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이용한 치밀한 사기
"리뷰만 쓰면 돈 번다고 해서 했는데... 결국 은행 대출까지 받아서 다 날렸어요."
최근 들어 이런 상담이 유독 많아졌다. 이른바 '팀미션 사기'다. 사건을 파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이건 그냥 사기가 아니라 심리학을 동원해서 체계적으로 피해자를 옥죄는 범죄였다.
앞서 로맨스스캠 사건을 다루면서 팀미션 사기를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해외에 있는 한국인이라고 사칭하며 "요즘 쇼핑몰 리뷰 알바를 하는데, 돈이 꽤 되더라. 우리 같이 해볼래?"라고 접근하는 로맨스스캠과 결합된 형태였다. 하지만 보편적인 팀미션 사기는 무작위 문자나 SNS를 통해 체험단 리뷰 알바를 제안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그 수법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무작위 문자 한 통으로 시작된다
내가 접한 사건들을 보면 패턴이 거의 똑같다. 무작위 번호로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으로 영상을 올리는 식이다. "쇼핑몰 리뷰만 써주면 됩니다"라고 말하며 아주 간단한 부업인 것처럼 사람을 유혹한다.
그리고 이에 속은 사람이 첫 번째 작업을 끝내면 바로 보상금을 입금해 준다. 이게 함정이다.
죄책감을 이용한 심리전
그다음부터 본격적인 심리전이 시작된다.
"아, 그런데 10회 차까지 건수를 다 채워야 일괄 정산이에요."
"팀원들이 다 기다리고 있는데, 중간에 포기하시면 다른 분들 피해받는 건 생각 안 하세요?"
실제로 상담해 드린 피해자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변호사님, 저도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미 시간도 많이 들였고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계속했어요."
팀원들(사실 다 바람잡이)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들게 만든다. 그렇게 은행에서 돈까지 빌리면서 입금하게 만들고, 몇백, 몇천만 원을 입금하고 나면 연락이 끊어지거나 방이 폭파된다.
지급정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피해자들은 지금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은행에 가서 지급정지를 신청하는데, 십중팔구 거절당한다. 보이스피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법률상 보이스피싱처럼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는 경우 은행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지급정지를 해주는데,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는 규정 때문에 팀미션 사기에 대해서는 지급정지가 어렵다.
-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송금했다고 보임
- 처음엔 실제 보상도 받았으니까 완전한 사기라고 단정하기 어려움
- 단계별로 이루어진 거래라서 어느 시점부터 사기인지 애매함
사기당했다면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
증거부터 확보하라.
카톡, 라인, 텔레그램 대화 내용, 이체내역, 작업 지시사항, 쇼핑몰 사이트 화면 캡처, 팀원들과의 대화 등을 모두 저장해놔야 한다. 사기범들이 방을 폭파하거나 사이트를 없애버리면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처리했던 사건 중에 증거를 꼼꼼히 모아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액을 꽤나 회수할 수 있었다. 증거가 충분하고 초기 대응이 빠를수록 회수 가능성은 높아진다.
바로 경찰에 고소하라.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지나가고, 계좌에 남아있던 돈마저 빠져나간다. 다만 고소장을 쓸 때 단순히 "사기를 당했다"라고만 쓰면 안 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팀미션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사기임을 인식한 시점은 언제인지, 바람잡이들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법리적 구성이 제대로 돼야 경찰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한다.
계좌 명의자를 대상으로 가압류를 걸어라.
가압류를 걸어놓으면 돈을 빼지 못하도록 동결해 놓을 수 있다. 지급정지가 안 되더라도 가압류로 계좌를 묶어둘 수 있는 것이다.
가압류 후 민사소송을 진행해서 승소하면, 판결문을 토대로 강제집행(압류 및 추심)을 할 수 있다. 계좌 명의자가 대포통장을 제공한 사람이라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아직 계좌에 돈이 남아있다면 회수할 수 있다.
대응은 빨라야 한다
팀미션 사기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다. 피해를 입은 그 순간부터 사기범들은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다. 계좌를 여러 개 거쳐 돈을 이동시키고, 현금화하고, 흔적을 지운다. 하루만 늦어도 회수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며칠을 보내는 동안, 찾을 수 있던 돈마저 사라진다.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찾고, 경찰서에 가서 어떻게 고소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동안, 계좌는 텅 비어 가는 것이다.
30년 넘게 이런 사건들을 다루면서 느낀 것이 있다. 초기 대응이 전부라는 것.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고, 법리적으로 탄탄한 고소장을 쓰고, 가압류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런 사기 사건에서는 하루, 아니 몇 시간이 승부를 가른다. 그러므로, 대응의 시작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어야 한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566-8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