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물을 모르고 구매해도 범죄가 될까?

중고거래 후 장물취득 혐의를 받은 직업군인의 이야기

중고나라에서 전동공구를 샀다. 판매자를 만나 물건을 확인하고, 계좌이체로 돈을 보냈다. 그런데 그 공구가 공사현장에서 훔친 장물이었다. 그리고 구매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런 경우, 구매자는 처벌받을까?




의뢰인은 군 생활 18년 차 직업군인이었다. 부대에서 행정보급관으로 근무하면서 시설물 점검과 보수 업무를 맡고 있었고, 퇴근 후에는 목재로 가구를 만드는 게 취미였다. 수납장도 만들고, 마당에 데크도 직접 깔았다. 그러려면 전동공구가 있어야 한다.


전동공구.png


디월트, 밀워키. 전동공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브랜드다. 새 제품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지만 중고로 사면 절반 이하로 살 수 있어서, 그는 중고나라에서 틈틈이 매물을 찾아 사 모았다.


어느 날, 디월트 함마드릴과 배터리 세트가 올라왔다. 사용감은 있었지만 가격이 괜찮았다. 판매자는 서울에서 직거래를 원했고, 거리가 있었지만 기름값을 감안해도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그는 망설임 없이 찾아갔다.


역 출구 앞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계좌이체를 하는 평범한 거래였다. 판매자에게 매물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물었더니, 건설업체를 운영하는데 현장에서 회수되는 공구를 처분하는 거라고 했다. 건설업 불황에 안 쓰는 공구가 쌓인다는 말이 그럴듯하다. 중고나라에는 원래 현장 공구 매물이 넘쳐나니까.


그렇게 한 달간 여러 차례 거래가 이어졌다. 부대에서 쓸 것, 집에서 쓸 것, 시골 아버지 댁에 보낼 것. 필요한 곳이 여럿이다 보니 같은 품목을 중복으로 사기도 했다.





"구입하신 전동공구가 장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구입한 전동공구가 공사현장에서 도난된 장물로 밝혀졌다는 것이었다. 판매자는 공사장 창고의 자물쇠를 절단하고 공구를 훔쳐온 절도범이었다. 피해자가 여럿이었고, 그 절도범에게서 공구를 산 사람도 10여 명에 달했다.


그는 바로 자기가 구입한 공구를 전부 모아서 경찰에 냈다. 일부는 이미 당근마켓을 통해 되판 상태이기도 해서, 구매자에게 다시 연락해 웃돈을 주고 회수까지 했다.


경찰 조사는 참고인 자격으로 받았는데, 사건이 군으로 이관되면서 육군수사단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조사를 받게 되었다. 혐의는 장물취득. 형법 제362조 제1항에 해당하고,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직업군인이다 보니 형사처분을 받으면 인사상 불이익에, 18년간 쌓아온 연금에까지 영향이 간다. 그가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 건 바로 이 시점이었다.





장물이란 걸 정말 몰랐나


장물취득죄는 고의범을 처벌한다. 산 물건이 나중에 알고 보니 장물이었다는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 살 때 이미 장물임을 알았거나, 최소한 장물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품고도 샀어야 한다. 법률 용어로는 미필적 고의라 한다.


대법원도 여러 판례를 통해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물인 정을 알았는지는 장물 소지자의 신분, 물건의 성질, 거래 대가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 2000. 9. 5. 선고 99도3590 판결 등 참조)


사건 기록을 살펴보니 수사 측이 의심한 근거는 세 가지였다.


한 달 사이에 같은 판매자에게서 반복적으로 구매한 점, 같은 품목을 중복 구매한 점, 일부 공구에 업체명이 마커로 적혀 있었던 점.


우리는 변호인의견서에서 이 세 가지를 각각 반박했다.





되팔았으니 의심스럽다?


그는 구입한 공구 가운데 일부를 당근마켓에 올려서 되팔았다. 수사 측에서 보기에는 이 점이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장물을 사서 차익을 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논리를 뒤집어 보면 오히려 반대다. 장물인 줄 알면서 자기 이름으로 당근마켓에 판매글을 올리겠는가. 거래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 방식으로? 실제로 그가 올린 판매글에는 급하게 처분하려는 흔적이 전혀 없었다. '급처'나 '오늘 가져가실 분만' 같은 문구도 없었다. 평소 중고거래를 하던 방식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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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품목을 중복으로 산 것도 마찬가지다. 부대, 집, 아버지 댁. 쓸 곳이 여러 군데였으니 같은 공구를 여러 개 사는 게 이상할 것이 없다. 실제로 일부는 아버지 댁 창고로 보냈고, 일부는 부대에 비치해 두고 쓰고 있었다.





마킹된 공구는 수상한가


수사 측이 또 하나 지적한 것은 공구에 적힌 업체명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쓰는 공구에는 소유자나 업체 이름을 마커로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공구를 갖고 있으니 섞이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수사 측은 이런 표시가 있으면 도난품임을 의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본 것이다.


중고나라를 조금만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마킹된 공구 매물은 흔하다. 오히려 아세톤으로 깨끗하게 지운 뒤에 파는 경우가 드물다. 마킹이 있으면 그만큼 감가해서 싸게 나오고, 구매자는 가격이 맞으면 사는 것이다. 우리는 변호인의견서에 중고나라에 올라와 있는 마킹 공구 매물 캡처를 여러 장 첨부하여 이러한 상황을 입증했다.





계좌이체, 실명, 역 앞 직거래


변호인의견서에서 가장 힘을 준 부분은 거래 방식이었다.


모든 거래대금은 계좌이체로 오갔다. 판매자도 구매자도 본인 명의 계좌만 썼다. 현금을 요구하지도, 타인 계좌를 쓰지도 않았다. 직거래 장소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출구였다. 사람 눈을 피할 이유가 있는 거래였다면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군인 신분이다. 장물인 줄 알았다면, 직업 특성상 가장 먼저 몸을 사렸을 것이다. 형사처분을 받으면 군 경력 전체에 타격을 입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장물임을 알고도 당근마켓에 올려서 되파는 것은 군인의 처지에서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혐의없음


변호인의견서를 군검찰에 제출하고 얼마 뒤, 군검사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증거 불충분, 혐의없음.


장물취득죄 무혐의.png


결정서의 요지를 살펴보니, 판매 가격이 평균적인 중고시세에 비해 과도하게 저렴한 가격이 아니어서 장물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거래를 숨길 수 있는 현금 방식이 아닌 계좌이체로만 거래했고 은폐 시도가 없었던 점, 군인 신분으로서 장물인 줄 알았더라면 일부를 되팔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등 우리가 주장한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장물취득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중고거래가 일상이 된 시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매일 수십만 건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판매자의 말과 물건의 상태, 가격을 보고 판단할 뿐, 그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를 일일이 추적할 방법은 구매자에게 없다. 대부분은 아무 탈 없이 끝나지만, 극소수의 거래가 이 사건처럼 형사 문제로 번진다. 판매자가 절도범이었다는 사실을 구매자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구매자가 아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싼 물건, 현금만 고집하는 판매자, 인적이 드문 곳에서의 거래. 이런 정황이 겹치면 의심해야 한다. 그 선을 넘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그에게는 18년간의 군 경력과 연금, 가장으로서의 일상이 이 한 건에 달려 있었다. 그가 만약 수사기관에서 전화가 왔을 때 혼자 대응하려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조사를 받고, 어쩌면 기소가 되어 법정에 섰을 수도 있다.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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