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이란 단어는 내게 다시 한번 아버지의 부재를 실감하게 했다. 나는 아버지의 핸드폰을 유품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많이 가지고 다니셨을 핸드폰, 지금은 방전이 된 상태로 내 차의 깊숙한 곳에 넣어 다닌다. 그리고는 술에 취한 어느 밤 시동 꺼진 차안에서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핸드폰을 쳐다 본다.
나는 겁이 나서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한다. 물론 누구에게도 전화 오지 않을 공기계일 뿐이지만, 전원을 켜면 마치 아버지에게 전화라도 올 듯 한 기분에 쉽게 충전잭을 꼽지 못한다.
살뜰하게 가정을 지키고 성실한 아버지는 아니셨다. 다행인 걸까? 그래서 그나마 살아 가고 있는 것일까?
아버지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손녀인 유정이의 사진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 사진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매일 손녀를 보셨겠구나, 싶은 생각에 다시 한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가끔 아버지가 전화를 하실 때가 있으셨다.
“애기는 잘 크냐? 그려 잘키워.”
아버지의 염려가 사랑이었음을 이제는 알 수 있다. 그리고 매일 핸드폰으로 봤을 손녀가 얼마나 그리우셨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아버지는 그렇게 유정이와 매일 만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면 1분 안쪽으로 통화는 간략하게 끝나곤 했다. 몸은 아프시진 않은지, 식사는 챙기셨는지. 그런 것들을 묻곤 그렇게 끈는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면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혼자 계실 아버지가 걱정되기도 하고 주말에는 아버지를 보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실행한 적은 없지만,
만약에 신이 가장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일분만 준다면,
난 무슨 말을 아버지에게 하고 싶을까,
그 어떤 말보다 먼저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 간 살뜰히 챙기지 못한 아들을 용서해 달라고 죄송하다고 말씀 드릴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아쉽다고 다시 말씀 드릴 것 같다. 술에 취해 아버지에게 술주정 한번 해보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한탄 스럽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꼭 말씀 드리고 싶다.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라고 한다. 아버지와의 추억들을 매일 꺼내어 아버지를 그리워 한다.
아빠? 아빠야?
아빠 미안해. 내가 전화도 자주 못하고 찾아 가지도 않아서 미안해. 너무 나만 생각하고 내 새끼만 생각했어. 아빠한테도 내가 무엇보다 소중한 새끼였을 텐데. 아빠, 너무 고마워. 아빠 덕분에 그래도 사람구실하면서 살고 있어요. 나 요즘에 수영도 열심히 했어. 살도 많이 빠졌어. 오래 살려고, 아빠 처럼 갑자기 안갈꺼야.
아빠 엄마랑 누나도 잘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보고 싶지? 누나가 많이 힘들어 하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 진것 같아. 그래도 누나 꿈에 많이 나타나서 많이 위로해줘. 알았지?
유정이는 벌써 초등학교 이학년이야. 요즘에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많이 뛰어 놀고 있어. 건강해. 가끔 성남할아버지 이야기 할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마음이 구멍난 것 처럼 이상해.
아빠 거긴 어때? 편안해? 아빠가 편안했으면 좋겠어. 이도 안아프고 허리고 안아프고. 다 괜찮으셨으면 좋겠어. 가끔 유정이가 음식을 안먹겠다고 싫다고 할 때, 아빠가 생각나. 이상하지.
싫어, 안먹어.
하는 아빠가 이상했어. 근데 생각해 보니 아빠 이가 성치 않아서 아파서 그랬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아빠. 많이 챙겨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이제야 아빠 마음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아. 내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더 많이 아빠 생각이 날지 모르겠지만 그 때 마다 반가운 아빠를 조금씩만 생각할께요.
그리고 다시 또 살아 나가야지. 나중에 우리 만나면 그 때 꼭 소주한잔 해요 아빠. 딱 한잔만.
그때까지 편안하세요 아빠. 사랑해요.
오늘도 아버지가 그리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