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지만,
조금 돌아가보려고 한다.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다사다난했던 지난 시간들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직 이후의 시간이다.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마음과,
조용히 쌓여오던 감정들,
그 모든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데려왔다.
지난 5년은 휘몰아치는 시간이었다.
새롭게 이직한 직장에서의 적응,
이전과는 너무 달랐던 일의 결과 사람들의 온도,
말하는 방식, 속도, 일의 무게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내 몸이 보내던 신호를 놓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과호흡이라고 했다.
“조금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나는 그때도 뒤로 미뤘다.
멈추는 건 지는 것 같아서,
괜찮은 척 버티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이미 무언가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이직을 선택한 이후부터
나는 뒤를 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괜찮아’라는 말로
내 안의 균열을 덮으면서.
변화를 허락하지 않았던 건
세상도, 직장도, 환경도 아니었다.
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책을 한 권 건넸다.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
가볍게 넘기다가
눈을 붙잡는 문장을 보았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뜻이었다.
“하루를 지옥에서 살면,
죽어서도 천국에 갈 수 없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조용히 몸이 멈췄다.
나는 하루를 지옥처럼 만드는 선택을
스스로 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한 건.
그 후로도 직장 생활은 계속되었다.
겉으로는 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는 아주 조용하게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