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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이형식 Jun 07. 2024

스타벅스에 ‘스타벅’이 없다고?

썸네일프로젝트 #2 : ‘스타벅’을 노래하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를 선정하여 노래하는

원맨밴드 프로젝트 그룹,

썸네일 프로젝트’의 #2번째 싱글 앨범이다.


나는 ‘스타벅스’를 노래하기로 했다.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어떻게 만들까?

기획 회의에 돌입했다.


별다방의 전매특허인 ‘지적 허세’를 노래해볼까? 아니면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이 설파한 탁월한 아이디어의 발생지로서의 ‘카페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노래해볼까?


마음에 안든다. 뻔하다.


오! 재미있는 포인트를 발견했다. 곰탕에 곰이 없고 감자탕에 감자 없듯이 가만 보니 스타벅스엔 ‘스타벅(Starbuck)’이 없다. 모두가 아는 바 대로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은 스타벅이 아니라 사이렌(Siren)이다. 매혹적인 노래로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리스 로마신화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요괴, 마녀 말이다.


스타벅스 로고엔 스타벅이 없다. 사이렌의 요염한 자태가 있을 뿐.
자크 파탱, 1581, 꼬리 두 개 달린 세마리 사이렌


스타벅스라는 이름은 허먼 멜빌의 해양 모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차용한 것이다. 쉽게 말해 ‘사이렌’이라 쓰고 ‘스타벅’이라 읽는 꼴이다. 흥미로운 모순이다. 마녀 사이렌이 뱃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고객을 매력적인 별다방으로 유혹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대체 브랜드 네임의 주인공인 항해사 스타벅은 어디로 갔을까? 이럴 바엔 차라리 브랜드명을 ’사이렌‘이라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스타벅스‘라 명명하였을까? 스타벅과 커피는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걸까? 이런 생각을 하니 흥미로워졌다.


스타벅스 로고의 진화. 사이렌의 얼굴이 점점 클로즈업되고 있다.


장장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 <모비 딕>그 어디에도 스타벅이 커피를 마신다거나 커피를 좋아한다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가히 ‘스타벅 실종사건’이라 칭할만 하다. 1956년 제작된 영화 <모비 딕>에서도 스포트라이트는 ‘항해사 스타벅’이 아닌 ‘선장 에이합(ahab)’ 에게 향하고 있다. 이쯤되면 모함이다.


그 뿐인가.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 입구에는 스타벅스가 소설 <모비 딕>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동상이 있는데 그 대상이 당연히 스타벅이어야겠지만 왠걸, 그 영광의 주인공도 ‘에이합 선장’이다. 스타벅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브랜드의 주인공은 스타벅 자신인데 정작 그 위상은 사이렌과 에이합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


스타벅스 창업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소설 <모비 딕>



그래 이거다!


실종된 스타벅스의 진짜 주인공, ‘항해사 스타벅’을 찾는 노래를 하면 어떨까! 스타벅의 한을 풀어주자. 스타벅의 진실을 노래하자!


스타벅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 그는 누구일까?


그 답은 역시나 <모비 딕>에 있었다. 항해사 스타벅의 생김새에 대해 소설은 이렇게 묘사한다. ‘얼굴은 부싯돌처럼 단단하며 두 눈은 함선의 나침반 만큼이나 또렷하고 목소리는 강직하다.’ 평범하다는 소리다. 얼굴에 엣지가 있었으면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다. 스타벅의 성격과 성향은 어땠을까? 소설은 그를 이성적이지만 감정적이고 소심하지만 용감하며 침착하지만 광기있는 복합적 성격이라고 묘사한다. 역시 평범하다는 소리다. 모순적인 양 극단의 성향이 공존한다는 것도 지극히 평범한 인간상의 단면일 뿐이다.


종합하면? 스타벅은 외모적으로나 성향적으로나 별 특징이 없는 ‘범인(凡人)’이라는 거다. 평범한 캐릭터를 어떻게 브랜드 로고의 얼굴마담으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로고에 스타벅의 얼굴을 박아넣을 수 없었던 창업자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 평범한 스타벅보다 기괴한 사이렌이 훨씬 스타성이 컸을 터.



