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이 만든 풍경, 그리고 내가 빗자루를 든 이유
여행 전, 인스타그램에서 흥미로운 릴스를 하나 보았다. 흰 양말만 신은 채 도쿄 시내를 활보하는 영상이었다. 하루 종일 걸었음에도 양말은 놀랍도록 하얀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 특유의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도쿄의 거리를 직접 마주한 순간 그 영상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먼저 압도된 것은 신주쿠 빌딩들의 반짝이는 전면 유리와 외벽이었다. 일본의 빌딩들이 늘 새것처럼 유지되는 것은 단순히 건물주가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일본에는 '경관법(景観法)'이라는 독특한 법률과 지자체별 조례가 있다. 이는 안전을 넘어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근거가 된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선 외벽 청소와 유지관리가 곧 건물의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최우선 과제이기에, 거액을 들여서라도 끊임없이 건물을 닦아낸다.
거리로 시선을 돌리면 놀라움은 더 커진다. 영업용 택시는 물론, 오물을 수거하는 청소차나 흙을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마저 갓 출고된 차처럼 윤이 났다. 현지 사정을 아는 이들과 대화해 보면 이 역시 명확한 시스템과 규정의 결과임을 알게 된다. 우선 일본 택시 기사들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의식은 '세차'다. 차체는 물론이고 타이어 휠 스포크 사이까지 닦아내지 않으면 다음 근무자에게 차를 넘길 수 없는 엄격한 사내 규정을 가진 회사들이 많다. 공사 차량은 어떨까? 일본의 도로교통법은 차량이 도로에 흙이나 진흙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공사 현장 출입구에는 반드시 고압 세륜기가 설치되어 있고, 트럭이 공사장을 빠져나오기 전 전담 직원이 타이어 틈새의 작은 흙먼지까지 물로 꼼꼼히 털어낸다. 바퀴가 완벽히 깨끗해야 비로소 도로 위를 달릴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갈 때마다 쉴 새 없이 바닥과 매대를 닦고 있던 점원의 모습, 상점 앞을 끊임없이 쓰는 주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는 '조나이카이(町内会, 동네 자치회)'라는 오래된 지역 공동체 문화가 작용한다. 내 가게 앞을 지저분하게 방치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이웃에게 '메이와쿠(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강력한 무언의 압력이 존재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아침 가게 앞 물청소를 하는 것은 단순한 가사노동을 넘어, 이 구역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암묵적인 증명서인 셈이다.
'나의 공간'으로 돌아와 빗자루를 들다
적지 않은 시간 공간 대여 사업을 운영해 온 입장에서, 일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일상의 거리가 아니라 '내가 운영하는 공간의 청결도'였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동안 내가 공간을 운영하며 가지고 있던 청결의 기준은 '고객이 쓰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명이 이용하는 공간의 청결도를 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핑계, 고작 청소를 위해 사람을 고용하기엔 부담스럽다는 계산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은 다 내가 만들어낸 합리적이고 장황한 변명들이었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어떻게 했느냐고? 일본의 역사와 문화가 어쨌건 간에, 나는 오자마자 바로 빗자루와 청소기를 들었다. 왜 공간을 완벽하게 깨끗이 유지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거창한 논리를 대기 전에, 도쿄라는 도시와 그곳의 공간들이 내게 주었던 '압도적인 쾌적함과 기분 좋음'을 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은 방문할 누군가를 위한 단순한 서비스 개선이 아니다. 내 공간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그 공간에 머무는 나 자신을 대접하기 위한 선택이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