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을 먹다.

이곳은 카페인가 책방인가

by 아는 사람 가탁이

나는, 맛있는 커피를 좋아한다. 따듯한 관심을 좋아한다. 맛있는 커피가 있는 따듯한 가게라면 오래도록 찾아다니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

그래서 이렇게 그날 그곳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책방인 줄 알았다. 이름만 보고. 아니 편하게 책을 읽어도 등이 따갑지 않은 장소로 추천된 글을 보고. 아니었다. 책방이 아닌 카페였다. 하지만 '책상'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책을 읽어도 좋을 만큼 편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작은 물음에도 크고 조용하게 대답해 주는 사장님의 마음이 창으로 들어오는 봄햇살보다 더 따듯해서 좋은 곳이었다.



조금은 더 컸으면 싶은 딸의 손을 잡고 온통 연둣빛으로 일렁이는 강변을 따라 걸었다. 이른 온기에 만개해 버린 꽃들의 향연에 취한 딸의 조잘거림에, 걸으면서도 살짝 나른해지는 기분 좋음이 있었다.

'그래 이렇게 한 걸음씩 행복해지면 되는 거야'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과 느긋함으로 산으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가벼웠다. 하늘과 닿은 봄의 향연들이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왈츠를 추듯 가벼운 발걸음을 만들어 주었다.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고 또 걸었다. 직장생활을 접은 후, 주말 오후가 주는 설렘이 없어졌지만 이 날은 왠지 모를 설렘으로 뒤꿈치마저 나풀거리며 걸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무런 표시도 장식도 없었지만 카페 안의 책상 몇 군데에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그리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목소리가 내 품에 들어왔다. 다음 순간 입구에 놓인 보물들이 크지 않은 내 눈에 꽂혔다. 그래 이거지! 오랜만에 보는 원고지와 그 위에 가지런하게 놓인 필기구를 보고 주문한 커피를 맛보기도 전부터 향기에 흠뻑 취해버린 나는, 누가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젊은 사장님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쓰신 글 들인가요?"

"네"

책상 위에 놓인 그의 글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이 느껴졌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따듯하다.' 아주 편파적인 내 생각의 한 부분이다.

'이어 소설 쓰기'를 펼쳐 첫 소절부터 읽기 시작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반 페이지 또는 한 대목을 이어가며 소설은 청춘의 이야기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노트 속 활자들은 마치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떡거리고 있었다.

"첫 장은 사장님이 쓰신 건가요?""네""아이디어가 참 좋으시네요 그 아이디어를 덥석 문 손님들도 대단하시고요"

조금은 수줍고 멋쩍게 질끈 묶은 뒷머리를 긁적이던 사장님이 책 한 권을 건넸다.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가져가지는 마시고요 읽어보셨음 해서..."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더니 등으로 햇살을 맞고 있는 손님을 배려해서인지 햇살이 따가운 창 밖 셔터를 드르륵 내렸다. 옆 책상을 슬쩍 훔쳐보니 모니터를 보는 손님의 눈이 편안해 보였다. 작은 관심이고 배려였다.

감동이 사라지기 전 커피를 홀짝 마시다 흠칫 목 넘김을 정지해 버렸다, 식으면 좋아하는 산미(커피의 신맛)라도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으니 따뜻한 물을 요청하라는 사장님의 당부를 깜빡해 버렸기 때문이다. 요청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관심이며 배려였다.

건네받은 책은 짧은 일기글이었다. 글은 짧았지만 내용은 짧지 않았다. 첫 장부터 단숨에 읽으면서 눈부터 온몸으로 따듯한 기운이 퍼진 덕에 남은 커피에서 번지는 산미는 황홀할 정도였다.

작은 관심과 배려는 따듯했고 맛있었다.


이 집 커피 맛있네 사장님 친절은 더 맛있네!


카페 입구에 진열된 보물들
사장님이 건네준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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