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두 번째 상간녀 소송을 하게 된 이유

판결 이후에도 만난다면, 그것은 고의다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변호사님, 소송 끝나고 위자료도 받았는데... 그 여자가 남편이랑 또 만나고 있어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허탈함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나는 수화기를 꽉 쥔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변호사 생활 30년이 넘었지만, 이런 경우를 마주할 때마다 법이 과연 무엇을 지킬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한 번의 배신도 견디기 힘든데, 두 번째 상간녀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니. 그 고통이 얼마나 깊을지 나로서는 감히 짐작이 되지 않는다.




30년 부부, 판결 이후의 배신


A씨가 A4 용지에 한자 한자 적어 온 그동안의 이야기를 한참 말없이 읽었다. 1990년대에 결혼해서 외국 유학도 함께 다녀오고, 남편이 대학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두 자녀를 키워낸 부부. 30여 년을 함께한 시간이었다.


남편은 2010년대 중반부터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난 여성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발각 후 A 씨는 상간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위자료 2천만 원을 명령했다. 보통은 여기서 끝난다. 소송의 고통과 판결의 무게감이면 아무리 뻔뻔한 사람도 관계를 정리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이 사건은 달랐다.


판결을 받은 지 반년 만에, 남편과 상간녀는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련했고, 상간녀 명의로 전입신고까지 했다. 주말만 되면 남편이 서울로 올라가 일요일까지 함께 지냈다. 남편 차량에는 그 아파트 주차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거기 사는 사람처럼.


나는 A씨의 눈빛에서 분노보다 더 무서운 감정을 봤다. 체념이었다.


"판결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만나는 걸 보니까... 그 고통스러운 소송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어요. 다 제 잘못 같고... 제가 너무 한심해요."




이미 소송했는데, 또 할 수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을 한다.


"이미 소송해서 판결 받았는데, 또 소송하면 문제 안 되나요?"


이 사건은 가능하다.

법원에서도 전소는 변론종결 '이전'까지의 부정행위에 대한 것이고, 그 '이후'의 부정행위는 완전히 별개의 불법행위라고 봤다. 변론 종결 이후에 다시 만났다면, 그건 새로운 불법행위다. 기판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2002년 겨울, 법무법인 이현을 설립하면서 내가 세운 철학 중 하나가 '사람중심'이었다. 법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법률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믿음. A 씨 같은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그 철학이 왜 중요한지 다시 깨닫는다.




천만 원이 더 높아진 이유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위자료를 3천만 원으로 판결했다. 전소보다 천만 원이 많은 금액이었다.


왜 더 높게 나왔을까. 피고는 전소를 통해 자기 행위가 불법이라는 걸 알았다. 판결로 경고도 받았다. 그런데도 관계를 청산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법원은 이를 고의적 불법행위로 보았다.


모든 걸 알면서도 계속했다는 점. 이게 위자료가 올라간 핵심 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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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증거들이 필요할까


두 번째 소송을 준비한다면 전소 이후의 만남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이 사건에서 인정된 증거들은 이랬다. 피고의 전입신고 기록, 차량에 붙은 아파트 주차 스티커 사진, 피고를 마중 나가는 남편의 동선이 담긴 영상, 함께 아파트로 들어가는 장면, 같이 외출해서 식사하는 모습.


한두 번의 우연한 마주침이 아니라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관계였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증거 수집은 정당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불법 촬영이나 주거침입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결혼이 이미 파탄됐다는 주장


상대방들은 종종 이렇게 주장한다.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 났잖아요."


이럴 때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남편이 보낸 꽃다발과 선물들, 생일 축하 선물, 명절에 함께 식사하는 사진이 도움이 됐다.


별거를 할지언정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았고, 서로 안부를 묻거나 명절에 만나거나, 경제적 부양이 이뤄진다면 혼인관계 유지로 볼 수 있다.




시효와 증거 확보


불법행위의 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 둘 중 하나라도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증거 확보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니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는 게 좋다. 블랙박스 영상 같은 건 주기적으로 지워지니까.




합의 제안이 온다면


상대방이 이제 안 만나겠다며 합의를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이미 전소에서도 같은 약속을 했다가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다면, 그 약속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합의를 하더라도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 위약금 조항을 명확히 하거나, 재발 시 추가 배상 조항을 넣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시절부터 나는 수많은 합의서를 작성해왔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 진심 없는 합의는 종이 한 장보다 못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의뢰인들에게 항상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합의가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두 번째는 고의다


같은 일이 반복될 때의 고통은 처음보다 몇 배는 더 크다고 한다. 소송을 겪고도 다시 만난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법원의 판결도, 배우자의 고통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거다.


그렇기에 두 번째 소송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이런 모욕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고, 내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법무법인 이현을 만들 때 내가 꿈꿨던 건 '국민로펌'이었다. 누구나 믿고 찾을 수 있는, 적절한 비용으로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A 씨 같은 의뢰인들이 두 번째 배신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싸울 수 있도록 돕는 곳. 그 같은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이현의 대표변호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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