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언제 쯤 이었을까

by 호연지기

2022년 10월 24일(월) 새벽녘


새벽 3시경 잠이 깨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침 운동을 나갔다. 달리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새벽을 맞았다.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어쩌면 더욱 차가 웠을지도 모르겠다.


새벽 6시 언저리.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호연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통곡하는 누나와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멈췄다. 어쩌면 내 심장도 멈췄을지 모르겠다.


어? 왜? 왜?..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왜 갑자기. 왜.


왜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은 너무 이르잖아, 아직은. 아직은.


그렇게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달리면서 생각했다.


‘왜, 아직 안되잖아요. 아버지 왜 왜 …’


눈물도 나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집에 돌아와 아직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이제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게 1cm 미터씩 아버지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충 옷을 입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남양주 마석에 가고 있었다.


월요일 오전은 차가 많이 막혔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 가까워질수록 내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2시간이었던 내비게이션의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


20분

18분

16분

10분

9분

8분

5분

2분


코너를 돌면 작은 아버지 댁이 나온다. 주차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소파 밑에서 이불을 깔고 아버지는 모로 누워 주무시고 계셨다.


오열했다.


일어나실 것만 같았다. 마치 아버지는 왜 이제 왔냐고 차는 많이 막히지 않았냐고 말씀하시며 일어나실 것만 같았다. 그렇게 아버지는 나비가 되어 훨훨 우리 곁을 맴돌다 날아가셨다.


아버지 귀에 대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딸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죄송하다고 입 밖으로 모든 말을 다 뱉었다. 아버지가 내 말을 들으셨을까. 들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집에서 돌아가신 탓에 경찰서에게 나와서 감식을 했고 아버지는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감정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의 영안실로 가시는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렇게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저 세상의 사람이 되셨다.


하늘의 별이 되셨다.


아버지 그리운 내 아버지. 죄송스러운 마음을 다 잡고 아버지를 잘 보내 드리고 픈마음에 최선을 다해 장례를 준비하고 염을 하고 화장을 하고 아버지는 고운 한 줌 흙이 되어 예쁜 도자기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납골당 한편에 곱게 모셨다.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셨다.


그리운 내 아버지가, 생각하면 애잔하고, 안쓰러운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 아버지를 보고 싶을 때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 전화할 수도 없게 되었다. 아버지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저 세상으로 가셨기 때문이다.


2년이 흐른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그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아픔이 추억이 기억이,

머리가 좋지 않은 내게 그때의 기억과 감촉 아버지의 모습이 마치 한 장면의 영화처럼 그렇게 보였다.

모로 누워 편한 얼굴을 하시고 세상 시름 다 내려놓은 편한 얼굴을 하시고 나비가 되셨다.


영화에서 처럼 유언이나 따뜻한 말 따위는 없었다. 현실은 그랬다.

허망하다는 말이 애 잖아다는 말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내 쉰 시각이 언제쯤이었을까.


새벽 언제쯤.

내가 눈을 뜬 새벽 세시 반쯤이었을까?

나는 눈을 뜨고 아버지는 눈을 감으셨을까?


내게 바통을 넘겨주듯 아버지는 내게 무엇인가를 넘겨주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셨을까.


아버지의 슬리퍼가 생각난다.

아버지의 검은 모자가 생각난다.

아버지의 반바지, 반팔티가 생각난다.

아버지의 담배와 라이터가 생각난다.

아버지의 지갑이 생각난다.

아버지의 휴대폰이 생각난다.

아버지의 화물차가 생각난다.

화물차에서 아버지의 냄새가 생각난다.

아버지의 믹스 커피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이 글을 보면 또 아버지가 생각나겠지.

아버지의 이름을 누군가 입 밖으로 꺼내면

길에서 아버지와 비슷한 성함을 가진 어르신을 만나면

아버지가 타던 화물차를 보면

아버지와 같이 외로운 사람이 보이면

그때 아버지가 생각나겠지.


그 시절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이 글을 펼쳐 읽어야겠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아버지게에 편지를 써본 적이 있었던가.


그 흔한 편지 한 통 적어 드리지 못했을 내 마음을 탓한다.


무심한 듯 세심했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이렇게 글로 아버지를 위로해 드린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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