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이 지나도 국가는 사과해야 한다
1980년, 나는 스물한 살이었다.
대학가에는 긴장감이 흘렀고, 거리에는 군인들이 서 있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사회정화'라는 단어가 쏟아졌다.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불안했고,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으면 어디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공포가 일상이던 시절이다.
친구의 형이, 이웃집 아저씨가, 동네 건달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돌아온 이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고,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로부터 45년이 흘렀다. 그사이 나는 변호사가 되었고, 지금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대리하여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의 공기가 되살아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그때의 상처가 아직 몸과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미 보상금을 받았으니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과거 삼청교육피해자법에 따라 받은 보상금과 별개로, 국가배상 청구를 통해 추가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 기회를 잡아야 할 시점이다.
국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2025년 9월 28일, 법무부는 삼청교육대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가 제기한 상소를 원칙적으로 취하하고, 향후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상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에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국가배상소송에서 같은 결정을 내린 데 이은 두 번째 조치였다.
2025년 11월 13일까지 2심·3심 재판 중이던 181건 모두 상소가 취하되었고, 1심·2심 판결이 선고된 100건에 대해서도 상소가 포기되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삼청교육대 사건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헌법 제1조의 정신에 따라 권위주의 시기의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과 청산의 의미"라고도 밝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다. 이제 소송을 제기하면 국가가 항소하지 않는다. 1심에서 배상 판결이 나오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전에는 1심에서 이기더라도 국가가 항소하고, 대법원까지 가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 과정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법이 바뀌기까지 걸린 시간
그렇다면 왜 이제야 이런 변화가 가능해진 것일까. 오랜 세월 동안 삼청교육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40년 넘게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시효가 지났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전환점은 2018년에 찾아왔다. 먼저 그해 8월, 헌법재판소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민법상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 등). 국가 스스로 불법행위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해 놓고, 시효가 지났다며 배상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법원이 계엄포고 제13호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고,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며 영장주의에 위배되므로 무효라고 결정했다(대법원 2018. 12. 28.자 2017모107 결정). 삼청교육대의 설치 근거였던 그 포고령 자체가 처음부터 법적 효력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 두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국가배상 책임 인정까지는 한 걸음이 더 필요했다.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헌·무효인 법령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긴급조치 제9호 사건에 관한 것이었지만, 하급심 법원들은 동일한 법리를 삼청교육대 사건에도 적용하고 있다.
위헌·무효인 계엄포고에 근거하여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고 순화교육을 실시한 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행위이며, 그로 인해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 판결 이후 삼청교육대 관련 국가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으며, 2025년 4월에는 대법원이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최종 확정하기도 했다.
소멸시효, 아직 늦지 않았다
내가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제 와서 소송해도 되느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과거사 사건에서는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40년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가 차단되지는 않는다.
다만,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단기소멸시효는 여전히 적용된다.
즉 핵심은 그 "안 날"이 언제냐는 것인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그 결정 통지를 받은 날이 기산점이 된다.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결정을 받은 분들이 많으므로, 아직 3년 이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진실규명 결정을 받지 않은 경우는 어떨까. 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피해자가 불법행위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법적 다툼의 여지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청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청구할 수 있다
2006년 즈음에 삼청교육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보상금을 받은 분들이 많다. 장애보상금이든 일반보상금이든, 그 금액이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남짓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미 받을 것은 받았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원은 과거에 받은 보상금과 국가배상을 별개로 판단한다. 삼청교육피해자법에 따른 보상금은 국가가 피해를 인정하고 지급한 명예회복적 성격의 금전이고, 국가배상 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는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국가배상 청구를 막지 않는다.
내가 맡은 사건 중에도 2006년에 560만 원 보상금을 받은 분, 2023년에 1,000만 원 보상금을 받은 분이 계신다. 이분들 모두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배상금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가
국가배상 위자료는 수용 기간, 가혹행위의 정도, 보호감호 처분 여부, 퇴소 후 후유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된다. 지금까지 나온 판결을 보면, 순화교육만 받은 경우에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사이이고, 보호감호 처분까지 받은 경우에는 1억 원에서 2억 원대까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순화교육 기간이 짧더라도 가혹행위로 인한 신체적 후유증이 있거나 정신적 피해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위자료 인정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반대로 수용 기간이 길고 보호감호까지 받았다면 상당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배상액은 개별 사안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본인의 수용 기간과 피해 내용을 정리한 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정확하다.
유가족도 청구할 수 있다
삼청교육대에 수용되었던 분이 이미 돌아가신 경우에도 유가족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752조에 따라 유가족은 피해자의 사망이나 그에 준하는 중대한 피해로 인해 자신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고유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피해자 본인이 생전에 배상 청구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그 청구권이 상속되기도 한다. 실제로 삼청교육대에서 퇴소한 뒤 수십 년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분의 자녀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내가 접한 바 있다. 부모가 생전에 하지 못했던 권리 주장을, 자녀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나이가 적게는 60대, 길게는 70대, 80대에 접어들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사건
현재 우리 법무법인 이현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소장에 담긴 사연들은 하나같이 무겁다.
1980년, 친구를 만나러 수원에 갔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삼청교육대에 수용된 사람이 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 옆에서 인부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을 뿐인데 함께 잡혀간 사람도 있다. 아무런 범죄 혐의 없이, 영장도 없이 끌려간 것이다.
삼청교육대 안에서는 가혹행위가 일상이었다. 암기사항을 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군화 발에 걷어차이고, 지휘봉으로 가슴을 찔리고, 구타로 늑막염이 생겼다. 한 피해자는 가혹행위로 인한 후유증을 45년째 안고 살고 있다. 직장 생활을 1년 이상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일상이 파괴되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보호감호결정까지 받아 거의 1년을 갇혀 있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국가가 자신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40년 이상 전의 일이라 증거 확보가 쉽지 않지만, 순화교육 이수 기록이나 퇴소증,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등 공적 문서를 통해 입증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법원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피해자에게 과도한 입증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있다.
45년간 참아오신 분들에게
스물한 살이던 내가 거리에서 느꼈던 그 공포를, 삼청교육대 안에서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분들이 계신다. 45년간 말도 못 하고 참아오신 분들, 보상금 몇 백만 원 받은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지금이야말로 당신의 권리를 주장할 때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