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자 입양에 대한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
2002년에 법무법인 이현을 설립한 이후, 나는 수많은 가족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가슴에 남는 사연들이 있다. 재혼 가정의 성인입양 문제가 그렇다.
"변호사님, 저는 이 아이를 25년간 키웠습니다. 군대도 함께 보냈고, 결혼식 때 아버지 역할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법적으로는 남이네요..."
몇 년 전, 나를 찾아 왔던 A 씨는 그렇게 말했다.
1995년부터 아버지였던 A
A 씨는 1995년 B 씨와 결혼했다. B 씨에게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7살 아들 C 군이 있었다. A 씨는 처음부터 C 군을 친자식처럼 대했다. 함께 놀아주고, 공부도 봐주고, 아플 때 병원도 데려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정말 아빠와 아들 같은 관계가 됐다. A 씨는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법적으로도 진짜 부자지간이 되자.'
그래서 A 씨는 C 군의 생부를 직접 만나 입양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거절이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날 두 사람은 심하게 다퉜다. 그 이후에도 생부는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했고, A 씨와도 여러 차례 다퉜다.
'친아빠 동의는 어렵겠구나...'
A 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우선 C 군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군대 입대할 때도 함께 가고, C 군이 결혼할 때도 아버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법적으로는 아직도 남이라는 것. 생부와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고, 주소도 몰랐다. 서류를 통해 주민등록번호만 겨우 알고 있는 상태였다.
성인 입양에도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일하던 1992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런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성인인데도 친부모 동의가 꼭 필요한가요?"
안타깝게도 민법 제871조를 보면, 성년자를 입양할 때도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입양하면 친생부모와의 법률관계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쪽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같은 조문에 단서가 있다. 부모의 소재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동의가 필요 없다. 또 부모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면, 가정법원이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을 할 수 있다.
나는 A 씨에게 말했다.
"법원에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을 청구해봅시다. 25년간의 이야기를 법원에 들려주는 겁니다."
25년의 이야기를 법원에 제출하다
우리는 가정법원에 성년자 입양에 대한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 청구서를 냈고, 그 안에 25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C 군이 어릴 때부터 A 씨를 아빠라고 불렀던 것, 함께 찍은 수많은 가족사진, 군대 입대 때의 일,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것, 생부와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고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자세히 적었다.
C 군 본인의 동의서와 C 군 아내의 동의서, 어머니인 B 씨의 동의서도 함께 제출했다. 모두가 허가를 원하고 있었다.
법원 심리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신청 후 약 3개월 만에 생부의 동의를 갈음한다는 심판을 받았다. 25년을 함께 산 아들이 법적으로도 진짜 아들이 된 순간이었다.
법원은 어떤 경우에 동의를 갈음해 주는가
법무법인 이현을 운영하면서 나는 '사람중심', '고객만족'이라는 가치를 늘 강조해왔다. 이는 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년자 입양의 동의 갈음 제도도 마찬가지다. 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부모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다. 실제 상담하다 보면 이런 일이 꽤 있다. 수십 년간 양육비 한 푼 안 주고, 자식 얼굴 한 번 안 보다가, 동의 요청하니까 감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다. 법원은 이런 거부가 정당한지 본다.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명백히 좋고, 거부가 그냥 감정 때문이라면 법원이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
둘째, 부모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다. A 씨 사례가 여기 해당했다. 이혼 후 수십 년간 연락 두절, 주소도 모르는 상황. 법원은 정말로 찾을 수 없는지 꼼꼼히 따진다. 주민등록상 주소로 우편 보냈는지, 주변에 수소문했는지, 친척들에게 연락해 봤는지. 이런 노력을 다했는데도 못 찾았다면 법원이 동의를 갈음해 준다.
친양자 입양과 성년 입양은 다르다
상담하면서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친양자 입양과는 뭐가 다른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친양자 입양은 미성년자만 가능해서, 이미 성년이 된 사람은 일반 입양을 해야 한다.
친양자 입양을 하면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완전히 끊긴다. 법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혈연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양부모가 친부모처럼 기재된다. 성과 본도 바뀐다.
반면, 성년 입양은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유지된다. 양부모도 있고, 친생부모도 있는 것이다. 상속도 마찬가지다. 양부모한테도 상속권이 있고, 친생부모한테도 있다.
A 씨 같은 경우는 이미 C 군이 성년인지라 일반 입양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년 입양도 법적으로 부모 자식 관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속권도 생기고, 서로 부양의무도 생긴다. A 씨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법원이 쉽게 인용해 주는가
솔직하게 말하면, 쉽지는 않다. 법원도 친생부모의 권리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으니까. 정말로 소재를 알 수 없는지, 찾으려는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왜 거부하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다.
또한, 필요성과 타당성도 본다. 양부모와 양자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입양이 양자한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본인이 진심으로 원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10년 이상 함께 생활했고, 양자가 명확하게 입양을 원하며, 친생부모 소재가 정말 불명한 경우라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반대로 관계가 소원하거나, 본인 의사가 불분명하거나,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면 장담하기 어렵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1993년 인천에서 개업 변호사로 시작했을 때, 나는 법이 때로는 얼마나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도 배웠다.
성년자 입양의 동의 갈음 제도는 바로 그런 법의 온기를 보여주는 제도다. 형식적으로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족으로 살아온 세월을 법원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요즘도 이런 고민으로 상담실을 찾는 분들이 많다. 재혼 후 배우자의 자녀와 10년, 20년을 가족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법적으로도 진짜 가족이 되고 싶다는 분들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말한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진짜 가족이 되어 주세요."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