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경고는 범죄가 아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글 한 줄로 기소된 남자,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무죄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가족이 큰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장인어른이 투자한 회사의 실체를 직접 파헤치기 위해 구글을 뒤지고, 업계 지인에게 물었고, 취재 기자를 접촉했고, ATM기 제조사에 이메일까지 보냈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투자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렸다.


"전자명함, 게임, 쇼핑몰 전부 제대로 사업화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편의점 ATM기는 허무맹랑한 얘기입니다."

"걔들 수십억 조달해서 꼴랑 1억 들어갔어요."


이 글 때문에 그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다. 약식명령으로 벌금 200만 원이 나왔고, 그는 납득할 수 없다며 우리 사무실을 찾아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장인어른의 7,500만 원


사건의 시작은 단순했다. 의뢰인의 장인어른이 어느 투자대행업체가 주최한 설명회에 참석한 뒤 IT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매수했는데, 수차례에 걸쳐 투자한 금액이 총 7,500만 원에 달했다. 그리고 그 주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발행한 가상화폐로 전환되었다.


의뢰인과 그의 아내, 처남은 장인어른에게 투자를 철회하라고 간곡히 권유했지만 소용없었다. 장인어른은 이 코인이 비트코인처럼 폭등할 것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뒤였다.


그래서 의뢰인은 직접 확인에 나섰다. IT 업계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었으니, 기술의 수준을 판별하는 눈은 있었다.





그가 조사한 것들


전자명함 앱의 다운로드 수는 미미했고, 업데이트는 1년 넘게 멈춰 있었다. 리뷰라고 달린 것들은 대부분 홍보성 멘트였다. NCSOFT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친구에게 해당 회사의 모바일게임을 보여주자 "대학생 졸업작품 수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쇼핑몰은 등록 후 단 한 번 업데이트된 뒤 방치되어 있었고, 누적 다운로드는 280여 회에 불과했다.


블록체인 업무에 정통한 지인에게 코인 서비스의 개발비를 물었더니 8천만 원에서 1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ATM기 제조사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출금 서비스 계약 여부를 확인했더니,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이 왔다. 회사를 오래 취재해 온 기자를 통해서는 실질적 오너가 과거 유사수신행위로 징역형을 살았다는 정보까지 입수했다.


의뢰인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투자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공유했고,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200만 원의 벌금, 그리고 정식재판 청구


해당 회사는 의뢰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피해자 측 진술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사건을 송치했고,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의뢰인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벌금 200만 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유죄가 확정되면 전과자가 된다. 회사 대표로서 전과 기록은 치명적이다. 그는 정식재판을 청구하고자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변호의 방향


사건 기록을 읽고 두 가지 지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째, 의뢰인이 적시한 사실이 정말 거짓인가. 둘째, 설령 일부 과장이 있다 해도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가.


공소사실을 하나씩 뜯어보면, 의뢰인의 발언은 대부분 해당 회사의 실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업화가 어려운 수준'이라는 표현은 과장일 수 있어도, 유저 확보에 실패하고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회사의 현실과 동떨어진 말은 아니었다.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적시한 사실이 허위일 것, 피고인이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했을 것, 비방의 목적이 있었을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입증에 실패하면 무죄다.





법정에서 드러난 진실


재판 과정에서 회사 측 증인이 나왔다. 관리이사였다. 검사 측 증인이었지만, 증인신문은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전자명함은 "거의 완성단계에 왔는데 유저 확보가 안 되는 바람에 주춤한 상태"라고 했다. 게임은 미니게임 수준이었고, "수십, 수백억이 들어갈 수 있는 RPG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은 안 된다"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쇼핑몰은 사이트는 열려 있지만 "일일 구매액수는 거의 없다"라고 했다. 해외 사업은 MOU만 체결한 상태로, 구속력 있는 본계약은 하나도 없었다. 회사는 1년 넘게 적자 상태였다.


ATM 출금 서비스에 대해서는 ATM기 제조사와 직접 계약한 것이 아니라 중간 에이전시와 계약했다고 했는데, 의뢰인이 제조사에 직접 확인했을 때 제조사는 그런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공식 업무대행사가 없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대목이 있었다.


판사가 증인에게 물었다. "피고인이 단톡방에 이런 내용을 올리는 것이 비방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오히려 투자자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회사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증인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증인 스스로도 이렇게 진술했다. "피고인이 저희에게 악의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죄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훼손 무죄 판결.png


판결의 핵심 논거는 이러했다.


의뢰인의 발언 중 "희망이 없다"는 부분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현에 해당한다. 사업화가 어렵다거나 ATM기 서비스가 허무맹랑하다는 발언은 회사의 실제 현황과 대체로 부합하므로,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해도 명백한 거짓으로 볼 수 없다.



비방 목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명확했다. 의뢰인이 글을 올린 공간은 투자자들이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공개토론방이다. 참여자들의 주장과 반박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특정인의 의견이 일방적 지지를 얻기 어렵고, 회사 측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열린 토론방에서의 의견 교환의 자유는 가능한 한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의뢰인은 장인어른이 투자한 회사의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자신도 손해를 보는 입장이므로, 회사를 근거 없이 모함할 동기가 없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의뢰인의 부정적 전망은 결과적으로 대체로 타당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투자자들에게 냉철한 현실 인식을 촉구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재판부가 지켜낸 것


이 사건을 돌이켜보면, 결국 재판부가 지켜낸 것은 한 개인의 무죄만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 회사의 현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유. 장밋빛 전망에 현혹된 투자자들에게 "한 번 더 살펴보라"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 재판부는 그것을 지켜냈다.


가상화폐, 비상장주식, 다단계식 투자 유치. 이런 사업 구조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다. 회사 측이 내놓는 장밋빛 홍보만 존재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법적 제재로 차단된다면 투자자들은 판단의 근거를 잃는다.


물론 근거 없는 악의적 비방은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름의 근거를 수집하고,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자신의 판단을 밝힌 행위까지 명예훼손으로 처벌한다면 누가 감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표현의 자유, 그 무거운 이름


오픈채팅방이든, 인터넷 커뮤니티든,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은 건전한 시장의 필수 요소다. 그 공간에서 근거에 기반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를 범죄로 몰아세운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투자자들이다.


판사가 증인에게 던진 질문이 이 사건의 본질을 관통한다. "단톡방이라는 것은 각자 투자자들이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올리고 상대방이 잘못됐으면 거기에서 지적하는, 자체적인 시정기능을 갖춘 공간은 아닌가."


증인신문조서.png 증인신문조서 중 판사의 질의 부분 발췌


그렇다. 열린 토론의 장에서는 잘못된 정보도, 과장된 주장도, 다른 참여자들의 반박을 통해 걸러진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할 일은 비판자를 고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여 반박하는 것이었다.


이 무죄 판결은 그 당연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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