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모든 것을 새로 만들지 않는다

초고층 사이에 남아 있는 한 건물

by Zack


두바이에서 만난 건물 하나가,

도시를 이해하는 방식을 조금 바꿔놓았다.


부르즈 칼리파 역에서 내려 미팅이 있는 호텔로 향하던 길이었다. 처음 방문해서일까. 걷는 내내 셰이크 자이드 로드를 따라 유리와 철골로 쌓아 올린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생경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란 이런 곳일까?


문득, 걸음을 늦추게 만드는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초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유독 낮고 단정한 외관. 무엇보다 시간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듯한 모습이 쉽게 지나치기 어렵게 했다. 빌딩 위에는 토요타 간판이 대문짝 만하게 붙어 있었고, 부르즈 칼리파와 DIFC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속에서 이 건물은 분명히 이질적이었다. 상대적으로 낡아 보였고, 그래서 더 의아했다. 이 도로에서, 이 입지에, 왜 아직 이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조금 더 들여다보니 이 건물은 1980년대에 지어졌다. 두바이가 아직 글로벌 금융 허브나 관광 도시라는 이름을 갖기 전, 지금의 DIFC와 부르즈 칼리파, 두바이 몰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개발 축이 형성되기 이전, 이곳 셰이크 자이드 로드는 미래를 과시하는 무대라기보다 도시 확장의 출발선에 가까웠다. 토요타 빌딩은 그 시기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흔적이다.


이 건물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천지개벽스러운 개발의 와중에 홀로 남겨져 오히려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치 상하이의 화려한 마천루 틈으로 빨래가 널려 있는 낡은 주거시설이 보이는 이질감 같달까? 그간 토요타빌딩의 내부는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되었고, 주거와 소규모 상업 공간으로 기능하며 지금도 사람들의 일상 속에 놓여 있다.


주변의 초고층 빌딩들이 자본과 야망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결과라면, 도요타 빌딩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도시를 설명한다.


다른 도시였다면 이 건물은 이미 철거되었겠지만 두바이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수익이 유지되고, 입지의 가치가 충분하다면 굳이 지우지 않는다. 도요타 빌딩 역시 그런 판단 위에 놓여 있다. 이미 건축비는 회수된 상태이고, 주거와 소규모 상업 공간으로서의 임대 수요도 안정적이다. 초고층으로 재개발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성립하는 건물. 그래서 이곳은 개발되지 않은 과거에 편입되기보다 오늘에 남아 있다.


보행을 위해 계획되지 않은 사막 속 도시의 거리. 겨울이었지만 한낮엔 꽤나 무더워서 냉방시설 없는 곳을 걷는 사람들이란 그리 많지 않은 그 거리에서 도시를 경험하겠다고 걷다 멈춰 이 낡은 빌딩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나를 뒤따르던 여행객 노부부가 흥미롭게 쳐다보더니 그들도 빌딩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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