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공포 속의 겨울
시간은 흘렀지만, 내 안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13살처럼 학교에 다니고, 같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척했지만
속은 늘 무너져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친구들이 농담을 던지고 웃을 때도 나는 겉으로 웃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습니다.
교실 안 가득한 학생들의 목소리와 분주한 발소리 속에서
나는 혼자서 끝없는 긴장과 불안을 삼켜야 했습니다.
친구 집에 갈 때마다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숙제를 같이 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그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당연한 일처럼 보였지만, 내겐 또 다른 지옥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문 앞에 발을 디디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처럼 뛰고 손끝이 차가워졌습니다.
나는 속으로 간절히 눈을 감고 싶었지만, 몸은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 나는 또 불려 들어갔습니다.
“싫다”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지만, 끝내 입술을 뚫고 나오지 못했습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눈물은 안에서만 맺힌 채 흘러내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늘 같은 방식으로 멈춰버렸고, 끝나고 나면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흘러갔습니다.
그 순간마다 나는 숨이 막히는 듯한 공포 속에서, 내가 얼마나 무력했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병원에도 자주 다녀야 했습니다.
사고 이후 약을 타러 가는 일은 내 일상이 되었고
병원 복도에 가득한 소독약 냄새는 여전히 나를 옭아매는 족쇄 같았습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던지는 질문에는 대답했지만, 내 속마음은 단 한 번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묵묵히 약봉지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발걸음은 늘 무거웠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조차 내 심장을 더 조여 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내 안에는 아주 작은 불꽃이 남아 있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흔들렸지만, 바람이 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불꽃은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 같았습니다.
작고 희미했지만 그 빛 하나가 내 하루를 버티게 하고 내가 끝까지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친구 집 문 앞에서 가슴이 쿵쿵 뛰던 순간에도
밤마다 이불속에서 눈을 감지 못하던 순간에도
병원 복도의 차가운 공기를 마실 때조차, 그 불꽃은 내 가슴 한구석에서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떨리는 손끝과 쉴 새 없이 뛰는 심장, 숨 막히는 공포 속에서도, 나는 그 불꽃을 단단히 붙잡았습니다.
나는 그 불꽃을 꼭 붙잡아야 했습니다.
말하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알릴 수 없더라도, 내 안의 불꽃만큼은 꺼뜨리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불꽃이 사라지면, 나는 그제야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만 같았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마을은 금세 하얀 눈으로 덮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겨울은 웃음과 눈의 계절이었지만, 내겐 또 다른 두려움의 계절이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눈송이가 옷 위에 내려앉을 때마다,
나는 긴장 속에서 내 작은 불꽃을 붙잡았습니다.
나는 속으로 또 한 번 다짐했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차갑고 길어도, 내 불꽃은 꺼뜨리지 않겠다.”
그리고 그 다짐은, 앞으로 다가올 긴 겨울방학의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