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 전세사기 후 1억을 되찾기까지

빌라 전세사기가 많은 이유

"변호사님, 판결까지 받았는데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승소 판결문을 손에 쥐고도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전화였다. 전세 분쟁 사건은 셀 수 없이 다뤄왔지만, 빌라 전세사기만큼은 매번 새로운 국면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특히 신축 빌라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집주인은 카톡도 확인하지 않고, 내용증명을 보내면 이사 불명으로 되돌아온다. 이런 패턴이 너무도 뻔해졌다.





왜 하필 빌라에서인가


아파트와는 달리 빌라는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다. 부동산 사건을 수십 년간 다뤄봤어도, 신축 빌라의 시세 산정만큼은 정말 까다롭다. 주변에 비교할 만한 거래 사례가 부족하고, 세대수도 적어서 정보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덕 업자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


실제 시세는 2억 5천만 원인 빌라를 4억 원인 것처럼 속여서 매도한다. 그러면서 전세는 3억 2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8천만 원 정도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중에 진짜 시세를 알게 되면?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전형적인 깡통주택이 된다. 업계에서는 전세가가 매매 시세의 7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본다.





화곡동 빌라왕 사태


2022년 빌라왕 사태를 기억하는가. 특히 강서구 화곡동에 집중됐던 그 사건 말이다. 화곡동은 김포공항 인근 고도제한 때문에 아파트 대신 빌라가 우후죽순 생겼던 곳이라 피해가 컸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수법이었다. 신축 빌라의 감정가를 부풀리고, 전세가를 높게 받아서 임차인들을 현혹시킨 것이다. 결국 수많은 세입자들이 피해를 봤고, 지금도 경매가 진행 중인 물건들이 많다.



우리 사무실에서 담당했던 김 씨의 사건도 바로 그 화곡동이었다. 1억 1천만 원의 보증금으로 계약을 했는데, 1년쯤 후부터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서울 강서구청과 서초구청에서 압류를 해놓은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임대인에게 연락을 했지만 전화도 안 받고 카카오톡도 확인하지 않았다.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이것마저 이사 불명으로 반송됐다.


다행히 김 씨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제때 받아둔 상태였고, 민사소송을 거쳐 경매까지 진행한 결과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배당.png





이미 피해를 당했다면



첫 번째, 대항력부터 챙겨라.

제일 먼저 확인할 것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다. 혹시 아직 처리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해라. 전입신고는 신고한 다음날 자정부터 효력이 생긴다.


이미 했다면 언제 했는지 날짜를 정확히 확인해 보라. 등기부등본과 대조해서 내가 전입신고하기 전에 가압류나 근저당권이 설정됐는지를 봐야 한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내가 후순위가 될 수 있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두 번째, 보증금 반환 소송은 필수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안 돌려준다면 소송은 피할 수 없다. 다행히 보증금 반환 소송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계약서와 보증금 입금 증빙만 있으면 승소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승소가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바로 강제집행 단계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임대인의 재산 추적이 관건이다.

요즘 임대인들이 워낙 교묘해서 재산을 잘 숨겨놓는다. 주거래 은행 조회부터 시작해서 다른 부동산의 소유 여부, 심지어 가족 명의로 빼돌린 재산까지 샅샅이 뒤져봐야 한다.


다른 재산이 발견되면? 그것을 먼저 압류해서 보증금을 회수하는 편이 유리하다. 전셋집의 경매보다 훨씬 확실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네 번째, 그래도 안 되면 경매로 가라.

임대인에게 다른 재산이 없다면 이제 전셋집의 경매를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이 좀 복잡하다. 경매 개시 신청을 하고, 권리신고와 배당요구도 해야 한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누가 얼마에 낙찰받는지, 내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말이다.


경매 절차는 빠르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유찰이 계속되면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담당했던 사건 중에는 3년 넘게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선순위 권리자가 없고 낙찰가가 충분하다면 전액 회수도 가능하다. 하지만 깡통주택의 특성상 낙찰가가 보증금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서, 일부만 회수되는 경우도 있다.





경매에서 안 팔린다면


내가 경험한 바로는, 깡통주택들은 경매에 나와도 쉽게 안 팔린다. 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으니까 투자의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1차 유찰, 2차 유찰...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 결국 어떻게 해야 할까.


본인이 직접 낙찰받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내가 왜 집까지 사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것이 최선일 때가 많다. 상계 신청을 하면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집을 떠안더라도 나중에 임대를 주거나 집값이 회복되면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있지 않은가. 보증금을 아예 날리는 것보다는 낫다.





포기하지 마라


김 씨처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제때 받아두고, 증거를 잘 확보해 둔다면 보증금을 되찾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를 밟아나가면 된다.


2002년 로펌을 만들면서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은 중산서민층도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판결을 받았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들, 신축 빌라의 화려한 겉모습에 속아 평생 모은 돈을 잃은 사람들.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내가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빌라 전세사기의 피해자라면,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마라. 전문가와 상담하고, 증거를 확보하고, 절차를 밟아나가라.


판결 이후의 싸움은 길고 지루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답은 있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

카카오톡 문의(클릭)


keyword
작가의 이전글18년 만에 알게 된 남편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