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엇을 왜 어떻게 쓰려고 하는가

by 유유

나는 정리를 잘 못한다. 물건을 제 자리에 놓는 것도 쉽지 않다. 물건들과 일정을 잘 정리하고 조직하여 일상을 꾸리고 싶지만, 물건을 정리하고 일정을 계획하는 작은 습관이 잘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손해 본 적도 많다. 가령 안경, 핸드폰, 열쇠 등을 둔 곳을 잊어버려 찾느라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50년 넘게 살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쓰는 일에 게을렀다.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너무나 빈약하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 순간을 살더라도 제대로 깨어서 주인으로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정리를 안 하고 막 살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놓칠까 두려워진다. 써야지 안다. 내가 정말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를. 한정된 시간에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들을 하며 살고 싶다. 외부의 조건과 압력에 의해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조건이 허락하는 한 내 의지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가며 살고 싶다. 나의 개성과 독특함을 잘 존중해 주고 싶다. 독자가 나 한 사람일지라도, 매일 이런 저런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싶다. 엉켜진 내 감정의 정체를 알아내고 싶다. 내 감정의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해서 생기는 당혹감을 줄여가고 싶다.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모종의 세뇌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쓰겠다는 욕망에 비해 쓰는 행위를 시작하기까지 어려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본다. 일상에서 일기나 쪽글을 쓴다는 건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건 버리고, 필요한 건 잘 보관해 두는 일이다. 이 일이 나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러 다양한 책을 읽고 느낀 점, 길 가면서 보는 풍경, 친구와 대화하면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생각들... 이 순간들을 놓치고 나면 이 경험과 느낌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의식 저편으로 사라진다는 느낌에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가능성 가운데 지금 뭘 할 것인지 결정할 사람은 결국 나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건 하기로 한 일들에는 좋건 싫건 끝까지 해본다.


무슨 글을 어떻게 쓸지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고,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해도 그때 붙잡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는 걸 수없이 미루는 습관을 통해 체감했다. 앞으로도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알지 못하겠지만, 연습은 꾸준히 해보겠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어떤 생각을 붙잡고 어떤 생각은 흘려버릴지 잘 모른다. 이글 저글 습작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는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