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고 싶은 두려움이 있을 때
12월 31일 주민센터에는 뜬금없는 간식 시간이 생겼다. 회식비? 같은 것을 쓰기 위해서, 오후에 토스트를 배달시켜 먹게 된 것이다.
간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놀이공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에는 경주월드가 인기 많다더라, 기장 롯데월드는 개장하고 나서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에버랜드 롤러코스터는 무서워서 못 타겠더라 같은 실없는 얘기들이 오갔다.
그러다 한 주사님이 내게 물었다.
"민석 씨는 놀이기구 잘 타세요?"
"T익스프레스는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타 봤는데, 제가 겁이 많아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고는 생각난 말을 덧붙였다.
"어릴 때는 나이 들면 용감해져서 놀이기구도 잘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이 드니까 더 무서워진 것 같아요"
"진짜, 놀이기구는 어릴 때 잘 타던 애들이 성인 돼서도 잘 타고 놀더라고"
생각해 보니 참 신기했다. 분명 어릴 적에는 나이 들면 무서운 것들을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나이를 먹어도 이겨내긴커녕 더 무서워졌다는 게. 수영도 어릴 때 물에 빠지는 게 무서워서 못 배웠는데, 지금은 어릴 때보다 더 무섭다.
전화 거는 일도 처음에는 그랬다. 열 살 때도 배달 같은 전화 걸 일이 생기면 참 무서웠는데, 스물네 살 먹고도 전화 거는 건 똑같이 무섭더라. 그런데, 주민센터에서 일하면서 계속계속 전화를 걸다 보니 전화를 걸 때의 두려움이 시나브로 줄어드는 것을 느꼈었다.
왜 놀이기구와 수영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무서운데, 전화 걸기는 이제 무섭지 않을까? 전화 거는 데만 용기가 생겨서? 그럴 리가. 전화를 많이 걸다 보니, 점점 그 일에 능숙해져서 지레 겁먹지 않게 된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이건 용기라기보단 익숙함에 가까웠다. 반면에, 놀이기구와 수영은 어릴 적 이후로 접한 적이 거의 없으니 점점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물론 모든 두려움을 극복할 필요는 없다. 내 경우에는, 꼭 놀이기구를 탈 때 겁먹는 걸 고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상에는 놀이기구 말고도 좋은 즐길거리가 많으니까. 그치만, 정말로 극복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시작을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시간이 지난다고 두려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