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채소

(한겨울 한국 방문 중 이야기)

by 신비아

칼바람 몰아치는 지하도 입구

쪼그리고 앉아서

장사판 벌린 할머니


펼쳐진 때 묻은 무명 보자기 위에

이름 모를 겨울 채소

찬바람에 질린 할머니 얼굴처럼 파랗게 떤다.

마음 시려 서둘러 피하는 눈길

돌아서다 딱 마주친 시선


허겁지겁 지갑문 열어 몽땅 주세요.…….

거칠고 마른 손으로 담아주며

덤으로 챙겨주는 덕담 한마디

고마우이. 복 받으소


세상물정 그리 몰라서

그 많은 채소 어쩌냐고

걱정스레 바라보는 친정어머니

할머니가 직접 키운 채소래요.


알록달록 매콤 상큼

몸치장 맛깔스러운 겨울 나물

뜨끈하고 칼칼한 국밥 한 그릇

정성으로 길러낸 할머니 겨울 채소


내 복마저 나눠주고 올 것을.

바람도 쉴 곳 없는 지하도 입구

내일은 따스한 날씨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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