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

by 나무숲

나는 오래 기다렸다.

하루의 틈 사이로 다른 날이 스며들기를.

창문 너머로 바람처럼 찾아오기를.


그러나 다른 날은 오지 않았다.

햇빛은 늘 같은 각도로 들어왔고

벽지는 해마다 바래갔으며

나의 말들은 제자리에서만 돌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다른 날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걸어 나가지 않으면

삶은 영원히 같은 골목에 머문다는 것을.


나는 발을 옮겼다.

익숙한 의자에서 일어나, 낯선 길로 들어섰다.

작은 행동이 바뀌자 말이 달라졌고

말이 달라지자 태도가 바뀌었다.

태도가 바뀌자

내 삶은 전혀 다른 창을 열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있던 곳이 답답했던 이유를.

그곳은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

나를 옥죄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문을 열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날들을 뒤로하고

내가 기다리던

그 ‘다른 날’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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