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서른다섯, 다른 시작

by 나무숲

서른다섯.

나는 다시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


평생 다닐 것 같던 직장은 어느 순간,

내 몸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나에게는 이유도 없이 가파른 숨처럼 다가왔다.


자율신경은 무너져 있었고

매일 아침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고였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말은

나를 살리는 말이 아니라, 조금씩 죽이는 말이었다.


많은 일을 지나 이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라 막연하게 믿어왔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안정된 일상,

어느 정도의 여유 같은 것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어딘가 불편한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속에서는 아주 작은 균열이 조용히 벌어지고 있었다.


돌아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다른 하루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달라지고 싶다고, 바깥을 향하고 싶다고,

아주 미세하게나마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버틴 것이 아니라

밀려난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그곳에서 걸어 나온 것이었다.

세상이 나를 밀어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내가 나를 밖으로 끌어낸 거였다.


그리고 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는 것을.

머리보다 빠르게, 말보다 선명하게.


하루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내고 싶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는 대신,

나에게 맞는 속도로 천천히 걷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배우는 중이다.

숨을 고르는 법,

몸의 말을 듣는 법,

내가 원하는 결을 따라 움직이는 법.


아직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무언가’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다.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고,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


그러면 됐다.

이건 시작의 문장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