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by 재홍

여느 때와 같이 숫자를 고치는 것이 저의 새해의 첫 일과입니다. 2025년에서 5를 지우는 일이죠. 익숙하게 5를 적는 연필의 손놀림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6으로 고칠 때마다 아 이제 해가 바뀌었구나, 실감합니다. 틀린 것을 고치면서 깨닫는다는 점이 새해의 마음가짐과 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타종행사에 갔습니다. 생애 처음 있는 일입니다. 티비로도 본 적 없는 행사를 영하 10도의 추위에 굳이 보러 간 것은 순전히 좋아하는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모자와 목도리, 롱패딩으로 중무장하고 보신각까지 걸었습니다. 심지어 좀 늦어서 광화문 횡단보도에서는 약간 뛰어야 했지요. 사람들이 내뱉는 하얀 입김이 점점 짙어졌습니다. 뉴스에서는 10만 명 정도가 모인다고 하네요. 이 추위에 저를 포함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온 걸까... 사실 잘 몰랐습니다.


이윽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은 기대에 차서 숫자를 외칩니다. 저도 덩달아 외칩니다. 목소리가 점점 커져 1월 1일이 되었습니다. 똑같은 공기, 추위, 공간인데 사람들의 눈빛은 몇 초 전과 사뭇 다릅니다. 얼마나 더 나아질지 약속합니다. 이루고 싶은 일들을 계획합니다. 밀린 영어 공부나 헬스장에 가는 것 따위의 것들이요. 사람들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사랑할지 맹세합니다. 새해를 핑계로 사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집니다. 불꽃놀이, 폭죽 같은 게 없어 단출한 행사였지만 다들 좀 더 상기된 얼굴들입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2026년의 첫 대화들을 나눕니다. 새해 인사에는 어둡고 부정적인 말들은 조금도 들어설 곳이 없습니다. 밝고 생기 있는 단어들이 거리에 떠다닙니다. 뭉게뭉게 피어납니다. 달과 가로등과 LED 판과 간판에 붙어 밝게 빛납니다.


항상 밝은 곳에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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