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시간의 묵상>

by DEMIURGOTH

주차 안내 봉사자의 형광 조끼가 새벽 안개 속에서 빛난다. 십일조 헌금 봉투를 든 손들이 예배당 입구로 향한다. 누군가는 카드 단말기를 찾는다. 하나님의 집에서도 이제는 현금 없는 결제가 가능하다. QR코드로 찍으면 바로 연결된다는 헌금 계좌. 그 옆에 '한 사람이 마음으로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라는 성경 구절이 붙어있다.


리모델링을 마친 대예배당은 호텔 로비처럼 반짝인다. 천장에서 내려온 대형 LED 전광판이 찬양가 가사를 비춘다. 십자가 옆으로 흐르는 가사들. 그 아래서 주님을 찬양하는 CCM이 울린다. 메인 보컬의 목소리가 서브우퍼를 울린다. 무대- 아니, 강단 위 조명이 반짝인다. 쇼핑몰 분위기의 카페테리아에서는 바리스타가 라떼를 만든다. 테이크아웃 컵에 적힌 성경 구절을 읽으며 교인들이 줄을 선다.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된다. 세련된 PPT 화면이 뜨고, 성경 구절이 밑줄과 함께 하이라이트 된다. 가나안 정복이 오늘날의 부동산 투자로 해석되고, 아브라함의 순종은 주식 투자의 인내심으로 둔갑한다. 설교단 아래 놓인 책자에는 새 성전 건축을 위한 헌금 계좌번호가 인쇄되어 있다. 목사님은 새 성전이 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거라 말씀하신다. 아멘 소리가 울린다.


젊은 부목사가 중보기도를 시작한다. "주님, 저희 교회에 BMW가 가득 찰 수 있게 하소서. 벤츠로도 좋사오니." 웃음이 번진다. 그는 이런 유머 감각으로 유명하다. 교회 밴드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가 십만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다음 주 금요 기도회의 스페셜 게스트는 유명 연예인 출신 전도사다. 예약은 교회 앱으로 해야 한다.


성가대 뒤편 유리창 너머로 도시가 보인다. 고층 빌딩들 틈에서 십자가들이 하늘을 찌른다. 서로 더 높이 올라가려는 듯한 첨탑들. 그 아래서 노숙자 한 명이 쓰러져 있다. 교회 마당을 청소하는 미화원 아주머니가 그를 밀어낸다. 예배에 방해가 될까 봐. 미화원의 시급은 최저임금이다. 교회는 그렇게 정하고 있다.


목사님 시리즈 설교 도서가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가 스티커로 붙어있다. 그 옆 장로님의 간증집도 있다. 땅 투기로 망했다가 기도로 일어선 이야기. 표지에는 비싼 외제차 앞에서 찍은 사진이 실려있다. 신실한 청지기가 되어 부자가 되라는 문구가 돋보인다.


성찬식이 시작된다. 위생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포도주를 담았다. 예수의 살과 피가 낱개 포장되어 전달된다. 떡을 드시며 그리스도의 살을 기념하라는 말씀이 스피커를 통해 울린다. 성찬 위원들의 흰 장갑이 번쩍인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컵들이 부활을 기다린다.


예배당을 나서는 발걸음 속에 신이 있었을까. 주차장으로 향하는 고급 차들의 행렬 속에 주님이 계실까. 이제 막 퇴근한 미화원 아주머니가 버스를 기다린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울린다. 점심 특선 커피가 내려지는 카페테리아에서 계산원이 카드를 긁는다. 주여, 우리의 헌금을 받아주소서. 우리의 스마트한 신앙생활을 축복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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