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소작농 구조의 폐해
귀농할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땅을 조금 알아봤을 뿐인대
경찰서에 불려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경희(가명)씨는
도시에 살며 언젠가 시골로 가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던 의뢰인이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토지 매물
그리고 농지를 사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헤야 한다는 말
처음에는 "절차가 까다롭구나"싶었고
주변에서 소개해준 대행업체에 맡기면 된다고 해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농업경영계획서?
그냥 형식적인 거라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몇 달 후
"허위 서류 제출로 농지법위반 혐의가 있고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에
그녀의 일상이 통째로 뒤집혔습니다
사실 경희씨는 법을 어길 의도가 없었습니다
귀농이 목표였고
그저 절차를 잘 모르니 대행을 맡긴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행정청은 말했습니다
"계획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제로 농사지을 의사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그 말 한마디로
경희씨는 피의자가 되었죠
우리 헌법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그저 이상적인 선언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땅을 가진 지주 몇몇이 토지를 독점하고
수많으 농민이 굶주린 채 일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땀은 내가 흘리는데
소득은 남의 몫이었죠
그래서 해방 이후
지주-소작농 구조를 뿌리 뽑기 위해
농사를 짓는 사람의 땅의 주인이라는 철학이 헌법에 새겨진거죠
그 철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지법 제6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소유 자체를 제한하는 강한 법적 장치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법이 누군가의 실수나 무지에도
형사처벌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지우기도 하죠
수사기관은 이렇게 묻습니다
" 비닐하우스 설치 계획은 있나요? "
" 농기계는 어떻게 조달할 예정이죠? "
" 귀농 계획은 구체적으로 언제부터인가요? "
그리고 계획서가 허위라면
그건 고의가 없더라고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경희씨처럼 의도없이도 혐의를 뒤집어 쓸 수 있는 경우
결국 남는 건 죄책감과 당혹감, 그리고 두려움입니다
농지를 산다는 건
단순히 땅을 거래하는 일이 아니라
그 땅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사는 일이죠
"귀농하고 싶었을 뿐인데요"
라는 말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벌을 받아야 하죠?"라는 말로 바뀌기 전에
한 번쯤은
법의 구조를 이해하고 내 의지를 정리해보세요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