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남부 해변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바위섬 몽생미셸*이 있다. 둘레가 900m, 지름 140m 밖에 되지 않는 그곳을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다.
몽생미셸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아브랑슈에 여장을 푼 우리는 매일 그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첫날, 야경을 시작으로 맑은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몽생미셸을 찾았다. 나흘간 머물며 아침에도 가고 일몰에 맞춰 오후에도 갔다. 시도 때도 없이 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가 된 몽생미셸. 처음 두 눈에 들어온 그곳은 바다 너머 환성의 섬이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목초지는 푸른 물결처럼 영혼을 빨아들였고, 그 위에 떠 있는 몽생미셸 수도원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아슴아슴했다. 하늘을 찌르는 듯 날카로운 첨탑과 그 위에 금빛으로 빛나는 대천사 미카엘의 형상만이 현실적이었다.
몽생미셸로 향하는 길. 목초지 너머 멀리서 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흐린 날, 몽생미셸 입구.
푸른 하늘 아래, 몽생미셸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몽생미셸과 주차장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에서 내린 뒤에.
몽생미셸(Mont-Saint-Michel)은 ‘미카엘의 산’이라는 뜻이다.
8세기 무렵, 아브랑슈의 주교였던 성 오베르는 꿈에서 대천사 미카엘로부터 몽통브(Mont-Tombe)에 수도원을 지으라는 계시를 받는다.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 오베르는 그 꿈을 재차 무시했다. 그러자 분노한 천사장 미카엘이 다시 현몽(現夢)해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뼈를 깨트렸다.
꿈에서 깨어난 오베르는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공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브랑슈의 박물관에는 구멍 난 오베르 주교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수도원으로 오르는 골목길
수도원으로 오르는 골목길
이끼가 내려앉은 지붕
몽생미셸 수도원 티켓부스 앞에서
몽생미셸 수도원 본당 입구
몽생미셸 수도원 내부, 대천사 미카엘이 오베르 주교의 이마에 엄지 손가락을 대고 있다
수도원 본당. 해발 80m 바위산 꼭대기에 세워져 있다.
수도원 본당 내부. 아치형 회랑과 누대, 그리고 높은 창의 3개 층으로 되어 있다.
수도원 본당.
수도원내 식당. 수도사들은 남쪽벽에 설치된 교단에서 한 사람이 성경을 읽는 동안 조용히 식사를 했다.
그렇게 탄생한 수도원과 그곳으로 오르는 길은 중세 골목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인간이 만든 돌벽은 천 년의 세월을 견딜 만큼 견고하고, 짙은 이끼는 자연스럽게 그 위를 덮으며 조화를 이룬다.
골목 사이에는 어린아이가 지나갈만한 작은 길들이 미로처럼 나 있는데, 수도원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미로 같은 그 길을 올라가면 노르망디 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수도원 입구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한국어로 지원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할 것인지 물어본다.
책을 통해 몽생미셸의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지만, 음성으로 설명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 대여했다.
생테티엔 예배당.
예상보다 오디오 가이드*의 내용은 매우 꼼꼼했다. 내가 배우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 설명을 들으면서 수 백 년 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당시 사람들이 모습과 심정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돌로 세워진 벽을 만졌다.
수도사의 유골 안치소 사이에 침잔되어 있던 생테티엔 예배당(오디오가이드 11번)은 어두웠다. 지난 800년 동안 단 한차례도 고치지 않았으며 그 어느 방보다 단순한 형태의 그곳.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 한 조각이 십자가를 비추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이 꿇어졌다. 제단에 새겨진 글을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수도원 외부.
몽생미셸 수도원 외부에서 바라보는 노르망디 해안
갈매기가 둥지를 틀고 있는 몽생미셸 수도원
*몽생미셸은 오베르 주교가 708년에 대천사를 기리는 성당을 지으며 시작됐고 10세기에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원이 세워졌다. 14세기에는 그 아래쪽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영국과의 백년전쟁 당시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프랑스 대혁명 이후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주변 조수간만의 차이가 매우 크며 최대 14m에 이른다. 현재 세계적인 순례지이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몽생미셸은 우리에게 선물같은 곳이었다. 예정된 3일 보다 하루를 더 머물렀다. 마지막 밤 딸아이가 몽생미셸에도 선물을 남기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몽생미셸 수도원. 바닷물이 빠진 모래밭을 걷고 있다.
비오는 날, 환하게 불을 밝힌 몽생미셸.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야경을 즐기고 있다.
*몽생미셸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모두 15개로 구성되어 있다. ①근위대의 방→②가파른 계단→③서쪽 테라스→④수도원 성당→⑤회랑→⑥구내식당→⑦순례자의 방→⑧지하 기도실→⑨생마르탱 지하 기도실→⑩수도사 유골 안치소→⑪생테티엔 예배당→⑫북남 쪽 계단→⑬산책장→⑭기사의 방→⑮사제관. 오디오 가이드는 이동하면서 각각의 번호를 누르면 해당 위치에 대한 설명을 청취할 수 있다. 그리고 원하는 경우, 부연 설명까지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