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주 바다수영을 하게될 줄이야.
새벽 5시 30분, 알람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우리 부부는 바다수영을 하러 곽지과물 해수욕장에 간다.
주말 늦잠을 자고 천천히 일어날 아이들을 위해 내가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꼼꼼히 확인하며 슈트, 부이, 롱핀과 같은 장비를 챙긴다.
명색이 바다수영이라 챙겨야 할 짐이 꽤 되지만, 이제 바다수영 7개월 차가 되니 꽤 능숙하다.
자동차 보조석에 앉아 어스름한 새벽의 핑크색 하늘이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걸 바라본다.
요즘 달리기에 빠져있는 남편이 무라카미하루키의 달리기 에세이를 읽은 얘기를 들려준다.
햇빛에 반사된 에메랄드 바다가 보일 때쯤 '아.. 행복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완연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에도 바다는 아직 여름의 열기를 품고 있어 수온은 높은 편이다.
검은색 철인슈트를 입고 장비를 갖춘 동호회 회원들의 바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세상을 구하는 미션을 수행하러 가는 전사들같이 늠름하다.
'그중에 제일 에이스는 바로 나'
라면 좋겠지만,
초보그룹에 속한 나는 파도 속에서 롱핀을 발에 겨우 욱여넣으며 바다로 들어간다.
우리가 롱핀을 위아래로 펄럭이며 지나가면 모래 속에 누워있던 가오리들이 깜짝 놀라 파드닥 달아난다.
가오리와 경쟁하듯이 수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반환점에 도착한다
면 좋겠지만
'도대체 언제 도착하지?' 생각을 한 다섯 번쯤은 해야 드디어 반환점인 한담해변의 봄날카페 간판이 보인다.
동호회 회원들이 모두 반환점에 모이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출발점으로 복귀한다.
바다에서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약 3km의 바다수영을 하고 나면 파도를 가르던 어깨와 다리는 천근만근이지만 기분만은 몽글몽글 구름처럼 가볍다.
오늘도 나에게 말한다.
"바다수영 오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