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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이형식 May 31. 2024

우리의 찬란한 두번째 스무살을 시작하자

나이 마흔, 가수로 데뷔하다



뮤지션 선언

10년 전의 일이다. 음반을 낼 거라는 말에 주변은 황당반응과 반대일색이었다. 가수를? 니가? 광고쟁이가 왜? 아서라! 그럴 만도 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능통한 악기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비주얼이 받쳐주는 것도 아닌 내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무엇보다 나이 마흔 먹어 웬 쓸데없는 짓이냐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내가 음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십 가지도 넘었다. 그럼에도 내가 음악을 해야 하는 한 가지 결정적 이유가 있었으니 그건, ‘그냥 하고 싶다’는 거였다. 마음이 시키는 것. 그 거역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 “예술은 하지 말아야 할 수백 가지의 이유보다 해야 할 단 한 가지 이유로 시작되는 것”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나의 엉뚱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1인 밴드의 탄생
생각해보면 광고와 음악은 닮은꼴이다. 광고도 예술이고 음악도 예술이다. 사람을 움직인다. 감성적인 터치와 영감, 울림. 그런 것이 있다. 그리고 둘 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팔리지 않는 광고와 불리지 않는 노래는 화석이요, 꽹과리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대전제인 이 두 예술은 그래서 ‘상업예술’이라 불린다. 요즘 세상에 광고든 음악이든 ‘팔아야’ 한다. 관점을 이렇게 바꿔보면 광고쟁이가 음악 하는 것이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세상에 광고쟁이만큼 ‘잘 파는 직업’이 있을까.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음악도 광고쟁이답게 크리에이티브하게 팔아보면 어떨까. 내가 갑인 음악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 가꿔보는 실험을 해 보면 어떨까. 냉정하게 내가 유희열이나 김동률처럼 음악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 광고쟁이답게 음악도 컨셉으로 승부를 보는 거다. 나의 원맨밴드 음악 브랜드 네임을 ‘썸네일 프로젝트(Thumbnail Project)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엄지손톱’이라는 의미의 썸네일은 우리네 광고쟁이들에게 ‘러프한, 이니셜한, 대강의’ 정도의 의미로 애용된다. 썸네일 아이디어, 썸네일 스케치 등 광고실무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상어다. 내 음악도 썸네일이다. 프로에 비해 당연히 러프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그런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꽃엔 풋풋함과 신선함이라는 꽃가루도 묻어 있는 법. 광고실무에서 실행한 결과물보다 시안 스케치와 썸네일 아이디어가 더 좋을 때가 의외로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유튜브나 배너광고의 썸네일 이미지에서 보여지듯 ‘썸네일=임팩트‘를 의미하기도 한다. 비록 내 음악은 투박하지만 강렬한 영감의 임팩트는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다.



밴드의 컨셉 
광고 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다양한 브랜드들을 접하게 되는데, 이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다. 그 브랜드들을 통해 엄청난 영감을 얻으니, 나의 뮤즈는 브랜드인 셈이다. 이렇게 브랜드가 들려주는 영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서 비정기적으로 한 곡씩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일명 ‘광고쟁이 뮤직 프레젠테이션, 썸네일 프로젝트’의 탄생이다. 컨셉을 이렇게 잡으면 그 음악의 품질 여부에 관계없이 유희열도, 김동률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only one music)’이 된다. 참고로 첫 번째 싱글은 거짓말처럼 4월1일 만우절 정오에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다. 열화와 같은 성원과 편파 댓글, 부탁드린다.



두근두근 첫 싱글 기획
첫 번째 싱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굳이 ‘브랜드 미션(brand mission)’이라는 골치 아픈 용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모든 브랜드의 처음엔 그 브랜드가 왜 태어났고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요즘은 주로 ‘메니페스토 광고(brand manifesto film)’ 방식으로 제작하곤 한다. 그래서 나의 첫 번째 싱글은 왜 광고쟁이가 ‘썸네일 프로젝트’라는 음악 브랜드를 시작했는지에 관한 일종의 ‘메니페스토 음악’으로 만들어보았다. 제목은 ‘두 번째 스무 살’. 그리고 이번 싱글에 영감을 준 뮤즈는 나이키와 디젤, 현대차 PYL이다.



