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미' 부럽지 않은 아르코미술관

by 재홍

평일 쉬는 날이 되면 마로니에 공원 바로 앞에 있는 아르코미술관에 자주 갑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요, 근처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비해 사람의 발길이 적어 혼자 전시를 사색하며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심지어 입장료가 무료이기도 하고요! 전시는 계절에 한 번 정도 바뀌는데요, 그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다른 전시, 땀이 흐르는 날이 되면 또 다른 작품들이 미술관을 채웠습니다. 날씨가 바뀔 때마다 산책을 나가서 부담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는 매력이라고 할까요?


아르코미술관은 원래 1974년에 관훈동의 옛 덕수병원 건물에서 ‘미술회관’으로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다 1979년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안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붉은 벽돌 건물로 지금의 모습이 됐고요. 2005년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바뀌는 흐름 속에서 ‘아르코(ARKO)’라는 이름을 달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빨간 벽돌이 초록색 나무와 대비를 이뤄서 참 예쁩니다.


작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드리프팅 스테이션-찬미와 애도에 관한 행성간 다종 오페라》였습니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전시와는 다르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았는데요. 천경우 작가의 <버드 리스너>에서는 헤드폰으로 나오는 새소리를 듣고 그 울음소리에 맞는 새를 그렸습니다. 성격이 급한 새 같기도 하고 사냥감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부리부리한 눈을 가졌을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방식대로 새의 모습을 짐작해 그렸는데, 느끼는 것을 온전히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제 똥손(?)에 한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좀 너무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전시장 다른 한 편에는 동일한 작가와 청각장애인이 만든 그림 악보가 걸려 있었습니다. 음표가 없는 악보는 처음이었는데요, 동그라미 크기와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종을 연주했습니다. '띵~' 맑고 청량한 종이 있는가 하면, '뎅~' 하고 묵직한 진동을 들려주는 종도 있었습니다. '어떤 음을 얼만큼 길게, 얼만큼 세게 연주해라.' 같은 전형적인 악보가 아니라서 좀 더 자유로운 기분이었습니다.




대학로에 오실 일이 있다면 아르코미술관도 꼭 한 번 들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는 웅장함, 압도감이 있다면, 아르코미술관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고 싶은 날에 특히 잘 맞습니다. 공연장과 카페 사이에 이런 쉼표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도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문을 열고 들어갈 것 같습니다. 별일이 없어도, 별일이 있어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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