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넘어지는 사람들

여러분도 조심조심 잘 걸으세요

by 신비아



이제는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고 자꾸만 다독인다. 매번 여러 사람 놀라게 하고 황당하게 해 주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뭔가 모자란 내가 보인다.


방과 후 뒷문으로 올라탄 버스에는 서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삼면으로 둘러앉은 까만 교복 남학생들의 장난기로 반짝이는 눈동자들로 가득 차 있다. 당황해서 서 있을 곳 찾아서 뒤로 돌리는 몸짓 동시에 버스가 세차게 출발을 했다. 아이들의 키득거리는 소리와 눈빛 따라 보니 아직도 달려 있는 이름표 라니... 급하게 한 손으로 이름표를 떼어내려는 순간 다른 손에 들린 무거운 가방과 함께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갑자기 출발하는 버스의 난폭함 때문에 중심을 잃고 맨 뒤에서 앞쪽, 운전석까지 달리기 경쟁하듯 휑하니 달려 나갔다. 덜컹하고 한숨 쉬는 버스의 음률에 장단 맞추어 뒷걸음으로 신나게 자동 되돌아 감기처럼 달려가다가 뒤 자석 남학생 앉은 무릎 위에 털썩 앉더니 다시 버스의 율동에 맞춰서 남학생 발치로 주저앉으며 앞으로 고꾸라 졌다. 내동댕이쳐져 있는 가방이 얼마나 멀고 아득한지 겨우 집어 들고 앞문 옆에 꼭 붙어서 투명인간 이기를 애처롭게 소원했다. 아무 데나 정차하는 대로 서둘러 내려 버릴 때까지 박수와 짓궂은 환호를 받으며 퇴장하는 여학생에게 쏟아지는 갈채의 그 참담했던 원맨쇼는 평생 부끄러운 기억이다.


사촌 형제들과 처음 가본 산행길, 마지막 기차 임박한 도착시각에 맞추려고 하산 길은 걷고 뛰는 사람들로 붐볐다. “빨리 뛰어” 재촉하는 오빠에게 등 떠밀려서 총알처럼 내 달리다가 삐죽이 튀어나온 돌부리와 눈이 마주치는 찰나 “아악” 데굴데굴 비탈선 끝 평지까지 단숨에 도착해 버렸다.


아픈 건 둘째고 주변에서 손뼉 치며 웃는 소리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엎어져서 우는데 여전히 우아하게 걷고 있던 사촌 언니는 지금도 내게 묻는다. “너 그때 사람들 앞에서 잘 보이려고 잘난 척하다가 넘어졌지?”, 나 참 잘 보일게 따로 있지, 데굴데굴 굴러가며 다치고 아픈 짓을 왜 하면서 잘난 척을 하겠는가. 그 언니의 박사 남편인 형부가 처제는 왜 똑바로 걷지 삐딱하게 벽 쪽으로 걸어가서 부딪히고 넘어지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걸음은 이렇게 걷는 거야 하고 시범까지 보여준다.


잠결에 화장실 갔다가 침대로 뛰어들었는데 비몽사몽 벽을 향해 힘차게 돌진해 버린 것이다. 머리를 세게 벽에 부딪히고 뒤로 넘어지면서 뒷머리를 다른 벽에 부딪히고 졸도를 해버렸다. 난장판 소리에 놀란 남편이 흔들며 부어대는 찬물과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따스하고 비릿한 피에 눈을 떴다. 아 난 이제 죽는구나, 결국 넘어져서 죽나 보다... 여기저기 야간 보안등을 설치해 놓았다.


나이 들수록 넘어지는 일 이 얼마나 목숨과 연결된 치명적인 사고인지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된다,

숨쉬기 운동, 걷기 운동 기본이 제일 중요한 것을 형부한테 배운 대로 눈 크게 뜨고 조심조심 가운데로 잘 걷고 잘 뛰어서 세월이 가도 곱고 품위 있게 나이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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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빨간 담쟁이 가득한 봄 날, 커피 한잔 들고 하늘 한번, 꽃 한번, 숨쉬기 운동 한번, 살살 뒷마당 에서 걷기 운동 까지 감칠맛 나는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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