나이키의 ‘Just do it’과 디젤의 ‘Be stupid’, PYL프로젝트의 ‘진짜 당신다운(You+nique) 라이프스타일을 즐겨라’를 내 삶에서도 실천하리라 굳게 다짐했지만 여러 핑계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내 나이 어느덧 올해 마흔이 되었다. 솔직히 기가 막히다. 정말로 엊그제까지 스물일곱이었는데 눈 깜빡하니 마흔이 되었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난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고 철도 들지 않았는데 마흔이라니. 세상은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 하여, 세상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일 벌이지 말고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얌전히 정리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조언한다. 정말 그래야 하는가? 광고쟁이 관점으로 보자. 마흔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보자. 마흔이 아니다. 두 번째 스무살이다. 오래전 일본의 한 광고에서 말했던 ‘광고 프레임’인데, 마흔은 우리 인생에서 맞는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그러니까 가슴 설레면서 다시 출발하는 첫길이라는 거다. 늦지 않았다. 마흔은 ‘정리’가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한 인생을 시작하는 두 번째 스무살이다. 어떻게 보면 두 번째 스무살은, 세상 물정 모르던 첫 번째 스무살 보다 시작과 출발이 더 잘 어울리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요즘 마흔은 예전 마흔이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철이 없고 좋게 말하면 젊다. 적어도 마음에는 흰 머리가 나지 않았다.



마흔의 재해석, 두 번째 스무살
2014년 마흔을 맞은 우리 토끼띠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브랜드 세대인 이른바 X세대다. X세대의 스무살을 그려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1994>에서는 X세대를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라 칭한다.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기능을 자유자재로 융합하고 표현할 줄 아는 세대. 자유로운 연애관과 진취적인 인생관을 처음 갖기 시작한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그들이 마흔이 되었다는 건,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는 건, 마케팅의 주류가 되었다는 건, 전후(戰後)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 시대의 종말을 시작하는 시발점이며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첫 신호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2014년은 특별한 해다. X세대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징적인 해다. 마흔을 맞아 삶의 모든 이치와 원리를 아는 듯한 거룩한 얼굴로 소주잔 기울이며 넋두리를 나눠야 하는 해가 아니다. 맥주를 마셔야 한다. 파티를 해야 한다. 들썩여야 한다. 시작해야 한다. 내 인생을 재창조해야 한다. 나의 경우엔 그것이 ‘음악’이었고, 그래서 맥북(MacBook) 하나로 ‘썸네일 프로젝트’라는 음악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나이에 말이다. 그래서 첫 싱글은 (당연하게도) ‘두번째 스무살’을 노래해야 했다.



앨범재킷 기획

음악은 그림이다. 음악작업을 시작하니 머릿속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시계토끼 썸네일이 떠올랐다. 한 손에 시계를 들고 “Oh dear, I shall be late”이라고 외치며 뛰어가는 하얀 토끼. 나를 닮았다. 나는 토끼띠다. 동그란 안경을 씌우고, 다른 손에는 베이스기타를 들게 했다. 물론 마흔 살 토끼라 세월이 만든 약간의주름과 깊은 다크서클이 묻어나겠지만 무언가 즐거운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마흔 토끼의 썸네일 이미지를 후배 아트디렉터에게 부탁했는데, 나와 정확히 스무 살 차이 나는 그녀는 놀랍게도 나와 꼭 닮은 늙고 철없는(?) 토끼를 노련하게 그려냈다.




행복, 지금 이 순간부터

광고쟁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왕 시작한 거 팔아야겠다. 내 생각과 이야기를 팔고 싶다. 이 노래로 타깃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싶다. 작은 울림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행복할 것 같다. 그 울림을 느낀 사람이 설사 단 한 명이라 할지라도. 나는 마흔이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 상관없다고? 나는 마흔 지난지 오래니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아니. 나의 타깃은 마흔살 X세대가 아니다. 당신이다. 당신의 나이가 몇이든 상관없다. 당신이 행복해지는 그것을 시작하는 그 순간,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인생을 시작하는 그 순간이 ‘두 번째 스무살’이니까. 우리 모두는 두 번째 스무살을 시작해야 하니까.


무엇을 망설이나?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기로 결심하자. 우리의 찬란한 두 번째 스무살을 시작하자. 철없게. 바보처럼.



두번째 스무살

Executive Producer 썸네일 프로젝트, 권영찬
Composed & Lyrics & Programming
& Vocal by 남충식


파티가 시작된다. 파티가 시작된다.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
파티가 시작된다. 파티가 시작된다.
두번째 스무살이 시작돼.
죽지도 살지도 못한 미생의 삶.
어디로 향해가는지 알 수 없네.
남들의 기준으로 난 살아왔지.
변명도 후회도 이젠 늦은걸까.
그렇게 살아가던 나에게 내가 묻네.
넌 지금 정말 행복한거니?
뭘 위해 살아가나. 무엇을 망설이나.
두번째 스무살을 시작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하네.
그게 아냐. 이젠 내가 유혹하고 흔드는거야.
파티가 시작된다. 파티가 시작된다.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
너에게 다가간다. 너에게 노래한다.
두번째 스무살을 시작해.
재밌게, 천진하게, 쿨하게, 느낌있게,
두번째 스무살을 시작해.



뮤직 비디오

#썸네일프로젝트_두 번째 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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