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보다 더 재밌는 거 하는 사람
나에게는 특이한 취미가 하나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를 가르치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가 사회복무요원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런 궁금증이 들 수 있다.
"글쓴이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데 평일 오전에 어떻게 봉사를 가는 거지?"
답은 간단하다. 금요일 오전 두 시간, 연가를 쓴다. 주민센터로 출근 도장을 찍고, 10시에 잠깐 자리를 비운다. 버스를 타고 센터로 가서 수업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온다. 일정을 말로 풀면 별것 아닌데, 이 설명을 꺼내는 순간부터 일이 커진다. 누군가는 칭찬하고, 누군가는 "뭘 그렇게까지 하냐"같은 반응을 보인다.
내가 연가를 쓰겠다고 했을 때 주사님들과 부모님은 “좋은 일 한다”, “대단하다” 같은 말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조금 민망했다. 나는 그런 칭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봉사정신이 넘쳐서' 가르치는 게 아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공부할 때 친구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을 알려주는 걸 좋아했다. 대학에 온 뒤에는 수많은 과외, 학원알바를 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단순히 "좋아서" 그 일을 했다기보다는, "고수익 알바"이기 때문에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굉장히 인상 깊은 영상을 봤고, 그 영상이 내게 "가르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영상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때 어떤 걸 직업으로 선택해야 할까요?"라는 고민에 대한 상담이었다. 답변자는 "무조건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해야 한다"라고 하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 재밌을 거 같죠? 근데 그게 돈 버는 일이 되면 결국 재미없어져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잘하는 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좋아하는 일에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어요"라고 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생각해 보면, 과외는 단순히 취미로 즐기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돈을 받는 만큼의 책임도 있고, 돈을 주는 고용주의 니즈를 맞춰줘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아무래도 돈을 받으면 돈을 주는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돈을 안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면 그런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
그때부터 교육봉사를 하는 곳을 찾아봤고, 구마다 있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선생님을 구하는 걸 알게 되어 작년 봄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센터가 평일에만 해서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시작한 이후에는 더 이상은 봉사를 못 하게 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연가를 써서 봉사를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생각에, 나에게 2시간 연가를 쓰고 봉사를 하러 가는 것은 골프가 취미인 사람이 2시간 연가를 쓰고 필드에 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 취미에는 항상 '좋은 일'이라는 인식이 따라붙는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미라고 생각도 못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런 칭찬이 조금 불편하다. 내가 특별히 더 선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운 좋게도 내 취미가 사회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행위여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 가르치면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다. 사실 그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 싶었는데, 그 이전에 내가 어떻게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하면서 동시에 교육봉사도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게 먼저일 거 같아 이 글을 썼다.
여러분의 취미는 무엇인가?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취미를 가진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취미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어떤 취미를 즐기는지'를 기준으로 당신을 평가하고 싶진 않다. 나에게 내려진 평가가 나와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