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비즈니스

by 신비아

그래. 어쩌란 말이냐. 참 기가 막혀서 몇 날 며칠 그냥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제프리 엡스타인의 숨겨진 진실이 모두 드러났다. 각계각층의 상위층 남자들의 실체가 세상에서 옷을 벗은 것이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디팩 쵸프라 가 단골이었다는 이메일 증거였다. 하버드 대학의 의학박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차분하고 지혜로운 강의는 청중을 매료했고 잘생긴 외모는 믿음을 더 하게 만들었다.


흩어지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울 때는 “마음 챙김”이라는 책을 읽었고 불안감이 엄습할 때는 “완전한 명상”을 통해서 위로받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 이 풀리지 않을 때는 “우주의 리듬을 타라”를 읽으며 내 안의 에너지 흐름을 다스렸다. 도움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마다 늘 생각하게 되는 게 있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을까. 공부도 잘해, 외모도 상위야, 명상도 잘해서 사람을 가르치고 강의하고 돈 도 잘 벌어, 이런 사람은 도대체 어떤 복을 타고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걸까, 이 정도 라면 인성도 완벽해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그의 개인적인 삶 도 사람들의 표본이 되고 분명 가정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일 거야라고 수도 없이 생각하며 나의 부족한 모든 것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고릴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수컷과 함께 지내는 무리, 암컷으로만 형성된 무리의 비교였다. 늘 싸움과 죽음으로 수컷지배 사회는 시끄러웠고 심지어 새끼까지 잡아먹는 비정함으로 암컷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당연히 암컷소유를 위한 보복과 협박으로 암컷들은 늘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그렇게 그들의 사회는 살벌하고 잔인하며 늘 공포스러웠다. 암컷만 존재하는 무리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거친 싸움도 없었고 죽임이나 학대도 없었다. 소유욕에 대한 잔인성이 없으니 생존을 위한 평화만이 있을 뿐이었다.

영적 리더이고 지성인이기에 아무리 남자라도 예외일 것이라고 믿었다. 세상에 대놓고 책을 쓰고 강의하고 방송을 하는 사람이니까 수컷본능도 당연히 자제를 한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은가, 내 안에 거짓이 가득한데 사람들에게 정직해라라고 가르치는 모순을 어떻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나. 모든 마음을 잘 챙기고 인간생체 리듬도 잘 관리하면서 명상을 통해서 최고의 의사, 사상가, 작가, 강연가 가 되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는 비즈니스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운이 좋아서 환경과 외모가 좋았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머리로 돈을 벌었고 명성과 돈 이 있으니 어린 여자들쯤은 얼마든지 몰래 데리고 놀아도 되는 수컷 고릴라 같은 인간이었다.


참 나…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실망만큼 깊이 절망한다. 젊은 세대는 위선이 가득한 사람의 비즈니스적인 강연이나 책 보다 차라리 AI에게 묻고 답을 얻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는 자조감마저 올라온다.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을 위하여 애통하는 마음, 사라지는 모든 것들 앞에 아픈 가슴을 하늘 앞에 내어 놓는다. 아직은 선한 양심을 지키면서 부디 착한 본능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빌고 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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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guna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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