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싫어하는 것부터

by 나무숲

나는 우선, ‘뭘 하고 싶은지’보다

내가 지독하게 싫어하고, 불편해했던 운동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릴 적 나는 왜소하고 말랐고,

놀랍게도 단거리는 꽤 잘했다.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결승선을 지나고 나면

내 몸은 바로 항복을 선언했다.

운동장 구석, 그늘진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속을 진정시키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지구력이라는 건

애초에 내가 가진 능력치 목록에 없는 거라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오래 뛰는 운동’은

내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제외 대상이었다.


반대로, 맨몸으로 하는 운동에는 어느 정도 감이 있었다.

힘을 실어야 할 지점, 중심을 잡는 법,

그건 내 몸이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이 손에 잡히는 순간부터

그 자연스러움이 이상하게 끊어졌다.


내 몸의 리듬이 갑자기 미끄러지는 느낌.

머리는 “이렇게 하면 되지” 하고 있는데

몸은 한 박자씩 늦게 따라오고,

타이밍은 자꾸 어긋났다.


힘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그 답답함.

맨몸 운동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리고 성격을 말하자면,

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건 좋아하지만

시선이 한꺼번에 나에게 몰리는 순간에는

금방 숨이 답답해지는 편이었다.

겉은 외향 같지만 속은 내향에 가까운,

말 그대로 반반의 결.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내가 일생을 피해온 운동이 너무 또렷하게 떠올랐다.


풋살.


공, 지구력, 단체.

내가 늘 불편해하던 요소들이

깔끔하게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운동.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편한 것 말고, 계속 걸렸던 지점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것에서 확장하는 게 아니라

몸이 막히고 마음이 멈추던 바로 그 자리에서.


그때의 나는

아마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 보는 선택을.


그리고 그렇게, 나는

내가 가장 피하던 운동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게 이후에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는

그때의 나는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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