 심정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 앞에서 당당한 마냥, 자신 있는 마냥, 그리 고백하였으리라...... 그는 말하였으리라, "주님! 모든 이들이 당신을 배신하여도, 오직 나만은 당신 곁에 끝까지 남겠나이다!" 그 말은 마치 한순간에 스치는 번개처럼, 고요한 적막을 일순간 깨뜨렸으리라. 이에 그분은 고요히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셨으리라. 그 눈동자 너머에서, 베드로의 자아(ego)를 통하여 드러나는, 감추어진 그의 부끄럼 많은 영혼(Soul)을 들여다보셨으리라. 그리하여 그는 서글프게, 또한 기쁘게, 또한 평온하게 웃으시면서, 입가에 미소를 그리시면서, 또한 그 누구도 감히 그분의 그 미소를 이해할 수 없는, 그토록 고귀하고도 쓸쓸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그토록 잔인하리만치 외롭게 웃으시면서, 그분께서는, 그 자신조차도 짊어지기 버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시는 와중에도, 그토록 잔인하리만치 영광스러우셨던 아버지의 사랑을 홀로 드높이 받으시는 그 눈물 없는 울음 한가운데에서조차도, 그저 조용히 웃으셨으리라. 그분은 베드로의 죄를 보지 않으셨으리라, 보셨으나 탓하지 않으셨으리라, 탓한다 한들 이를 문제 삼지 않으셨으리라, 문제 삼는다 한들 아버지께 그리 청(請)하지 않으셨으리라, 그리하여 그분께서는, 마치 별빛이 일렁이듯, 달빛이 일렁이듯, 은은한 불빛이 그분의 깊은 눈동자를 비추어 일렁이듯이, 그리 말씀(LOGOS)하셨으리라...... "네가 지금 같아서야 나를 위하여 목숨을 버릴 수가 있겠느냐? 너는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 부정할 것이다." 이에 베드로는 처음에 부정하였으리라, 내가 목숨 걸고서 따른 나의 스승이노라, 내가 내 생의 모든 순간을 붙잡아 왔던 그물마저도 내 형제 자매들마저도 내 부모자식마저도 다 버리고서 오직 충(忠)으로 따른, 나의 주(主),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라, 그분께서 저리 말씀하셔도 내가 기어코 그분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리라, 그리 다짐하고 또한 맹세하였으리라, "너희가 돈을 걸고서 맹세한 것은 지켜도 아버지 하나님을 걸고 맹세한 것은 지키지 않느니라"고 하신 그분의 말씀을, "나는 사람에게서 영광을 취하지 아니하노라, 그러나 너희 안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없는 줄은 알겠다"고 하신, 그분의 너무나도 쓸쓸하고 외로운 말씀을, 그리하여 더욱 영광되고도 고귀한 그 말씀을 마치 그날 밤의 모닥불의 작열음에 다 그을여버리기라도 한 듯이, 그는 잊어버린 채로 그리 되뇌었으리라. 그리하여, 깊은 밤 속에서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으리라. "너희는 어찌하여 나와 단 한 시간도 함께 깨어 있을 수가 없느냐?"고 하셨던, 그분의 너무나도 처참하리만치 잔인했던 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을 짊어지셨던 그 외로운 영광을 홀로 증거하시는 그 기쁨 어린 눈물에 대하여, 그들 중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으리라. 오직 별들만이 아버지의 의지(WILL)를 미리 예감하기라도 한 듯이, 첫째 날에 피 흘리심에 슬퍼하기라도 하는 듯이, 둘째 날의 죽음에 조용한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는 듯이, 그리하여 마침내 셋째 날에 위대한 부활의 영광을 먼저 목격하기라도 한 듯이, 서늘한 새벽의 공기 속에서, 쓸쓸히 일렁였으리라. 그리하여, 밤이 깊었을 적에, 그분의 예언이 이루어졌으리라. 그날 밤에 병사들이 번뜩이는 창칼을 들고서 들이닥쳤으리라. 그리하여 윽박지르듯이 드높인 권세로 외쳐 물었으리라, "누구냐?"고. 그분은 아버지께 대한 가장 은밀하고도 가장 고귀하신 마지막 순종의 순간을 예감하신 듯이, 아무 저항 없이, 그 모든 것을 감당하셨으리라. 그 순간에, 몰려든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베드로를 향하여 물었으리라, "너는 저 자와 한 패가 아니냐?" 그러자 그는 애시당초 스승께 맹세한 그깟 '목숨'이 아까워, 첫번째로 부정하였으리라, "나는 저자를 모른다!" 그리고 그 소란 속에서 어느샌가 다시 누군가가 외쳤으리라, "나는 이 사람이 저 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베드로는 펄쩍 뛰면서, 마치 아버지 하나님마저도 속일 수 있으리라 진짜 그리 믿기라도 한 듯이, 외쳤으리라, "나는 저 자를 모른다!" 그리하여 그분께서 "열두 군단도 넘는 천사 군단을 불러 모으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버지께 대한 외롭고도 고귀한 사랑을 홀로 짊어짐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손에 순순히 끌려가실 적에, 마지막 찰나의 그 순간에, 잠시 베드로를 들여다보셨으리라, 그의 영혼에게 무언가 말씀하셨으리라, 말씀 없는 말씀으로, 찰나 속의 영원의 음성으로, 그리 말씀하셨으리라, 그리하여 베드로는 이를 들었으나 외면하였으리라, 외면한 채로, 제가 살기 위하여 최후의 세 번째의 외침을 목청껏 드높였으리라, "나는 결단코 저 자를 모른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군중들이 그분의 꼴을 구경하러 몰려들며, 십자가에 못박히실 적마저도 그 사랑의 안타까운 기도를 행하신 후에, 결국 숨을 거두실 것임을, 그 찰나의 눈빛을 받을 적에 이미 다 영원 속에서 보았으리라, 다 지나가고, 적막만이 남은 그 무섭도록 고요한 평온 속에서, 별빛마저도 주님의 명령에 침묵한 그 절대적인 고요 속에서, 베드로는 텅 빈 방 안에서 무릎 꿇고 홀로 무너졌으리라, 홀로 무너져서는, 울지도 못하는 그 처참함 심경 속에서, 마침내 까맣게 잊어버렸던 "닭 우는 소리"가 들려왔을 적에, 그는 펑펑 울었으리라, 눈물을 쏟아냈으리라, 그토록 비참하게, 절망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마냥, 죽지도 못하는 제까짓 놈의 모가지에서 올라오는 그깟 액체 따위를 그토록 저주하면서도, 차마 어찌하지 못한 순간에, 그저 울고 또 울었으리라, 닭보다도 더 길게, 오래, 목을 빼어놓고 울었으리라, 그분의 이름을 뒤늦게 후회하며 밤새도록 부르짖었으리라......


......그러나 그 지옥 같은 생(生)의 고난들이 지나간 이후에, 그는 마침내 천국에 들었으리라. 그리하여, 오직 주님만이 먼저 아셨던 그의 처참한 그 순간을, 수천 년이 지난 어느 이름 없는 영의 묘사에 의하여 증거되었으리라.


......그날, 그 순간, 그 음성을, 그 장면을, 그 영원을, 누군가는 결국 보았음이라. 그리고 증거하였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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