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어린 날의 골목길
나는 지금, 오래 전의 기억을 꺼내려합니다.
작고 여렸던 내가 뛰놀던 골목길, 해 질 녘에도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던 시간, 그리고 아무 걱정 없이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
그때의 나는 세상이 언제까지나 밝고 안전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수많은 순간에 멈추어 섰고,
그 멈춤 속에서 아픔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돌아가야 할 곳은 언제나 어린 시절입니다.
어린 나에게 골목길은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봄이면 집 앞 큰 나무 아래서 연초록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이며 흔들렸고,
여름이면 달궈진 시멘트 바닥 위를 맨발로 달리며 고무줄놀이에 웃음이 넘쳤습니다.
가을이면 바람 속에 흙냄새와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실려 왔고,
겨울이면 손끝이 얼어붙어도 눈사람을 만들며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그 순간의 나에게는 두려움이란 없었습니다.
집 안에서도 늘 따뜻한 소리가 흘렀습니다.
부엌에서는 밥 짓는 냄새와 엄마의 발걸음이 들렸고, 거실에는 TV 소리와 가족의 웃음이 섞였습니다.
어디서든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났고, 그 속에서 나는 천천히 세상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그 어린 날의 기억들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아직 세상의 어둠을 몰랐던 때, 내 마음이 가장 자유롭고 순수했던 순간들.
그곳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제 어린 시절과 살아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작지만 진실한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자 시작한 기록입니다.
삶에는 예기치 못한 파도가 밀려오고, 그 파도를 넘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상처와 아픔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 또한 그 파도를 넘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분명히 넘어설 수 있습니다.
긴 여정을 걸어오며 나는 수많은 상처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멈춰 서 있었고, 때로는 다시 발걸음을 떼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멈춰 있는 시간조차도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내가 다시 살아가기로 선택한 순간들의 증거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은 손길입니다.
혹시 지금도 상처 속에 머물러 있는 이가 있다면,
이 글이 조용히 속삭이기를 바랍니다.
“너도 다시 걸을 수 있다.”
우리 각자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견디고 버티며 살아갑니다.
작은 발걸음과 마음의 빛이 모여, 언젠가는 누군가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