스타벅스 창업자인 고든 보커, 제럴드 제리 볼드윈, 지브 시글 (1971)



​그렇다면 항해사 스타벅은 누구인가? 스타벅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와 성격과 성향을 가진 당신과 나다. 삶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한편으론 뜨거운 열정과 애착도 가슴에 지니고 사는 보통의 우리. 스타벅은 커피를 유혹하는 대상이 아니라 유혹 당하는 대상으로 보아야 타당하다. 스타벅의 정체는 ‘메이커’가 아니라 ‘소비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의 별다방을 들여다보라.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인 보통의 소시민들. 당신과 나, 우리들이 앉아 있다. 우린 인생의 항해사 스타벅 아닌가?


스타벅은 당신과 나, 지극히 평범한 인생의 항해자 우리다.


스타벅스의 원래 이름은 ‘피쿼드(Pequod)’였다. 피쿼드호는 <모비 딕>에 등장하는 포경선의 이름이다. 비록 Pee-라는 발음에서 소변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최종 경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창업자들의 브랜드 철학을 유추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스타벅스는 메타포적으로 ‘배(ship)‘인 것이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힘겨운 바다를 항해하는 보통의 소시민들을 위한 방주요, 안식처요, 집이다. 바다의 항해사들이 힘들고 지칠 때 ‘럼주’를 마시듯 도시의 항해사들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원래 이름은 포경선 피쿼드였다



나는 세계 최초(?)로 ‘항해사 스타벅 송’을 만들었다. 장르는 이름하여 ‘미디엄 템포 어덜트 모던 발라드’. 블랙 코미디적 느낌을 내기 위해 그 위에 블루스와 재즈의 음계를 얹었다. 살짝 어깨춤을 출 수 있다. 그리고 스타벅의 스토리를 동화적으로 재해석했다. ‘바다’를 ‘우주’로 치환했다. 우주를 떠다니는 피쿼드호, 우주를 날아다니는 거대한 고래. 수많은 별들의 향연,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다방). 그 안에 보통의 스타벅들. 조연으로 마법사 하워드 슐츠, 인어공주 사이렌 등을 등장시켰다. 그것들을 노래에서는 가사로, 멜로디로, 뮤직 비디오에서는 동화적 일러스트로 표현해보았다.



썸네일프로젝트 #2 스타벅 컨셉 이미지
썸네일프로젝트 #2 스타벅 앨범자켓



지구별에서 스타벅스가 제일 많은 도시가 어딘지 아는가? 뉴욕도, 파리도, 시드니도, 도쿄도 아닌 서울이다. 별다방 주인장 하워드 슐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녁 8시에도 줄 서서 커피 마시는 서울의 스타벅스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힘겨운 인생의 항해를 하고 있는 미생과 같은 스타벅들이 대한민국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아니, 대한민국이라는 모순과 고난의 바다에는 럼주(커피)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지친 항해사들이 유독 많다는 방증일 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꿈꾸고 희망을 노래하며 꿋꿋이 항해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벅들, 우리들에게 이 소박한 노래를 바친다.






스타벅(STARBUCK)

Executive Producer 썸네일 프로젝트, 권영찬

Composed & Lyrics & Programming

& Vocal by 남충식


나는 또 지쳐가고, 지쳐가고,

결국 미쳐버리겠지.

나는 또 돌아가고, 도망가고,

그만 돌아버리겠네

뛰고, 또 날고, 울고, 웃기고, 인생은

한편의 블랙코미디여-

왜 그렇게 소심하게 시니컬하게 작아지는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떠도는 항해-

우리는 스타벅-

다시 살고, 꿈꾸고, 춤추고, 노래하고,

인생은 한번쯤 살아봄직한 꿈- (내 삶이여-)

왜 그렇게 무모하게 고래를 찾아 헤매이는가?

살아 있는 파도를 타고 꿈꾸는 항해-

Can You See the Bright Green Star?

지치고 힘들 땐 한 잔의 커피.

부어라. 마시자. 위하여-

난 그렇게 하워드의 마법에 빠져 주문을 외고-

사이렌의 노래를 따라 춤추는 항해-

우리는 항해사 스타벅-



뮤직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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